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책하러 나간 두부.
출근 시간이 다 돼가는데 오질 않았다.
난 텃밭 쪽으로 살살 마중을 나가봤다.
저어 쪽 초등학교 후문에서 동네 할머니들에게 붙잡혀 수다 삼매경인 두부가 보였다.
“길동아~ 길동아~.”
내 목소리를 들은 우리 강아지, 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왔다.
그리고 난, 할머니들에게 목인사와 함께 손을 흔들어 드렸다.
그제야 두부가 풀려났다.
저거 저거, 출근 시간 늦었는데 느긋이 걸어오는 두부.
“천천히 가.” 이렇게 출근시간 빠듯이 출발하는 두부는 내달릴 게 분명했다.
“알았어. 할머니들이 붙잡고 안 놔주는데 어떻게.” 성격 급한 두부가 이럴 땐 여유롭다.
“참! 산책길에 노랑집 아저씨네 만났거든, 주말에 식사하러 오시라고 초대했어. 괜찮지?” 이미 초대를 해놓고 물어보는 경우는 뭐지?
“토요일?” 나는 갑자기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깨를 탁 올리며 두부를 바라봤다.
두부는 그런 나의 어깨를 내려줬다.
“오. 오. 우리 별일은 없지?”
대부분 주말이면 손님이 찾아오는 우리 집은 스캐쥴 정리가 필요하다.
그때마다 난 밥순이가 된다.
제철 재료로 요리하고 작년부터는 텃밭에서 나는 채소를 곁들여 상을 차린다.
게스트하우스를 해보라고 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두부와 내 성격상 주말은 찾아오는 지인들과 아니면 우리끼리 조용히 보내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이번 토요일엔 무슨 요리를 할까...?' 매번 하는 고민이지만 난 진지하다.
그러면 이번엔 갑오징어 당첨.
지방이 없는 갑오징어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 먹물이 가득하다.
쪄낸 갑오징어 살을 먹물에 찍어 먹어도 맛이 있고, 다양한 재료, 감자, 채소 등을 넣은 파스타 그리고 해산물 요리에 먹물을 넣어 조리하면 소금을 따로 쓸 필요가 없다.
고소한 맛이 나는 먹물은 항바이러스 효과도 뛰어나고 저열량 고단백질 갑오징어는 토요일 손님들에게 안성맞춤.
두부에겐 다이어트 음식이 되겠지.
요리하기 전에 무슨 요리를 할까?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멘트. 나 진짜 요리사 같네.
'텃밭엔 뭐가 있나?' 텃밭 샐러드 채소 정리를 시작했다.
올해는 텃밭 채소의 포기 수를 줄여 심고 싶었지만
농약상 아주머니가,
“그거 가꼬 뭐 한당가? 아따 이 정도는 돼야 먹을 만치 딴당께.”라며 우리가 생각한 모종 수의 두 배를 포장해 주셨다.
그리고 “요거도 한번 심어봐야. 작년에 안 심어 봤제?” 이렇게 가짓수도 늘어났다.
모종 한다고 조립식 비닐하우스도 사서 청경채, 그린빈, 스틱 브로콜리, 스위트바질, 와일드 루꼴라, 딜, 마조람, 세이지, 차이브, 코리엔더를 열심히 살렸다.
그런데 작년 허브들이 텃밭에 씨를 뿌려 자생을 했다. 모종한 채소보다 더 잘 자라고 있어 허브모종들은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냈다.
그렇게 조금만 심자고 두부와 다짐을 했것만 텃밭이 1/3이 늘었다.
그냥 올해 농사도 뭐, 별 탈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손님이 온다니, 시간이 날 때마다 풀을 뽑기를 재촉했다.
토요일
“언니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성질 급한 두부가 또 서두르기 시작한다.
“점심이라 간단하게 할 거야. 그분들 많이 안 드셔서 즉석요리로 준비하려고. 한... 한 시간이면 다 하겠네.”
솔직히 일어나기 싫었다. 어제 풀을 너무 열심히 뽑았아서 몸이 뻐근하다.
“너도 일어나기 싫어서 물어본 거지?” 게으른 서진.
“응. 그럼 몇 시에 일어나?” 게으른 두부
“잠깐…. 지금!” 갑자기 빼먹은 일이 내 머리를 마구 두드린다.
씻고 나가서 채소 따고 정리해서 포장까지 하려면 한 한 시간, 요리 한 시간, 그동안 두부가 상차림 준비하고오오오 아! 청소.
