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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티프로젝트 Dec 26. 2024

AI 시대, 우리에게 ‘더’ 필요한 대화

2024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창업가의 내면에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

이 글을 쓰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벼이 꺼낼 수도, 쉬이 소화할 수도, 빠르게 요약할 수도 없는 주제여서일까? 10월의 어느 밤, ‘창업가의 내면에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비로소 꺼내보려 한다. 누군가는 'AI 시대'에, 누군가는 '창업가의 위기'에, 누군가는 ‘기회‘에 방점을 찍고 왔으나, 결국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연결되었던 우리의 만남 그리고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1. 대화의 시작 :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AI x 창업가' 세션을 기획하다 


AI 시대는 곧,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시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창업가들의 내면을 지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걷잡을 수 없는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를 붙들어주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보다 (불안하고 조급한 혹은 지치고 외로운) 서로의 내면을 꺼내주고 읽어주고 보듬어주는 '대화'이지 않을까?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 챗 GPT는 해줄 없는 이야기, 현장에서 씨름 중인 사람들의 이야기, 이 변화의 파도를 함께 헤쳐나가기 위한 이야기 말이다.


그런 고민에서 이번 세션은 시작되었다. 창업가들이 안팎의 변화를 마주하며 겪는 내면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며 연결되는 것이 우리의 KPI(핵심성과지표)였다. 남들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나 표면적인 성공담이 아닌, 실제 창업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기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내면의 소리와 철학을 안전하게 나누는 시간을 기대했다. 그런 자리를 마련하려다 보니, 패널들과 사전에 만나 서로의 고민과 지나온 창업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필수였다. 뜨거웠던 여름, 세션의 공동주관사인 임팩트얼라이언스 박정웅 팀장님과 함께 네 명의 패널들을 두 분씩 만났다. 본격적인 대화의 흐름을 함께 그려보는 동시에 패널들 간의 만남과 연결도 일어났는데, 길지 않은 대화를 통해서도 창업자들만 아는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런 자리가 정말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비투비 김윤지 대표님과의 만남은 올해의 만남으로 기억될 만큼 잔상이 오래 남았다. 사전 미팅 말미에 패널분들의 토크 제목을 정했는데, 윤지님의 이야기는 도무지 제목을 정할 수가 없어서, ‘ing : 10월 9일에서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고 가제를 붙일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명확하게 해석되거나 정리할 수 없는, 창업가의 내면에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윤지님과의 만남 이후 한동안 내 마음에도 깊은 파도가 일렁였다. 윤지님의 감정이 전염되어서일까, 내가 지나고 있는 이 계절도 마찬가지로 해석하기 어려워서일까. 진저티프로젝트 창립 10주년 그리고 입사 10주년을 맞이하며 나 역시 무어라 해석할 수 없는 심리적 체증으로 내내 답답했다. 한편, 서로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들리는 이런 순간들은 앞으로 나눌 우리의 본격적인 대화를 더욱 기다리게 해주었다. 



2. 대화의 기록 : 창업가 내면의 위기와 기회, 대화를 통해 조망하고 해석하다    


10월 9일 “한글날” 저녁, 마흔 명의 참여자가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라운지에 모였다. 초저녁 노을과 함께 시작된 세션은, 저녁 식사와 패널 토크, 키노트와 질의 응답까지 깊어가는 가을 밤의 분위기와 함께 고조되었다.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그 밤의 장면들, 기억하고 싶은 목소리들,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던 얼굴들을 꺼내어 본다. 

저녁 노을과 함께 대화의 문을 열다
깊어가는 가을 밤 그리고 우리의 대화


패널 토크 1. 창업 성장통 : 슬기로운 권한 위임 기술이 필요해!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


창업 1년차, 윤희님은 IT 기업에 재직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장애인 이동권 관련 활동을 해오다가 올해 초, 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 초창기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 가면증후군)'을 겪었던 이야기,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창업자로서의 부담을 덜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공동의 결정을 만들며 나가고자 분투중인 이야기를 꺼내며, AI 시대에는 더더욱 기술적 솔루션이 아닌 사람 중심의 솔루션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창업가로서 내가 다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게끔 하는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있어요. 복잡다단하고, 불확실하고, 답이 없는 상황에서 느리기는 하지만 모두가 함께 대화해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창업가들은 사실 내가 새롭게 말해야 한다고 느끼거나, 내가 다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잖아요. 그런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더 잘 헤쳐나갈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창업 성장통, 슬기로운 권한 위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홍윤희 이사장


패널 토크 2. 위기회 (위기는 기회다) : 변화를 기회로 만들려면? (이지섭, 어썸스쿨 대표이사) 


창업 12년 차, 지섭님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썸스쿨이 내외부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꺼내주었다. 공동 대표를 비롯해서 초창기 멤버들이 떠났을 때의 고통, 코칭과 상담을 통해 스스로를 바꾸고 경영 구조를 변화시킨 이야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사업(교육) 방식의 전환을 이룬 이야기 등 내외부의 변화들은 엄청난 위기였지만, 결국 지금의 어썸스쿨을 만들어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는 어느 한 조직만 나선다고 해결할 수 없기에, 다양한 사회 변화를 기회 삼아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AI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교육적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는 학생 수가 정말 많이 줄어들고 있고요. 다문화 가정 청소년도 많아졌어요. 이 위기를, 이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기회로 바꿀 것인가? 그걸 고민하고 있어요. AI, 고령화 그리고 저출생, 다문화, 여러 가지 변화의 파도가 치고 있는데 이것을 기회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하며 갈 수 있는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어요.”

