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안의 수다

네버 엔딩 스토리

by 연작가

1. 작품

하늘을 자주 바라본다.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매일, 매 순간 그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이 해무리를 보게 된 건 늘상 하늘을 관찰하는 내 습관 덕분이다.

내 인생의 어느 날인, 그렇고 그런 하루의 오후가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따릉이를 빌려 한강의 자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사실은 엄청난 운동광이다.)

운동을 할 때는 정말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아주 힘들게 하는 걸 즐긴다. 그럴 때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그게 운동 중독이라던데...)

그렇게 평소처럼 강변을 보며 달리던 중, 늘 그랬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자전거를 멈추고 멍하니 서서 한참을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반지 같기도 하고, 커다란 눈동자 같기도 한, 자주 만들어지지 않는 웅장한 풍경을 보고 나도 모르게 "와..." 하는 탄성을 내뱉으며, 허둥지둥 자전거 바구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이 순간 아니, 이 그림은 이제 내 폰에 영원히 박제되는 거지."

카메라가 그 웅장함을 1/100 정도나 담아내면 다행이겠다 싶지만, "적어도 '기록'은 남겼으니까"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나는 이유도 없이 사진을 자주 찍어대는데 (그중에는 곤충, 꽃, 나무, 풍경 등도 많다.) 그 사진들을 쭈욱 훑어보다 보면 알게 된다. 자연은 늘 성장하고 있다는 걸. 뒷걸음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는 걸. 처음엔 멍하니 있었지만 하나 둘 떠오르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나의 뇌 안에서 수다가 쏟아지고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있다.


내 시선은 저 태양을 넘어 어두운 우주로 날아간다. 찰나의 시선에 내가 보인다.

나는 주선을 타고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탓일까? 태양을 연구하는 학자로 변신한 나는 코로나의 가열문제와 태양풍 가속의 원리를 알아내야 하는 연구의 책임자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연구 성과를 손에 쥐게 되는 역사적인 비행이라고 할까? 하지만 "내가 틀리면, 인류의 지식에 오류가 남는다."는 압박감과 함께 깊은 고독이 찾아온다.

적막하고 아름다운 우주는 결코 고요하지 않다. 우주 배경복사, 전자기파 형태의 에너지들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곳이다. 별들은 지구에서 보던 것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대기가 없기에 빛은 왜곡되지 않았고, 그저 핀으로 찍은 듯 날카롭고 흔들림 없이 선명했다. 창백한 우주를 바라보며 인류의 운명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겨 있던 그때, 외부에서 아무런 경고 없이 강력한 자기적 충격이 선체를 덮쳤다. 정적이 깨지며 수백만 개의 총알이 동시에 선체를 두드리는 듯한 쩌적거리는 소리가 통신 시스템을 찢고 들어왔다. 우리는 태양풍에 접근했다. 우주선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열제어 시스템에 폭발음이 들리고 불길이 번진다. 큰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아찔 한 순간, 그때 마침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친다.


"야! 여기서 먹자 라면."

"난 매운 게 땡기는데."

친구들과 놀러 온 아이들이 시끄럽다.

내 공상을 현실로 당겨버린 라면.

그래, 한강은 라면이지.


태양이 선사한 뜻밖의 예술 작품 덕에 잠시 다녀온 우주여행을 마치고 나는 다시 목적지로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그 짧은 감동의 순간이 라이딩 내내 나에게 묘한 에너지를 주었고, 자전거 바퀴가 태양의 링을 따라 도는 것처럼 경쾌하게 느껴졌다. 매일이 다른 하루인 것처럼, 일상 속에서 만난 비일상적인 아름다움,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마법 같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관찰자가 되고 싶다.

세상 모든 것은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들을 준비가 되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