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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티프로젝트 Jun 12. 2023

진저티 신입사원 영재의 진저티플 버스킹: 주은

맨 앞에서 다음 목적지로 이끌다가도, 때로는 맨 뒤에서 멤버들을 살피는 ‘리더’

안녕하세요 인터뷰 버스킹 시간입니다~ 이번 버스킹의 주인공은, 진저티의 유일무이 대표님, 주은 님입니다! 최근 진저티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헤쳐나가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우리 주은 님을 겨우 붙들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만큼 소중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인터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영재: 우선 가볍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주은 님!

주은: 진저티에서 ArTea Collector를 맡고 있는 홍주은입니다. 숨겨진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발굴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는 아트 컬렉터 같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웃음) 



영재: 멋있는 직함이네요! 많은 시간을 지나 단독 대표가 되셨는데요, 주은님의 진저티 여정에 대해 듣고 싶어요.

주은: 6주년 뉴스레터를 쓰면서 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어요. ‘나는 진저티가 심고 키운 열매다’라고요. 진저티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위한 실험실’인데, 저는 제 스스로가 바로 그 열매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진저티에 조인했을 때 몸도 마음도 취약한 상태였어요.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6년의 경력 공백기를 가진 후 귀국해서 입사했는데, 처음 6개월 정도는 날마다 울었어요. 예전에는 일을 제법 잘했던 것 같은데, 다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진저티 초창기에는 세 분의 공동 창업자분들 아래 저 혼자 있었거든요. 약간 캐릭터 강한 시어머니 세 분 모시고 사는 며느리 같았달까요? (웃음) 시어머니라고 표현한 건 저와는 다른 레벨의 분들이었기 때문이에요. 카리스마있는 베테랑들이셨어요. 그래도 세 분이 저를 진저티로 초대해 주시고, 가능성을 믿어주시고, 무너질 때마다 저를 안아주셨어요. 그런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그 시즌이 ‘진저티 ver. 1.0’이었다면, ‘진저티 ver. 2.0’은 2018년도부터 현선님과 함께 공동대표를 했던 시즌인 것 같아요. 사실 그 시즌도 쉽지는 않았어요 (웃음). 개인적으로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육아나 살림을 스스로 해야 했고, 남편도 새로운 시즌에 접어들었고, 그 와중에 고등인턴 하숙도 하게 되고… 와, 다시 생각해도 정말 폭풍 같았어요. 근데 그렇게 정신없이 몰아치는 중에 처음으로 개인과 조직의 성숙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현선 님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었기에 안전하게 조직과 리더십에 대해 탐색할 수 있었던 시즌인 것 같아요. ‘조직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그런 생각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현선 님이 쓰러지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짜 눈앞이 아찔했어요. 현선 님의 부재를 통해 비로소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경험했어요. 그 이후 저도 번아웃이 크게 와서 또 한 번 위기가 있었고요. 그런 위기들을 거치면서 현선 님과 ‘다음 세대 리더들을 준비시키자’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렇게 다음 공동대표 2명을 세우면서 ‘진저티 ver. 3.0’이 시작되었죠. 짧았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시즌을 보내고, 현선 님이 먼저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셨고, 다음 공동대표들도 개인적인 사정들로 진저티를 떠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제가 단독 대표가 되었더라고요. 


영재: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긴 시간이었던 만큼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들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요, 주은님이 경험하셨던 번아웃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때 왜 번아웃이 오셨던 거예요?