변화의 파도를 타고 오는 위기회(위기는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지섭 대표


패널 토크 3. ing : 10월 9일에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 (김윤지, 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창업 10년 차, 윤지님은 창업 초창기부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베이비 박스 문제의 상류에 접근하고, 위기 임신 부모들을 위한 온라인 솔루션(품 2.0과 옥토포수)을 개발해 왔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미션을 놓지 않고 사업을 이어왔지만, 최근 건강 악화(소진)로 사업을 축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왜 소진되었는가?’라는 주제로 현재 진행형 창업가의 고민을 꺼내며, 창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돈과 사람’인데 사실 그 두 가지가 또한 창업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앞으로 1년, 축소 운영 기간을 통해 지난 10년의 여정을 회고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최근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이제 10년 정도 했으니, 안식년을 가져도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반강제적으로 이 결정을 내렸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요. 이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다시 시동을 걸 때쯤이면 지금까지 겪었든 예상하지 못했든 그간의 현상들과 일들이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도 저 자신에 대해 적극적인 회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고요.”

비투비 10년의 여정에서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윤지 대표


키노트 스피치 : 내면의 위기, 조망과 해석 (서현선, 진저티프로젝트 공동 창업자, SSIR 한국어판 편집장) 


진저티프로젝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SSIR 한국어판의 편집장인 현선님은 ‘창업가가 위기를 맞는다는 것은 기본값’이라는 문장으로 키노트를 시작했는데, 특히 소셜 미션을 갖는 조직의 창업가들이 겪는 내면의 위기는 창업의 불확실성과 사회적 미션이 주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창업자들은 종종 자신의 정체성과 조직 운영의 어려움에 시달리며, 이러한 고립감과 소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짚었다. 창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솔직한 대화와 구체적이고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며, 사회적 미션을 가진 조직이기에 더욱 지속 가능하도록 개인의 책임을 경감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의 빛나는 성취보다 그 이면에 가려진 외로움과 어려움, 특히 사회적 미션을 가진 리더들 내면의 위기가 건강하게 조망되고 해석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창업가에게는 나만 아는 시간, 나만 아는 외로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창업의 성과나 빛나는 성취보다 많이 가려져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할 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 때, 창업을 더 잘할 수 있고, 창업이 너무 어려운 길이 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미션을 가진 창업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특히 임팩트 비즈니스에서 사회적 미션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가 개인에게 너무 많은 책임이 가지 않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가에게 찾아오는 내면의 위기를 조망하고 해석한 서현선 편집장 


참여자들과 함께 나눈 질의 응답
 
패널 토크에 이어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패널들에게 미리 드린 질문은 아래와 같다. 


혹시 지금 어떤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나요? (윤희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인가요? (지섭님)

우리가 1년 뒤에 만난다면, 무엇을 함께 축하하게 될까요? (윤지님)

계속해서 밀려오는 변화의 파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여정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요? (현선님) 


윤희님은 '사람들이 원하는 길과 조직이 설정하는 길 그 둘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응답했고, 지섭님은 '내부 경영자 육성과 외부 지원의 필요성, 조직 성장'이 여전히 고민이라고 응답했다. 윤지님은 1년 뒤 ‘온전히 회복되었다'는 것을 함께 축하할 미래를 기대한다고 이야기했고, 현선님은 '정답은 없지만 창업가들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우정’ 그리고 서로의 성취를 함께 축하하고 음미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는 것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플로어 질의 응답을 통해 '창업가를 위한 커뮤니티와 멘토링'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누어졌고, 마지막으로 한 참여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윤희님, 윤지님의 답을 들었는데, 그 대화는 단연코 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존재의 이유(why)'를 묻고 또 답하는 대화는 흔들리기 쉬운 우리의 내면을 붙잡는 강력한 닻이다. 


