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임을 증명하면 누구나 기본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메세지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월드코인'이 주인공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코인을 나눠주겠다는 이야기는 언뜻 사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는 말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주도하는 인물이 범상치 않다. 챗지피티(ChatGPT)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이 월드코인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챗지피티가 세계 인공지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새로운 발명품이 세상을 또 뒤집어 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올트먼은 만 19세이던 2005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를 중퇴하고 연쇄창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친구와 창업한 소셜미디어 업체 루프트를 2012년 4340만달러(약57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에 합류해 에어비앤비·코인베이스·드롭박스 등 수많은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2015년에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오픈에이아이를 창립했다. 연쇄 창업가 올트먼의 다음 행보가 블록체인으로 향하고 있다.
월드코인재단은 전 세계에 1500개에 달하는 홍채 인식 기구(오브)를 설치해 사람들에게 아이디를 발급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앱으로 설치되는 가상자산지갑에 25개의 월드코인을 지급한다. 8일 현재 월드코인 1개당 2500원 정도에 거래된다. 홍채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약 6만원이 넘는 돈을 한번에 받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2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홍채를 등록했다. 국내에도 설치된 장소가 3곳 있다.
월드코인은 홍채 스캔, 인공지능, 영지식 증명 등을 활용해 인터넷 상에서 사용자가 인간이며 고유한 사용자임을 확인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된다. 월드아이디는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여권'으로 활용하고, 이용자에게 기본소득의 형태로 월드코인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간임을 입증하고 빠르게 소득을 제공하는 금융수단으로 홍채 인식과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올트먼은 "월드코인이 성공하면 경제적 기회를 늘리고 인공지능 기반 보편적 기본소득의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월드코인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감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드코인 재단은 인식한 홍채 이미지를 암호화하고 곧바로 삭제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월드코인에는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 위험 요소가 많다"며 "홍채 정보 등은 신원 위조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아이디 발급이 주로 개발도상국 위주로 이뤄진다는 점도 비판 지점이다. 코인을 미끼로 가난한 이들의 생체정보를 수집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월드코인을 받기를 원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홍채 바이오 데이터 암시장까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규제도 만만찮다. 미국에서는 홍채를 인식해 아이디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코인은 지급할 수 없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는 월드코인의 개인정보보호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월드코인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올트먼이 구상하는대로 월드코인이 구현되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왜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도는 중요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온라인에서 인간과 기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웹3 시대에 사람들이 자신의 신원 정보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것이 옳은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