주은: 최근에 제가 ‘자율과 책임’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데요. ‘자율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사실 제일 건강한 상태거든요. 그 힘으로 진저티가 여기까지 온 거라고 생각하고요. 근데 그 균형이 무너지면 개인도 조직도 건강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자유롭게 내버려 두면 자아가 비대해져서 제 멋대로 가게 되고, 반대로 책임감이 너무 과하면 탈진되거나 교만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저도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그때가 2020년 9월 16일이었는데, 날짜도 너무 정확히 기억나요. 그즈음에 급성 위염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도 워커 홀릭처럼 일만 했어요. 여러 가지 부담감에 짓눌려서 건강하지 못한 책임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정도로 어려웠던 것도 아닌데요. 그러다가 빵 터진 거죠. ‘아, 여기서 멈춰야겠다. 내가 나를 멈추지 않으면 정말로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새벽 현선 님에게 장문의 메일을 썼어요. 그만둬야 될 것 같다고요. 그리고는 제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정리했어요. 누구에게 무엇을 맡길지 프로젝트 위임자와 남은 작업들을 다 정리하고 나니까, 진짜 제가 해야 되는 프로젝트가 한두 개 정도 남더라고요. 현선 님이 그 메일을 받자마자 전화하셔서 ‘너는 네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라는 걸 이렇게 잘 알면서, 왜 지금까지 그 모든 걸 다 네가 해야 되는 일들로 생각했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리고 저의 맥락과 조직의 맥락을 다시 한번 읽어주셨는데, 자기 객관화가 되는 순간이었달까요? ‘내가 되게 쓸데없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구나, 그 부담감을 내가 다 갖지 않아도 되는데. 더 맡기고 나눠도 되는데. 그게 사실은 동료들에 대한 신뢰이기도 한데. 내가 너무 교만했구나.’ 그리고 그때 제가 너무 일에 몰두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현선 님이 ‘네가 너무 1년 전 쓰러졌을 때의 나 같아서 그냥 이렇게 두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러다가 다음 세대 리더십을 세우는 방향으로 이야기 나누게 된 거죠. 번아웃과 자기 객관화의 시간 덕분에 ‘자율과 책임의 균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체화한 것 같아요. 

진저티 2.0 시절의 현선 님과 주은 님


영재: 말씀해 주신 것처럼 대표의 자리가 매우 고된 자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책임감이어서 더 대단한 것 같아요. 탈진의 경험 이후에 다음세대 대표들을 세우셨다가, 다시 단독 대표를 맡게 되셨잖아요. 대표의 어려움을 이미 알고 계시면서 다시 대표 자리를 맡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다시 맡게 되신 걸까요? 감사한 마음으로 여쭤봅니다.

주은: 남아 있는 동료들이 제 눈에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내가 남아있는 이유는 뭘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 선배들이 내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나를 키워준 것에 대한 감사가 커지더라고요. 내가 변화하고 성장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 공동체에 있는 동안 변화하고 성숙할 수 있으면 좋겠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그런 마음으로 작년 7월부터 다시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고 또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올해 3월에 정신 차려 보니 모든 서류에 제 이름만 남아있는데 약간 현타가 오긴 하더라고요.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웃음) 저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에요.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요. 지금 이 시간을 통해서도 내가 배울 것이 있겠지, 지혜를 구하며 조금씩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영재: 아니에요 주은 님. 저희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끔 버거우실 것 같아요. 주은 님은 또 지친 티를 잘 안 내시는 스타일이라 제가 굳이 굳이 파고들어 물어봅니다. 이렇게 큰 변화의 시기에 단독 대표로서 맡은 업무와 책임감 때문에 지친 마음이 들지는 않으신지?

주은: 어제도 정말 역대급 하루였어요. 어댑티브 리더십 워크숍 진행하고, 끝나자마자 줌 미팅하고, 바로 가은 님과 1:1 하고, 연구 수정 계획서 작성해서 보내고, 놓친 통화들 콜백하고 메일 회신하고. 그렇게 밤 10시 넘어서 택시 타고 퇴근하는데 하루가 참 길더라고요.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근데 그런 하루가 의미 없는 하루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한 발씩 나가고 있는 동료들,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볼 때 힘이 나요. 

영재: 들어보니까 제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은 님의 어깨에 지워진 많은 짐들을 제가 좀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막 생겨난달까요. 그저 감사와 존경이 가득해집니다. 감사해요 주은 님. 너무 이야기가 재미있고 깊어서 이대로 인터뷰를 끝내고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그러면 주은 님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없으니까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주은 님이 진저티에서 진행하신 프로젝트가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요?