“더 자도 된다며?” 게으른 두부
“12시에 오신다고 했지?” 노랑집과 약속을 정한 녀석에게 다시 물어본다.
“응.” 약속은 자기가 해놓고 귀찮다는 듯 대답을 한다.
“청소하고 씻자?” 두부방으로 가서 그녀의 팔을 잡아끌고 나왔다.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안 될까?” 두부가 볼멘소리.
“두부가 초대하셨거든요.”
“네 그렇군요.” 발딱 고개를 드는 두부.
시간은 가까워지고, 청소도 끝났고.
“두부야, 채소 포장은 다 됐어?” 가끔 우리 텃밭에 나는 작물을 농사짓지 않는 분들에게 나눠드린다.
“레디. 레디.” 두부가 소리를 치며 대답을 한다.
“테이블 정리해 줘? 그릇하고 컵도 꺼내 놓고.” 아니 바쁜데 두부가 풀을 뽑고 있다. 뿔만 뽑으면 집이 깔끔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넹~” 대답만 하고 계속 풀을 뽑는다.
자. 이제
찐 갑오징어의 먹물을 분리하고, 다시 갑오징어를 얇게 썰어 접시에 올리고 먹물소스를 부어 준다.
마늘과 허브로 마리네이트 한 닭가슴살을 철판에 굽고, 볶은 죽순과 양파를 넣은 들깨 소스를 끓여 놓는다. 그리고 작고 오목한 팬에 닭가슴살을 넣고 죽순과 양파가 들어가 들깨 소스를 자작하게 넣어 약 불에서 부드럽게 익힌다.
텃밭 채소와 파프리카를 듬뿍 넣은 도토리묵.
두부가 좋아하는 루꼴라 올린 토마토, 달걀 볶음.
혹시 모르니 가마솥 밥 조금씩.
밖에서 두부와 노랑집 부부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노랑집 부부는 퇴직 후, 귀촌해서 우리와 한동네에서 산다. 나보다 몇 년 먼저 귀촌하셨지만, 우리 모두 시골 생활엔 서툴러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지낸다.
접시를 들고 밖으로 나가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한동네에 산다 해도 노랑 집과 우리 집 사이엔 아주아주 드넓은 논들이 펼쳐있어 망원경을 들지 않으면 서로의 집이 보이지 않는다. 산책을 나가도 시간대가 안 맞으면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힘들다.
“이번에도 귀한 것들을 차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저씨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신다.
밥 먹는 것에 관심을 둔다는 것을 어색해했다는 아저씨는 손님 기호와 스토리에 맞춘 음식을 대접하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새삼 먹는 즐거움이 생겼다는 말을 종종 해주신다.
아저씨는 음식을 둘러보시며 “두부는 좋겠어요. 언니가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거 아냐?”라 말하신다.
“전 인스턴트 좋아해요.” 라면 귀신 두부가 쌜룩거린다.
“이런 음식 먹고 살찌는 거 아냐?” 노랑집 여사님도 옆에서 거든다.
“안 먹어서 살쪄요. 먹으면 살 빠지고. 이분이 제 역류성 식도염도 고친 분이잖아요.” 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럼 맛있는 요리 먹고 살도 빼면 되겠네.” 아저씨, 두부 살 빼는 문제에 적극적이다.
“나 진짜 살 빼야 하는 거야?” 조금 짜증이 섞인 말투의 두부.
“아니, 빼고 싶을 때 빼. 무슨 상관이야! 네 몸인데. 그래도 보는 사람마다 얘기하는 걸 보면 조금 심각성은 알아야겠지. 너 병원에서 고혈압 조심하라고 했다며, 지방간도. 언니보다 신체나이는 네가 더 어르신이야.”
두부도 노랑집 부부도 웃었다.
나도 굳이 본인이 싫다는데 강요는 하고 싶지 않다. 건강해지려고 다이어트를 하는데 모든 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여기 두부가 좋아하는 토마토, 달걀 그리고 도토리묵.”
“맛있다. 언니.”
우리 두부는 아직도 심각하게 다이어트를 고민 중이지만, 그래도 과자는 덜 먹고, 커피믹스와 아이스크림은 안 먹고, 스스로 건강해지려 노력한다.
내 생각이지만, 두부의 다이어트는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앞으로 결심까지 일주일 남았구나.
언제나 맛있게 즐겨주시는 노랑집 부부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