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꾸준한 글쓰기는 어렵다. 많은 작가들의 글을 찾아 읽어보지만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들의 유려한 문장은 그저 감탄스러웠을 뿐 내 맘을 다독여 주지는 않았다. 나만 어려운 건 아닐 거라고 위로를 하며 3월을 이대로 넘길 순 없다는 각오를 했다. '포기할 순 없지.' 손바닥을 싹싹 비벼 열을 내보고, 할 수 있어! 하며 주먹을 쥐어 본다. 파이팅을 외치고, 심기일전 다짐을 했으니 이제 당장이라도 글쓰기를 시작할 기세가 올라왔어~~ 야 했는데, 거실 책상에 놓인 노트북을 힐끔거린다. 물 마시러 가다가 한 번 힐끗, 이유 없이 지나가다 힐끗, 하늘을 보다가 또 힐끗...
어슬렁거리고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이 꼭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이라도 할 모양새다.
"나, 노트북이랑 연애하니?
애타게 맘 졸이다가 고백하려는 타이밍이라도 찾는 거야? 그런데 막상 고백하려니 용기가 안나?"
사실, 한 달 내내 이랬다. 소재가 없는 건 아닌데 못 쓰는 심정을 아시는지...
평소 메모해 둔 노트를 열어보면 완성된 요리를 꿈꾸는 '선선한 재료'들처럼 다양한 소재가 담겨있다. 그냥 글쓰기를 시작만 하면 이것저것 넣고 갖은양념과 손맛으로 버무려서 한 그릇 뚝딱 담아낼 디쉬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막상 그대로 옮기기엔 버거운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읽어보면 알게 된다.
'아... 너무 밤에만 메모를 했었구나...'
낮과 밤의 감정변화는 차이가 크다.
이성적인 글이냐, 감성적인 글이냐.
너무 감성적인 글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도저히 입맛에 맞질 않는다.
그렇게 망설임이 길어지게 되면 브런치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이하생략...'
매일 한 줄은 쓴다. 한 줄이라서 문제지만.
나는 보통 주 5일은 운동을 나간다. 헬스가 됐던, 자전거가 됐던, 걷기나 러닝을 하던.
이틀이상 쉬면 운동하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글쓰기도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글 쓰는 맛을 모르는 거다.
운동하는 맛을 알면 이렇게 변하는 것처럼 글 쓰는 맛을 알아야 자주자주 내 글을 올리게 될 것 같다.
애당초 매주 글을 쓴다는 게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서서히 글 맛을 물들여가는 과정이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고 이렇게 한 번 두 번 용기를 내면서 전진해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운동처럼 글쓰기도 두렵지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 나중엔 영화평론도 하고, 소설도 쓰게 되는 내 모습을 감히 꿈꿔본다.
쓰지 않으면 한 줄도 남지 않는다.
유려하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써 내려가는 동안 이미 마음은 정리되고, 편해지며, 내면에서 올라오는 충실감으로 채워진다.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건 결국 남의 글이 아니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끝내 완성한 나의 한 문장인 것 같다. 아, 홀가분하게 숙제를 끝낸 기분은 덤이다.
지독한 배회를 끝내고 앉아서 써 내려가는 나의 투박한 문장이 어느 누군가의 가슴에는 닿기를 바라며, 3월의 끝자락에서 나는 또다시 의자를 당겨 앉는다.
추신 : 혹시라도 글쓰기에 두려움이 생긴다면 손바닥을 싹싹 비벼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백 마디 말보다 정직한 응원이 되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