주은: 가장 먼저 떠오른 건 BIC 프로젝트? 처음 참여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초창기 진저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프로젝트라 기억에 남아요. BIC는 원래 PQASSO라고 영국에서 만들어진 조직 건강성을 자가 진단하는 툴이에요. 그 툴을 번역해서 공동창업자 세 분이랑 같이 툴킷도 만들고, 영국에서 멘토를 모셔와 트레이닝도 받고, 한국형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서 런칭한 프로그램이에요. 조직 건강성을 12가지 역량 면에서 스스로 진단하고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액션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까지 해보는 조직 컨설팅 프로젝트였어요. 진저티의 초창기 미션은 비영리 조직의 건강성을 지원하는 거였어요. 창업자 세 분과 제가 비영리 조직 출신이니까 좋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금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이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특히 시스템을 구성원들 스스로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죠. 영국에서 20년 넘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단체들을 회복시키고 건강하게 도왔다는 사실을 저희가 알게 되어서 그 프로그램을 한국에 가져온 거예요. 실제로 멘토 트레이닝을 받은 이후에, 저희가 6개 정도 조직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러 다녔어요. 그중에는 진저티의 좋은 친구, 인디스쿨도 있어요. 그 인연으로 저희에게 사무실 공간을 내어 주시게 됐죠. BIC 시스템은 외부 전문가 중심의 컨설팅이 아니라, 조직 내 변화를 만들어낼 내부의 구성원들, 즉 액션 그룹을 선발해서 그분들이 직접 대화하면서 자가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구성원들 스스로 우리 조직의 어떤 부분이 취약한 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걸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멘토링을 통해서 도움 받는 프로젝트여서 변화 역량을 길러내는 ‘어댑티브 리더십’의 전신이었던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BIC 프로젝트에 함께 한 인디스쿨 선생님들과

영재: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나요? 뭐랄까 주은 님이 가장 애를 많이 쓰신 연구라던지, 마음이 갔던 연구라 던지요!

주은: 아무래도 ‘밀레니얼 세대 연구’겠죠. 밀레니얼 연구 제안을 받기 전에 2015년 즈음 해외 리서치를 하다가 미국에서는 10년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리서치들이 정말 많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본 것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됐어요. 그러던 중에 동그라미재단에서 청년들이 비영리 영역에 더 많이 진입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연구해 달라고 의뢰하신 거예요.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까 이 친구들은 누가 오라고 한다고 올 친구들이 아니었지만요. (웃음) 어쨌든 제가 밀레니얼 세대 연구 PM을 맡게 된 것이 둘째 아이를 낳고 두 달도 채 안 됐을 때였어요. 출산 휴가가 끝나갈 즈음 팀장님이 ‘이 연구 맡아볼래? 네가 맡지 않으면 접을려고’라고 말씀하셨어요. 분명 선택의 자유를 주신 것 같긴 한데 답정너 같았어요. 산후우울증 뭐 이런 고민은 사치였고요, 나는 이렇게 다시 일터로 복귀하나 보다 하고 시작하게 됐고, 100일도 안 된 신생아를 돌보면서 잠도 못 자고 머리카락 빠져가며 연구를 해야 되니까 더더욱 치열하게 why를 찾으면서 연구했죠. ‘내가 왜 밀레니얼 세대 연구를 해야 되나?’ 이 연구의 의미는 갓 태어난 아이와의 시간과 맞바꿀 만큼 중요해야 했거든요. 


영재: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연구의 의미가 아직 명확하지도 않은데, 아이를 돌보면서 몸 써가면서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주은님이 찾으신 밀레니얼 연구의 의미는 무엇이었어요?

주은: 연구를 기획하던 시기에 우연히 ‘리틀빅 히어로’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는데, 20대 후반의 한 청년이 미래가 보장된 대기업을 퇴사하고 어느 섬에 내려가 어르신들을 돕는 홍반장 같은 일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당시에 청년 퇴사 이슈가 뉴스에 계속 나오고 있었거든요. 청년들이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 들어가고 또 어렵게 준비해서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퇴사를 한다. 그런 뉴스들을 보고 나서 그 프로그램을 봤는데 ‘저 친구는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저 친구 말고도 자기답게 빛나는 청년들이 많을 텐데. 그 친구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그런 질문,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세대 친구들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다, 이 친구들의 가능성을 알리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연구를 하게 됐어요. 