"스타트업은 사업을 성공시켜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게 기본 욕구잖아요. 그런데 소셜벤처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조직들이 계속 생겨나고 유지되는데 근본적인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 소셜벤처라는 개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이 사람들은 왜 이걸 하는 걸까? 그게 너무 궁금해서 이 행사에 왔는데, 상당 부분 의문이 풀렸습니다. 홍윤희님은 돈을 많이 벌어서 따님을 위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실 수도 있었는데, 모든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시면서 힘들지 않으세요? 개인적인 보상과 사명 사이에서 갈등도 많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내적 갈등이 없으셨는지, 그런 갈등에 부딪힐 때마다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내적 갈등은 항상 있어요. 저희 딸한테, '엄마 너무 힘든데 그만할까?'라고 물어보면 딸이 그래요. '엄마가 좋아서 시작한 건데 엄마가 결정해. 왜 나한테 물어봐'라고요. 딸 핑계 데려고 했는데, 저희 딸 참 똑똑하죠.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무의가 하는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굉장히 큰 자극이 되더라고요. 저희가 하는 일을 통해서 도움 받고 밖으로 나왔다는 분들의 이야기 때문에 제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아셨지? 진짜 수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들죠. 비투비 운영하면서 월급을 못받았던 시절이 길었어요. 가끔 학교 동기들 만나면 재태크를 얘기하는데, 참 다른 세상에 산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갈등이 없겠어요. 너무 많죠. 그래도 누군가 해야하는 일이니까요. 조금 많이 불타버린 지금, 잠시 속도를 줄여가지만 다시 이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선명한 이유는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라기보다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가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에요. 그게 저한테 주어진 재능인 것 같고, 이거를 안 써보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만 더 하면, 국가 통계를 움직여 볼 만큼 대단위로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까지 세웠던 가설이 현장 데이터를 움직일 때 쾌감을 느끼고, 우리팀의 시간과 노력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다시 서는 것을 봤을 때 엄청난 보람을 느껴요. 이걸 스케일화 해보고 싶고. 그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 질문 하나로 공간의 온도와 습도가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홀로 외롭게 씨름해왔던 창업가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이, 고독과 번뇌의 장면들이 수면 위로 꺼내졌을 때, 패널들은 물론이고 숨죽여 듣고 있던 참여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질문과 답변으로 서로가 공명했던 대화


세션을 마치고 참여자들이 들려준 만남의 후기는, 더욱 뭉클했다. 


"소셜벤처의 어려움과 보람에 대해 알게 되어 뜻깊었습니다."

"울컥할 만큼 진심이 담긴 토론회였다."

"대부분의 AI 세미나에서는 들을 수 없는, AI 시대를 직면한 리더들의 진솔한 이야기"

"소셜벤처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동료 소셜섹터 창업가들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 다정한 운영진의 기획 시선"



3. 대화의 지속 : AI 시대, 우리에게 '더' 필요한 대화     


소셜 미션을 가진 창업가들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로움과 고립감, 소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깊어지면 정신적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고(실제로 2022년 디캠프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는 창업자는 전체의 32.5%로, 이는 전국 성인 평균인 18.1%보다 높다),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의 지속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위기를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창업가들이 겪는 내면의 위기는 낯설고 불확실한 길에 대한 더 솔직한 대화, 사명 뿐만 아니라 경영의 책임까지 안고 있는 이들에 대한 더 세밀한 지원을 통해 돌파해나갈 수 있다. 특히, 멘토링과 네트워크 같은 관계 자본(Relationship Capital)을 강화함으로써, 즉 비슷한 고민과 가치를 가진 동료 창업가들과의 연결과 우정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 동료 창업가들의 공감과 지지, 격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사회 변화를 위한 협력을 촉진한다. AI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기술의 복잡성과 빠른 변화로 창업가들 간의 협력과 지식 공유가 더욱 중요해지는데, 우정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는 창업가 및 사회혁신가들이 서로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가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과 끝에는 '대화'가 있다. 이번 세션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회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만남과 연결, 깊은 해석과 넓은 조망의 대화를 나누었고, ‘대화가 가진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AI 시대, 우리에게 '더' 필요한 대화는 1.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현장의 대화 (진짜 변화를 만드는 일은 AI가 할 수 없다.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현장의 이야기들이 나누어지는 대화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대화다) 2. 서로의 성장과 변화를 읽어주는 대화 (한 걸음 앞서가는 선배 창업가 혹은 서로 다른 계절을 지나는 창업가들을 통한 조망과 해석은 창업가의 건강한 자기 인식을 돕는다) 3. 새롭게 연결되고 공감하는 대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연결은 스스로와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고 나아가 뛰어넘을 수 있는 환기를 돕는다) 4. 함께 만들 변화를 기대하는 대화 (사회 문제의 해결은 하나의 조직 혹은 뛰어난 개인이 이룰 수 없다. 대화를 통해 협력을 위한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일 것이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임팩트 생태계가 태어나고 자란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셜벤처 창업가 1세대들이 10년 이상의 성장 여정을 이어 오느라 소진되기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한편, 새로운 세대 창업가들도 뒤를 이어 생태계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해온 창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디서도 꺼낼 수 없었던 내면의 이야기들을 안전하게 나누며, 서로를 해석하고 조망하며 연대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한다.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의 네트워크 세션을 비롯해서, 임팩트얼라이언스와 루트임팩트가 생태계 내에 우정 네트워크, 리더들의 커뮤니티 등 건강한 관계 자본을 쌓는데 애쓰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홀로 외로웠던 점같은 창업가들이 우정의 선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건강하고 단단한 면(판 혹은 생태계)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주변의 동료들을 돌아보고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연말이다. 


글. 홍주은 (진저티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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