계획하에 만들어진 플랜. 2-3

다이어트 -09

by 서진

“언니, 옛날얘기는 그만 쓰지?”

“그래야 내가 다이어트 설계도를 만들지!”

우리의 이야기는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산천 요리생‘이야기를 쓰던 중, 작년 한 해, 고생한 우리 아이들 생각이 새록새록 나면서 우울감이 밀려왔다.

“또 이 언니 감정 이입하셨네. 애들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

내 마음이 아픈 것보다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어온다.

“응. 가슴이 아파.”


옆 초등학교, 우리가 사는 집에서 문만 열면 대각선으로 보이는 초등학교가 있다. 골프채에 맞아 날아가는 공, 탁. 탕. 탁. 탕. 쓔우우웅~ 소리도 우렁차다.

“두부야. 나도 골프 같은 고급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걸 배웠어야 했냐?”

“언니 그만 생각해!”


두부가 농담처럼 던진 말

“언니 일단 진정을 하고, 언니가 나 다이어트시키는 얘기 쓰면 재미있겠네.”

“너랑 싸운 얘기는 내가 가득 쓸 수 있지. 두부야 그래도 재미는 있겠네.”


나는 그간 있었던 두부의 다이어트를 시키고 있었던 일을 떠 올리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제품을 자제시키는 나에게 화를 냈던, 라면 귀신 두부.
언니가 해주는 밥 먹고, 만성 변비가 사라졌다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처럼 뿌듯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오던 두부.
어느 날 갑자기 센티 해진 그녀 '언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라는 말에, 나도 나의 작업실에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려 했으나, 이틀이 지나고, 매일 전화해 ‘뭐 먹었어?’라고 물어보던 두부.
동료들 데리고 매일 내 작업실로 쳐들어오던 두부.
회식 끝났다고 집에 데려다 달라는 두부.


그래서 한 달 만엔가 다시 합숙이 시작되었고 두부는 내가 해준 밥이 그리웠는지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꺼내 놓았다.


두부가 다이어트로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꺼낸 저녁.


“두부야. 씨도 안 뿌렸는데 루꼴라랑 파슬리, 딜, 코리엔더, 차이브가 제법 실하네, 향도 좋고. 오늘은 파스타를 할까?”

"언니 나는 콜!"

난 버섯과 엔초비로 맛을 낸 오일 파스타에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올리고 파슬리를 잔뜩 뿌렸다. 그리고 토마토, 달걀 볶음에 보드랍게 어린 딜과 코리엔더, 민트로 향을 내고 루꼴라를 올려 사이드로 빵과 치즈를 함께 식탁에 올렸다.

“이번에 사 온 치즈가 맛있지? 0000 마트에서 파는 치즈 중 가장 괜찮은 거 같아.”하며 난 치즈를 잘라 빵 위에 올렸다.


“언니 이번엔 진짜 다이어트를 해볼까?” 빵에 치즈를 올리던 두부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왜?” 갑자기 두부가 왜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궁금했다.

“내 느낌에도 이젠 한계가 왔어.” 내가 봐도 두부는 조금 심각한 정도다. 키 160cm에 몸무게가 70kg 대로 들어왔다.

“몸이 무거워?” 난 별거 아니라는 듯 물어봤다.

“아니 변비가 없어지고 몸은 가벼워.” 걱정했던 두부의 건강은 괜찮은 것 같다.

“언니 순환계가 잘 돌아가니까. 먹는 것도 잘 들어가나 봐. 나 어떨 때는 화장실 두 번 가는 날도 있어.”

내가 건강하게 두부 몸은 잘 만들어놨구나.


“그런데 뭐가 문제야?” 이유를 알아야 플랜을 짜지.

“내 친구 00이 있지? 요즘 힘들어서 그런지 14kg이나 빠졌데, 얼마 전까지 걔 70kg대였던 거 알아? 난 15kg이 쪘는데.” 우리 두부 부러웠네. 그래서 사람은 비교 대상이 있어야 열심히 하는구나.

“와! 걔 대단하네. 그럼 너도 한 번 해봐. 이참에 나도 해볼까?”

나도 귀촌하고 두부와 같이 먹고 뒹굴면서 10kg이 쪘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언니도 할 거야? 그럼 같이할까? 언제부터? 다음 주부터?”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두부.

“한 달 후에.” 나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는 두부.

“왜? 바로 시작하면 좋잖아.” 갑자기 닦달하는 그녀를 나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그녀에게 전해줬다. “네가 일시적으로 드는 생각인지, 진짜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한번 찬찬히 훑어봐.”


난, 두부의 예전에 습관적으로 하던 격렬한 다이어트로 인해 지방과 살이 꼭 붙어 안 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을 했다. 이제 다시 시작을 한다면 그녀 스스로 몸을 살살 달래고 얼러서 지방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게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꾸준히 지속되는 습관을 만들지 않고 굶는 도돌이표 다이어트는 반대라고 얘기해 주었다.

“두부야 네가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네가 먹고 있는 음식량을 봐봐. 많이 줄었지?”

찬찬히 생각하고 둘러보는 두부.

“그러네, 많이 준 것 같네.” 그녀가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본다.

“음 너랑 먹는 패턴 같이 맞추느라 언니는 10kg이 쪘지. 너랑 같이 먹은 나는 운동량도 적은데 왜 10kg이고, 운동량 많은 너는 15kg이 쪘을까?”

한참을 생각하는 두부는 “내가 언니보다 더 먹잖아!”

“아니 언니가 평소에도 너보다 더 먹어. 네 음식량은 더 줄었고.”

각자의 접시를 훑어보더니 이네 고개를 끄떡인다.


“신기하지?” 난 몇 년 전부터 두부의 식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내 몸이 망가지는 위험한 실험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네. 왜 그런 건데. 언니가 라면을 안 먹어서 그러나.” 자신이 살찌는 이유가 라면이라고 생각하는 라면 귀신 두부.

"나도 라면 먹어, 바쁘면 어떻게! 간단하게 먹어야지." 나도 얼마나 밀가루를 사랑하는 수제비귀신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훑어보라는 거야. 언니가 하나씩 알려줄게. 그러고 나서 정말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즐겁게 해 보자.”


한참을 고민하던 두부

“그럼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못 먹는 거야?” 이것 봐 두부는 살은 빼고 싶지만 먹는 건 포기 못한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갑자기 어떻게 그러냐. 그럼 이번 다이어트도 네가 그동안 했던 스타카토 다이어트 마냥 ‘탁’ 치고 지나가는 후회가 될걸.”

“그럼 찬찬히 생각해 볼게.” 두부, 당장 살을 빼고 싶다는 충동적 일어났던 흥분이 많이 가라앉았다.

“그럼 언니는 너의 다이어트 준비기간을 열심히 써볼게.”


그리곤 두부는 좋아하는 파스타를 남겼다. 대신 토마토, 달걀 볶음을 다 먹어버렸다.

“언니, 채소는 좋은 거지?”

많이 먹으면 똑같다니까. 골고루 먹어야지!

이렇게 우리의 다이어트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