밀레니얼 세대 연구 때 처음으로 당사자 주도 연구 방식을 시도했어요. 그 연구를 기점으로 당사자 중심, 강점 기반 연구 전략이 진저티 연구에 정착된 거예요. 오늘날 진저티의 연구는 거의 다 당사자 중심이잖아요. 근데 그때 당시에는 연구의 대상인 밀레니얼 세대가 직접 연구를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 참여자들에게도 낯설고 진행하는 우리도 처음 시도해 보는 방식이라 시행착오를 엄청 많이 겪었어요. 연구에 참여했던 밀레니얼 세대분들이 FGI나 워크숍이 끝날 때마다 ‘이렇게 하면 연구 결과가 나와요?’, ‘이게 연구가 맞아요?’라고 계속 물었어요. 이 분들의 진짜 목소리를 깊게 그렇지만 재밌게 들여다보고 또 꺼냈죠. 밀레니얼 세대 연구는 진저티 연구의 색깔을 만들어준 첫 번째 실험이었어요.


영재: 듣기로는 그 연구 덕분에 진저티가 굉장히 유명해졌다고 들었어요. 왜 유명해진 것 같나요?

주은: 2016년도에는 ‘밀레니얼’이라는 단어도 없었어요. ‘밀레니엄’이라고 부르던 시기였죠.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직접 주체가 되어 연구한, 전에 없었던 매거진 형식의 밀레니얼 세대 연구보고서가 나왔고, 이걸 눈여겨보신 기자님 덕분에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 1면에 인터뷰 기사가 크게 실리면서 유명해졌죠. 이후로 선거관리위원에서도 찾아오기도 하고, LG인재개발원 같은 대기업에서도 찾아오기도 했어요. 그즈음부터 여러 조직들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특히, 진저티의 연구가 밀레니얼 세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신선하다고 찾아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이 세대를 88만 원 세대, 흙수저로 짠하고 부정적인 세대로 보지 않고, 타고난 사회혁신가들이자 가능성 있는 주체로 바라본 첫 시도였거든요. 진저티 차원에서도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이 연구가 진저티에게도 많은 배움과 변화를 안겨줬죠. 


https://futurechosun.com/archives/19888


영재: 구체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떤 권한을 주셨나요?

주은: 그전까지는 제가 진저티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였어요. 영재님은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는 제가 막내였거든요! (웃음) 그래서 홈페이지에 글도 쓰고, 페이스북에 콘텐츠 올리는 업무들을 제가 맡아서 했어요. 주로 해외 리서치 자료나 정보 중심의 콘텐츠나 진저티 내부의 이야기 등 정갈한 콘텐츠를 내보냈죠. 근데 밀레니얼 세대 연구를 하면서부터, 특히 밀레니얼 연구를 소개하고 서베이를 요청하거나 확산하기 위해 밀레니얼 감성으로 소통을 해야 되니까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들에게 소통의 전권을 넘기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밀레니얼 세대가 진저티를 많이 팔로우하게 됐고요. 커뮤니케이션 외에도, 연구진으로서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에게 중요한 역할과 권한을 위임했죠. 당사자가 연구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파워풀하거든요. 자기 자신 혹은 또래에 대해 알아가는 연구니까 더 재밌기도 하고 또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연구 질문이나 진행 방식을 함께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설문항을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로 필터링하는 작업들을 밀레니얼 동료들에게 맡겼어요. 보고서가 릴리즈 된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나 워크숍 등에도  참여하게 하면서 기회와 권한의 범위를 확장했죠. 밀레니얼 세대 연구는 진저티에게 다음세대 연구의 문을 열어준 첫 연구이자 진저티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연구라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영재: 주은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저티가 다음세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작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어요. Z세대 연구를 진행할 때, 당사자인 저에게 연구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주신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있었고요. 다음세대와 관련되어서 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주은: 최근에 고등인턴들과 자주 연락해서 그런가 고등인턴 실험도 저에게는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진저티를 거쳐간 '틴턴'들

영재: 맞네요. 주은님이 언급해 주신 고등인턴들에 대한 내용도 궁금해요! 사실 고등학생 인턴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어도, 자세히 듣지는 못 했던 거 같아요. 물론 그 이야기들이 ‘틴턴'이라는 책으로 곧 발간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지만, 그 책의 썰을 여기서 조금만 풀어주세요. 어떤 고등인턴은 주은 님 집에서 살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 경험은 어떤 경험이었어요? 

