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누군가 고향을 떠나 살기로 했다면
집 밖을 나오는 순간 자기 자신이
바로 자신의 집이라는걸 잊지 말아야 해.
고등학교 시절 집을 나오기로 결심했던 저는 나만의 집을 갖고 싶어 그렇게 방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무의식속에 새겨진 설계도가 제 삶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이끌왔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꿈꿨던 것을 10년 동안 전부 이뤄냈습니다. 조각 조각 이어 붙였던 설계도를 하나씩 현실화 시키자 마치 드래곤볼을 모으듯 제게 구슬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흠 하나 없는 ‘완벽’한 구슬이 아니었습니다. 흠은 많을지언정 오직 저만 가질 수 있는 작고 소중하고 빛나는 구슬이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해보겠다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남들은 택하지 않는 라트비아라는 나라에서 유학을 하며 개척 정신이라는 구슬을 얻었습니다. 언젠가 로마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일하겠다는 설계도는 실제로 로마 대사관에서 인턴을 하는 것으로 연결됐어요. 그 경험 덕분에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꼭 공무원 조직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구슬을 얻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NGO라는 이타를 기반으로 한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내가 원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의 격차에 괴로워하며 또 다시 흠 많은 구슬을 남겼죠.
설계도가 완성되었을 때 제가 얻은 구슬은 인식의 통합이었습니다. 저의 타고난 본성이 추구한 ‘세상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이 꼭 비영리 영역일 필요는 없다는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설계도를 완성한 뒤 저만의 집을 가지게 됐다는걸 깨달은 지금 시점에서 저는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과정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스스로 선택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나만의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입니다. 즉,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완성주의자’로서 살아왔던 것입니다.
나만의 목표를 완성하는 한번의 사이클을 경험해보니 제가 향후 몇 년간 다양한 조각을 수집하며 그려낼 설계도는 시간이 걸린지언정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밑그림을 그려 그 끝에 참다운 나를 완성시켜가야 한다는것을 압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설계도를 마음에 새기는과는 관계 없이 저는 그걸 기필코 완성해나가는 ‘완성주의자’로서의 삶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