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할매 4인방과 동네 어르신들. 2-4

다이어트 -08

by 서진

올 3월,

“두부야 올해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미리미리 텃밭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언니 장마가 일찍 온다는데. 이번엔 조금만 심을까?.”

“그러지 뭐.”

작년엔 텃밭이 없는 지인들에게 초보 농사꾼들, 두부와 서진이 텃밭에서 나온 작물을 나눠드렸다. 그리고 우리 집 앞과 텃밭은 새로운 산책로가 되어 예뻐서가 아니라 신기해서 구경 오시는 동네 분들에게 차와 다과를 많이도 차려드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회관 꽃할매 4인방이 찾아오셨다.

똑. 똑.

“집에 있어?”

“차는 두 대 다 있고만, 집에 있당께.”

“더 두드려봐야.”

“마당에 풀하나 없네.”

똑. 똑.

할머니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부와 나는 서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로 할머니들이?'

누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들어오실까 봐, 후다닥 집안을 치우고

먼저 옷을 갈아입은 두부가 나갔다.


“누구세요?”

“우리. 나와봐.” 대장 할머니 목소리다.

난 문을 여는 두부 뒤를 따라갔다.

"안녕하세요?" 두부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난 밖을 내다보자마자 “안녕하세요? 어떻게 여기까지 걸음을 해주셨어요?” 신발을 신은 둥, 마는 둥 뛰어나갔다.


“있당께” 대장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들에게 '내 말이 맞지?”라며 우릴 반기셨다.

"여그." 두루마리 화장지 한아름을 던지듯 내 팔에 넣어주신다.

"이사 선물."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던지시는 대장 할머니.

"들고 오시느라 힘드셨죠. 회관으로 오라고 전화를 주시죠." 나와 두부는 감사하고 당황스러웠다. 분명 안 좋은 허리를 뒤로 바치고 화장지를 들고 오시느라 힘들었을게다.

"산책 왔다쳐요이." 할머니 2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장이 그라던디 이사 왔다고.” 대장 할머니가 말을 이어하셨다.

“이사 온 게 아니고 저희가 이 집을 샀어요. 2년이 살았는데요 뭐.”

두부가 할머니들께 설명했다.


“그 말이 그 말 아니것어.” 할머니 2가 말씀하며 집안을 힐끔 둘러보셨다.

집을 샀응께 인자 울 동네 사람이랑께.” 하며 할머니 3이 우릴 바라보며 '그라제'라는 듯 눈웃음을 보내셨다.

두부와 나는 서로 눈치만 보다, 들어오시라는 신호를 보냈다.

“들어와 차 한잔하시겠어요?”

“우리도 바뻐. 머다러 집에 들어가. 한번 둘러보고 갈랑게 걱정 마.” 하시며 할머니들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안 보이셨다.

“원래 네 분이 같이 다니시지 않아요?”

“그 거시기 할머니는 허리 아파서 병원 갔어.” 대장 할머니가 텃밭을 살피시다 우리 바라보며 말을 던졌다.

“우리가 넷이 다니는지 아는갑다.” 할머니 세 분이 동시에 우리를 쳐다봤다.

“길동이(우리 집 강아지) 산책길에 자주 뵙잖아요.”


“많이도 심었네. 둘이 다 먹것어?” 할머니 2가 이것저것 둘러보셨다.

"신기한 거 많네잉" 할머니 3도 할머니 2를 뒤따랐다.

“보기보다 부지런허네, 풀도 없고. 요즘 젊은것들 요런 거 안 하드만.” 하며 대장 할머니는 쓱 매의 눈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당 놀리기가 아까워 해 보려고요.”

나와 두부는 눈치가 보이는 이 상황이 어색했다.

할머니 심사관님들에게 우리가 심사를 받는듯한 묘한 분위기?


“이건 뭐 당가?” 대장 할머니가 물어보셨다.