주은: 사실 엊그제가 진저티 고등인턴이었던 창기 생일이었거든요. 창기랑 카톡을 하는데 문득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 친구랑 나는 교사-학생, 부모-자녀 관계도 아닌데, 계속 관계가 이어지는 게 신기한 거예요. 창기가 고등인턴하면서 저희 집에서 하숙을 했는데 같이 살 때는 힘들었거든요. (웃음) 그래도 제일 힘들었던 그 녀석이 제일 자주 연락하고 찾아오고 그래요. 저도 제일 많이 마음이 쓰이고 궁금하고요. 진저티가 했던 수많은 실험들 중에 진짜 끝판왕은 고등인턴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다 보니 뭐 하나를 하려고 해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줘야 하고, 또 이왕이면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보니 더 많은 공수를 들이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되게 비효율적이에요. 근데 애들도 다 알더라고요. 내가 되게 많이 사랑받았고, 이 어른들 때문에 좋은 경험 할 수 있었고, 내 세계가 되게 넓어졌구나 하고요. 그래서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물어보고 찾아오고 그래요. 저에게도 진저티에게도 고등학자 프로젝트와 고등인턴 실험은 큰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비영리 조직을 주로 대상으로 일했고, 밀레니얼 세대 연구를 마치고 고등학자 연구 제안을 받았거든요. 사실 내부에서는 반대가 심했어요. ‘우리가 왜 교육 연구를 해야 되나, 우리가 왜 청소년 프로젝트를 해야 되나’라는 목소리가 나왔죠. 


영재: 아, 진저티가 처음부터 교육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 게 아니었군요? 고등학자 프로젝트와 고등인턴 실험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은: 청소년 연구에 대한 제안을 받고 현선 님이랑 중요한 대화를 나눴어요. 현선 님은 제가 교육에 관심이 있고 제 소명이 그쪽인 걸 아셨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 진짜 해보고 싶어?’ 저한테 진지하게 물어보셨어요. 아마 승현 님도 저에게 이 질문 많이 받으셨을 거예요.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이요. 왜냐하면 그때 그 대화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현선 님이 저에게 물어봐 주셨기 때문에, 제가 더 책임감 있게 저의 선택과 결정을 잘 만들어가고 싶었던 마음도 들었고요. 그 당시 다른 멤버들은 이 연구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계신 상황이었는데, 현선 님이 ‘주은이 관심 갖고 있고 해 보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 주셨어요. 

일의 영역에서 나의 진짜 관심사와 소명이 연결되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게다가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고요. 고등학자 하면서 ‘어디까지 실험할 수 있을까'를 매번 갱신하면서 개인적으로 또 한 번의 인생 프로젝트를 경험했어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진짜 의미 있는 결과물도 나왔던 것 같고요. 그 과정에서 고등인턴 실험도 본격화된 것 같고요. 고등인턴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저티의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담고 있는 가장 진저티다운 실험이에요. 비효율의 끝판왕이지만,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의 의미와 보람을 진짜 많이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어요. 

저와 현선 님은 되게 다르지만 되게 같은 점이 하나가 있는데요, 사람을 키우는 데 관심이 많아요. 저는 이것이 진저티의 DNA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현선 님은 타고난 리더기도 하지만 심리학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채시고 만져주시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저는 교육학 전공을 했고 스스로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되게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덕분에 진저티도 사람의 성장에 가치를 둘 수 있었던 것 같고, 그 실험의 끝판왕이 고등인턴인 것 같아요. 그 여정을 책으로 쓰면서 돌아보니까, 우리가 이걸 왜 했고, 이게 우리한테 어떤 의미였었는지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 경험이 우리에게 진짜 필요했던 경험이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승현 님 가은 님이랑 대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나눴었어요. ‘고등인턴들이 우리에게 계속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젊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실험하는 감각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 그것도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다음 세대에 대해서 우리가 연구를 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찾아오는 다음 세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함께 일하면서 그 세대의 감각을 익혀간 것 같아요. 다음 세대가 진저티를 계속해서 변화하게 하고 또 앞으로 나아가게 돕는 거죠. 


