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최대의 적이 스트레스. 그런데 두부가 스트레스를 받을 걸 알면서도 난 왜 다이어트를 권할까?
남들이 날씬한 몸을 만드는 일을 다이어트라 부르니까?
난 그런 다이어트를 권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 산촌으로 귀촌을 하기 전,
두부가 차를 샀다며 3시간 30분 거리를 5시간 걸려 -아니 더 걸렸었나? 아침에 출발한 녀석이 컴컴한 밤에 도착했다.-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보자마자 ‘뭔 일 있네.’ 탁 감이 왔다. 침착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렸었다.
“언니 아무래도 시간이 된 것 같아. 나 싱글로 돌아가려고.”라는 첫마디.
“그동안 고생했다. 너 몸은 괜찮아? 아파 보이는데.”
“안 아파.”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녀는 아주 많이 아팠다 몸도 마음도.
“한집에 있으니까 불편해. 내가 거기서 갈 데가 어딨어. 그냥 버텼지. 언니가 그랬잖아. 이제 어른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그녀의 얼굴이 침울했다.
“불편하니까. 매일 편의점에서 사다 먹었지. 그러다 맥주도 한 잔씩 하고.” 글러더니 헛헛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소주 한 병을 마시네! 내가.”그녀가 킥킥대고 웃기 시작했다.
“언니도 알지 나 술 못 마시는 거.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나 했더니 이런 맛으로 마시나 봐, 기분 맛으로.”
두부는 이제 인생 통달한 사람 같은 표정으로 난 괜찮아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난 너무 속상했다.
“언니가, 이왕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으면, 경력 좀 더 쌓고 학비 벌어 유학 가라고 했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이제 와, 이런 얘기하면 뭘 해. 두부야, 지금부터가 중요한 거야. 새 인생 사는 거야.”
두부의 아픈 마음이 건강을 해쳤다.
두부의 꿈은 ‘오가닉 팜 레스토랑’ 셰프였다.
유럽 자전거 여행에서 여러 우프(WWOOF), 농장을 거치며 자연이 참 좋았단다. 농가에서 일하며 수확된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고, 음식 조리하는 일을 도우며 꿈을 만들었다.
나에게 그녀는 자신의 블루프린트를 자주 꺼내 보여줬었다.
두부는 한국에 와서도 우프를 계속했다. 농사를 배우고 싶다고.
그러다 이 산천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순박하고 좋은 청년을 만났다며, 나에게 와달라고 했었다.
같이 농사를 짓고, 본인은 식품영양학을 청년은 농업을 공부해 같은 꿈을 이루고 싶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었다.
“언니는 저 사람이 왜 마음에 안 들어?”
“일단 너와 성향이 달라. 그래서 대화가 안 될 것 같아. 부모님은 뭐라셔?”
“반대하시지.” 두부는 반대하는 부모님께 으름장을 놓고 짐을 싸 나왔다.
“두부야, 네 꿈을 이루는데 꼭 농부와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야.”
난 두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답을 기다렸지만, 한번 결정한 일에 후퇴가 없는 두부는 입을 꼭 다물었다.
“배워서 하면 돼. 엎어지고, 까지고, 뒹굴면서 배워. 천천히.”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더 꽉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불같은 두부.
“언니 생각에 저 친구는 집안 대대로 농사를 지었지만, 농사엔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난 그녀를 슬쩍 쳐다봤다.
“시어머니 될 분이 난 농사 안 해도 된대. 농사는 저 사람이 하고, 난 공부해서 자격증 따고 ‘스마트 팜’ 만들어서 레스토랑 열거야.” 두부야! 결혼 전엔 다 잘해줘!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불도저 두부.
“두부야, 꿈은 잘 다뤄야 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야.”
처음엔 잘 지내나 싶어, 궁금한 마음에 몇 번을 내려와 두부와 그녀의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 노력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두부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일 년도 안된 시점부터 거의 매일 저녁, 울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었다.
“언니 시어머니가 학교 다니지 말래.” 전화기 너머로 그녀가 얼마나 울었는지 코맹맹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학비 때문에 그래? 학비도 안내잖아?” 난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시집온 며느리가 집안을 살리겠다고 공부를 시작하고 농사를 배우겠다며 농업기술원에 다닌다는데 반대라니.
“솔직히 그 사람, 농대 못 들어갔어. 아들하고 비교되는 게 싫은가 봐.” 팽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하는 소리에 난 불안해졌다.
“그건 당연할 수 있어. 너 지금 깡촌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한 거잖아.”
1년간의 결혼 생활을 들어보니 두부 신랑은 효자였다. 거역하지 못하는 어머니 피해 본인도 다른 직업을 선택해 탈출한 거였다.
그러다 자기 어머니가 소개한 두부를 만나 다시 농사를 짓게 됐다.
‘걔는 좋았을까?’
두부야, 시골 총각들 장가 못 가서 힘들어하는 거 몰랐어?
그리고 누가 그랬어? 시골 사람은 다 순박하다고. 거기도 같은 사람 사는 곳이야.
두부의 첫 남자, 시골 총각.
두부는 결혼한 지 두어 달 지나고부터 농사일은 안 시키겠다던 시어머니의 부름을 받기 시작했다. 새벽 5시 시어머니 집에 출근, 밭일, 저녁 차려드리고 퇴근해 다시 집안일을 해야 하는 머슴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 나온 서울여자와 결혼한 두부의 신랑은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멋진 남자가 되었다.
“네 신랑 잘 설득해서 읍에 집을 얻자고 하는 건 어때? 365일 어떻게 매일 시집에 가. 너도 약간의 여유가 있어야지?”
남들 부러움을 사는 두부 신랑은 어머니에게는 꼼짝 못 하는 마마보이에 지나지 않았다. 이 마마보이는 어머니 무서워 어떤 말도 못 꺼냈다.
견디다 못한 두부는 읍에 직장을 구했고, 그래도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려 했지만, 생각 같지 않았다.
시댁에서 쫓기다시피 이혼을 하고 시댁을 나왔다.
그런 두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도 말도 없었다.
“두부야 괜찮아. 언니 있는 데로 올래?"
그녀는 지금 다니는 직장 동료들이 좋아 그냥 머물고 싶다며 읍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얻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에서 두부는 나와 같은 나이에 화려한 싱글이 되었다.
제대로 먹고살지 못했던 두부가 싱글이 되고 나서 살을 빼기 시작했다.
단식. 말이 좋아 단식이지 안 먹고 단시간에 살을 빼고 싶어 했다. 두부는 불도저다.
그러나 안타까운 후 폭풍이 있었으니, 바로, 먹지 못한 스트레스로 인해 폭식과 식탐이 생겼다.
이것은 건강의 최대 적이었다.
만성 변비, 여드름, 역류성 식도염, 또 두부가 가지고 있는 게 뭐였지?
그러다 갑자기, 건강하고 우아하게 살겠다 선언한 두부는
홍차 동아리에 들어가고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며 예쁜 물건을 보면 사들였고손님들을 초대해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급기야 플라잉 요가를 시작했었다.
밥은 여전히 안 먹고
20대 젊은 아가씨가 시집살이로 30대가 됐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거였다.
하지만 사람 바뀌지 않지, 두부는 빠른 포기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다.
두부야, 운동도 싫고, 못 먹는 것도 싫겠지만,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제일 힘들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