“공심채요. 동남아나 중국에서 많이 먹어요.” 할머니들 더 말하라는 건지, 설명하는 날 그냥 바라만 보셨다.


“이렇게 따서, 액젓하고 마늘, 생강, 간장을 넣고 볶다가 땅콩 가루 뿌려주면 고소해요. 좀 드릴까요?” 아니 만들어 드려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린 줘도 못혀. 저 뭣이냐. 그냥 볶아 먹으면 되는 거데?” 할머니 2가 물어보셨다.

“저 할마씨 요리를 잘해.” 할머니 3가 할머니 2를 가리켰다.

“네 제가 따드릴게요. 마을회관에서 점심에 드시면 되겠다.”

나는 제일 큰 비닐봉지를 꺼내 가득 넣어드렸다.


“회관에 자주 놀러 와.”라는 말을 남기고 꽃 할매 4인방은 손을 흔들며 지팡이를 집고 떠나셨다.


떠나는 뒷모습 뒤로, ‘우리 자주 올게.’라는 메아리가 울리고 있었다.

“두부야 이제 자주 오실 것 같지.”

“언니 우리 집에 풀이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인즉 앞으로 우리 집에 풀이 없는 깨끗한 마당이 되어야 한다는 예고장이었다.


“언니 풀 잘 메야겠지. 우리 부지런하다고 칭찬하시는데.”

“풀 좀 멜래?”

텃밭 가꾸기 싫다고 매일 투덜대는 두부는 할머니들이 왔다 가신 후부터 하루도 빼지 않고 풀을 뽑았다.

“두부야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언니, 그냥 공구리 칠까?”

“이미 늦었어. 할매들이 다 봤어.”


우리가 주기만 하고 받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지금도 받는 게 더 많다.


그동안, 오고 가며

“인사 잘해서 이뼈, 옥수수 가져가라니까 왜 안 가져가는겨?” 하고 한 망 던져주고 가는 어르신.

“말 걸어줘 고마워. 밤 호박이 실혀, 들고 가.” 팔에 안겨주시는 어르신.

“젊은 사람들이 사교성도 좋아. 배추 따가. 올 배추 맛나.” 칼로 배추 따주시는 어르신

집에 옥수수, 양파, 밤 호박, 배추, 봄동, 고구마 그리고 가끔 걸려있는 비닐봉지.

“잔치가 있었는데 이 집선 아무도 안 와서 집에서 걸어놨소.”라며 이장님이 문 손잡이에 걸어 둔 떡, 과일.

“쟈들이 얼매나 열심히 사는지 아요. 그런 소리 마쇼.” 누가 우리에게 한소리라도 하면 편들어 주시는 꽃할매 4인방

“콩은 심었다요? 뭐더러 거따 심어. 여그 뚝에 심지.”

텃밭 일도 오셔서 하나하나 알려주는 고마운 분들이시다.

올해 들어 텃밭 일이 귀찮다고 뺀질대던 두부가 뛰어 들어왔다. 그러더니 우리의 텃밭 컬렉션을 꺼내 들고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갈아입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난 일하다 말고 두부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언니 큰일 났어! 몰티즈 할머니가 ‘상치에 물 안준당가?’하고 지나갔어.”


우리 집 마당에 난리가 났었다. 상추가 누가 씨를 뿌려 놓은 거처럼 엄청나게 자라고 있었다.

내 추측에는 두부가 꽃씨를 뿌린다는 게, 봉투에 담아 놓은 상추씨를 뿌린 것 같았다. 하지만 두부는 꽃씨만 뿌렸다고 주장하던 그 상추였다.


“언니 둘러보니까. 풀도 뽑아야 할 것 같아.”

난 속으로 큭큭큭 웃었다. 물 안 주길 잘했다 서진아.

이젠 두부가 좀 부지런해지겠네.

“두부야. 할머니가 또 뭐라셔?”


할머니들은 두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사투리가 많이 어색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기억해 내려 많이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