영재: 주은 님이 사람을 키우는 것에 진심이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듣기로는 주은님이 원래 교수가 되고 싶으셨다고 하던데요,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주은: <틴턴>에 제가 고등학교 때 만난 한 미술 선생님과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요. 그 만남이 저에게 진짜 중요한 만남이었던 것 같아요. 한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꿈꾸게 된 계기였거든요. 선생님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깊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저는 좋은 선생님들을 길러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죠. 그러려면 교수가 되야겠다고 생각했고,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결국 못 가게 됐는데, 현선 님한테 코가 꿰어서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곳에 입사하게 되었고,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진짜 세상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온 거고요. 제가 그때 진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바로바로 진학해서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됐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모르는 머리만 큰 교수가 됐을 것 같거든요. 교수는 아니지만 저는 제가 그 꿈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간 동안 저에게 뜻밖의 다양한 경험들이 주어졌고, 현장의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고 사람을 키워내는 방식의 연구와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은 선생님들, 청소년들을 만나고 또 변화하도록 돕고 있잖아요. 그래서 되게 감사해요.

<고등학자> 단체사진


영재: 주은 님은 정말로 누군가의 성장에 진심이신 것 같아요. 그게 정말 멋있고 배우고 싶어요. 문득 궁금한 게 생겼어요. 주은 님은 밀레니얼 세대 연구도 하시고, Z세대 연구도 같이 해주셨잖아요. 두 세대 연구를 하시면서 주은님이 보시기에 각 세대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주은님이 보신 두 세대의 특징이 궁금해요.

주은: 밀레니얼 세대 팀장인 지혜님이 Z세대 매니저님들이랑 같이 일할 때 힘들다고 하시는 것처럼 (웃음), X세대 팀장이었던 저도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할 때 힘들었어요. 밀레니얼 세대든 Z세대든 모두 새로운 세대이다 보니 조직 입장에서는 낯설고 또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죠. 특정 세대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사회 초년생의 공통점 같은 게 확실히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세대의 다른 점이라면, 밀레니얼 세대는 확실히 이상적인 것 같아요. 추구하고 지향하는 바가 있다고 할까요? 그런 게 있어서 그걸 쫓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반면에, Z 세대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 같아요. 밀레니얼 세대는 현실이 힘들어도 내가 쫓는 어떤 희망이나 이상을 좇아서 갈 때 거기서 에너지를 얻는 게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재미’가 중요했던 것 같고요. 근데 Z세대는 좀 안타깝긴 한데, 현실의 무게가 진짜로 더 무겁게 느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기 침체나 기후 위기 같은 악화된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울감이나 갓생 열풍도 그런 환경 속에서 더 짙어졌겠구나 싶어요. 그래서 생존에 대한 감각이나 책임감이 다른 세대보다 더 절실한 것 같고요. 

밀레니얼 세대는 (당시에 그런 흐름이 있기도 했지만) 다른 세대보다 쉽게 퇴사를 결정하고 또 새로운 일을 쉽게 찾아가는 느낌이에요. 현실이 힘들어도 내 가치, 내 취향, 내 생각대로 가보자라는 마음이랄까.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마음이 커 보여요. 반면, Z세대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그걸 선뜻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기저에 있는 것 같고, 현실의 무게들 때문에 많이 눌려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좀 안타까워요. 그래도 현실에 발 딛고 있는 그 힘 때문에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느끼기에, 밀레니얼 세대는 확실히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대한 욕구가 커서 조직 안에서도 새로운 상상이나 실험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인 것 같고요, Z세대는 명확하고 확실한 것 등 안전에 대한 욕구들이 좀 더 커서, 현실 감각이나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인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희가 연구에서 만난 세대들에 대한 관찰 혹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의견이에요. 


영재: 맞아요.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하겠습니다’에 대해서 저도 생각해 봤는데요, 솔직히 어떻게 그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저는 ‘퇴사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퇴사하면 나는 갈 데가 없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커리어가 이미 이쪽으로 정해졌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으니까요. 대기업 취업 시장에서는 신입 채용의 마지노선이 30세까지라는 통념이 있다고 들어왔어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이미 이 길로 들어섰고, 여기서 퇴사하면 갈 데가 없는 느낌인 거죠. 

또 제가 퇴사를 하고 만약 다른 기업에 취직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여기만큼 헌신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곳에 갈 수 있을까, 거기서도 그런 열심을 다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이 퇴사한다고 할 때, 힘든 마음이 공감되면서도, ‘어떻게 퇴사하겠다는 말을 저렇게 쉽게 할 수 있지?’ 한편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해요. 그 말은 저에겐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주은: Z세대 동료로서 영재 님이랑 같이 일할 때 감사한 건, 그런 불안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주셨고 또 해내고 계시다는 거예요. 저는 그 끝까지 해내는 힘이 Z세대의 가능성이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Z세대는 이제 막 조직에 들어와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진저티의 ‘자율과 책임’ 문화도 더 잘 흡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재: 맞아요. 생각해 보면 안전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과 책임감을 발휘하고 싶은 회사를 제가 원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제가 진저티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나 봐요. 각 세대를 섬세히 읽어주시고 살펴주셔서 감사해요 주은님! 다음 질문이에요. ‘진저티 ver.4.0’이라는 표현을 요새 자주 하시는데요. 어떤 뜻을 담고 있는 표현인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그리고 ‘진저티 ver.4.0’의 시작점에서 지금 어떤 것을 기대하고 그 변화 속에 있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주은: 일단 ‘진저티 4.0’의 가장 큰 변화는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바뀐 것, 그리고 XM세대에서 MZ 세대로 전격 세대교체가 된 ‘young 진저티'라는 거예요. 2023년을 시작하면서 제가 ‘새로운 땅’과 ‘성숙’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했잖아요. 그때는 지금처럼 선명하지 않았는데 본격화된 것 같아요. 저도 진저티 입사해서 10년 차인데 이런 구조와 이런 체제는 또 처음이라 무척 낯설어요. 요즘 경영학책들을 다시 읽고 있어요. 다른 조직들의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보고 있고요. 저한테도 이 시기는 큰 도전이에요. 그동안에는 세 명의 공동창업자분들의 그늘 아래서 일하거나, 공동대표로 일하거나, 일당백 하는 동료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N개의 리더십’이라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구조인데, 올해부터는 이 구조 자체가 확 변했잖아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그리고 동료들과 깊게 학습하고 솔직한 대화들을 많이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진저티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어갈 가치는 무엇일까가 요즘 제 화두예요. 

영재: 맞아요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조직의 공식적인 리더가 네 분이셨는데 구조적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도 한편으로는 빨리 성장해서 자리를 메꿔야 한다는 생각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주은 님이 자주 강조하시는 ‘성숙’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더 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성숙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주은: 진저티는 체질이 바뀌었어요. young 해졌고 slim 해졌죠. 이제 새로워진 체질에 맞게 건강한 내실을 다져야 해요. 진저티라는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보다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질적 ‘성숙’이 필요한 시기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이루어 갈까를 저는 요즘 그 고민을 가장 많이 해요. 그리고 이 변화와 성숙마저도 억지로가 아니라 ‘자유롭지만 책임감 있게’ 이루어지기를 바래요.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다는 내가 먼저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사람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우리 안에 흐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래요. 

너무 이상적인 가요? 그런데 이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을 거예요. 보이지 않는 수고와 헌신이 더 많이 필요할 거예요. 이제부터가 진짜 어댑티브 챌린지(adaptive challenge)인 거죠. 진저티가 그동안 일해왔던 방식과 다를 수도 있어요. 지난 몇 주간 주간회의 후에 진저티플이 돌아가며 어댑티브 리더십 스터디를 리드했던 방식이 참 진저티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더나 소수의 사람만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한 환경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함께 머리 맞대어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 저는 그게 ‘진저티 4.0’에서 가장 중요한, 우리가 가져가야 될 방향인 것 같아요. 진저티는 매해가 새롭지만 올해는 유독 더 ‘Into the unknown’의 해인 것 같아요. 우리의 안전지대를 뛰어넘어야, 각자 그리고 또 함께 한 걸음씩을 내디뎌야 성숙이 일어나고 그때 우리는 새로운 땅에 정착할 수 있을 거예요. 

2018 / 2020 / 2022 진저티

영재: 맞아요 Into the unknown.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지만 그래서 더 기대도 되는 거 같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요. 이전에 진저티플이셨던 알럼나이 분들과 남아 있는 진저티플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남겨주세요.

주은: 저를 키워준 선배들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 마음 한 켠에 그분들이 남겨주신 유산을 잘 가꾸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진저티가 10년을 이어오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춰서 어떤 유산과 어떤 가치들을 이어가고 또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마음이 있어요. 이 두 마음을 다음세대 동료들과 함께 나누면서 재미있게, 건강하게, 진저티답게 Into the unknown 하고 싶어요. 

특히, 동료들에 대해서는 '일 잘하는 개인이 되도록' 돕기보다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숙하도록' 돕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제 마음인 것 같아요. 제가 지난 10년 동안 그 경험을 했으니까요. 그런 마음들이 진저티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헨리 나우웬의 공동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을 읽으며 가장 잊히지 않는 구절이 있어요. “공동체는 단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실제다. 공동체는 함께 존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이다.” 저는 진저티가 그런 공동체인 것 같고 그런 공동체가 되길 바래요. 진저티는 애초부터 일 잘러들을 모아서 막 착착착 성공해 내는 그런 매끄러운 조직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우린 시작부터 어쩌다 창업한 조직, 즐겁게 학습하는 조직 그리고 우당탕탕 실험하는 조직이잖아요. (웃음) 


영재: 그러네요. 저도 그런 진저티가 되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어요! 정말 마지막으로 ‘오늘 어떠셨어요?’ 하고 마무리해 봐요!

주은: 오늘 인터뷰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을 기대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나를 이곳에 부르시고 남겨두신 이유가 분명히 있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요. 그 감사와 기대를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또 하나는 오늘 영재님, 지혜님, 승현 님과 함께 대화하면서 우리가 ‘함께 일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새삼스레 느꼈어요. 서로의 변화와 성숙을 응원해주고 또 읽어주는 동료들,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구나를 느꼈달까요? 마지막으로, 영재님이 작년에 입사하자마자 버스킹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니 진짜 많이 성장했구나를 새삼스럽게 보게 된 것도 감사했어요. 영재 님이 결국 끝까지 이 인터뷰 시리즈를 한 바퀴 다 돌렸다는 게 놀라워요! 




어떤 단어로 주은 님을 표현해야 할까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저는 단순하지만 진실되게 주은 님을 ‘리더’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맨 앞에서 다음 목적지로 이끌다가도, 때로는 맨 뒤에서 멤버들을 살피는 진짜 ‘리더’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요. “서로 상반된 개념으로 인식이 되었던 서번트와 리더가 합쳐진 것으로, 리더가 구성원의 발전을 도와서 팀 워크와 공동체를 형성하는 리더십”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주은님이 바로 생각났어요. 주은 님은 가장 먼저 헌신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하여 보여주시면서도, 저희 한 명 한 명에게 깊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이거든요. 


이렇게 진저티를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새로운 여정으로 함께 가자고 진저티플에게 손내미시는 주은님을 위한 이번 버스킹 곡은 적재의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Syuph8wgk


“Oh 난 사실은 말이야

너와 같은 하늘 아래서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

Oh 난 사실은 말이야

너와 같은 곳을 보면서

발맞추고 싶나 봐 hmm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하나 봐”


이 노래를 들으면서 든 생각인데, 이렇게 매 순간 누군가의 손을 잡고 미지의 세계로 걸어가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닐까 해요. 


요새 저녁에 참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것 같아요. 다음 주부터 더워진다고 하더라고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이 날씨가 가기 전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 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독자 여러분들도 오늘 이 노래와 함께 선선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ps. 주은 님이 쓰신 진저티를 거쳐간 11명의 고등학생 인턴들에 대한 이야기, <틴턴 Teen Turn>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틴턴 Teen Turn>은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삼성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서 최초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진저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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