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잘살고 있는지 점검

별일 없이 산다, 아름답게.

by 조이아

2022년 새해, 인스타그램 피드마다 연말을 정리하고, 덕담을 쓴 게시물이 많이 올라왔다. 해의 구분이 뭐라고 호들갑이야 하는 삐죽한 마음이 들었다. 실은 또 나이를 먹기 싫었던 거다. 나이만큼 나를 더 책임져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예전 그대로 같고 잘 살고 있는 건가 싶고. 나는 여기저기 전시하는 행복 말고, 그냥 내가 만족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2021년의 내 인생은 어떠했나. 새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열심히 일했고 간혹 실수를 했지만,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괜찮았다. 새로 만난 학생들 덕분에 더 열심히 연구하고 싶어졌다. 읽은 책은 140권이 좀 못 되었고, 프랑스어 공부도 흐지부지 되었다. 달리기는 12월에는 단 한 번도 못 했고(백신 핑계를 많이 댄 하반기였다, 간혹 PCR 검사도 했고.), 브런치에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쓰자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 했지만 글쓰기를 늘 염두하면서 지냈다.

잘한 일을 되돌아본다. 뿌듯한 일은 일기를 쓴 거다. 해마다 스케쥴러를 꽉 채워 써오곤 했지만 제대로 일기를 쓴 건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러니까 그동안엔 한쪽 혹은 두쪽에 일주일 칸이 있던 곳에 끄적였다면, 올해에는 365장의 페이지가 있는 몰스킨 데일리 다이어리를 채웠다. 내가 쓴 일기를 다시 읽는 일이 얼마나 새로운지. 일 년 치가 꽉 차서 흡족하다.

또 잘한 일은 책을 나눈 일이다. 이년 째(!) 독서모임을 이어나갔고, 출판사나 서점에서 하는 모임에도 참여해보았다. 학교에서도 책을 자주 추천한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내가 읽은 책을 증정했다. 국어 코디를 맡아준 학생들과 독서동아리 아이들, 친구 따라 교무실에 온 학생에게도 한 권씩 골라 안겼다. 비록 읽던 책이지만 책을 주고받는 일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학생들이라 나도 흐뭇했다. 이렇게 책을 나누는 일은 소중한 친구 H 덕분에 하게 되었다. 우린 몇 년 전부터 책을 공유하고 있는데 내가 읽은 책을 골라 보내고, H가 읽은 책을 골라 보내는 거다. 책을 부치면서 손편지도 넣고, 마음도 담는다.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H는 간혹 학생들과 한 SF소설 활동지를 보내주기도 하는데 독서수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새롭게 한 일은 같은 책을 다시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두 번이나 읽지 싶었다. 하지만 <아무튼, 메모> 북토크를 가면서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된다는 걸 알았다. 정혜윤 작가님께서, 책을 한 번 읽는 것은 미용실에서 잡지를 쓰윽 읽는 것과 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읽은 <아무튼, 메모>는 더 깊은 감동을 주었거든. 독서모임을 하면서도 진행을 위해 책을 다시 읽기도 했고, 수업 시간에 책을 소개하거나 활동을 하기 위해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도 여러 번이다.

장한 일은 또 우리 아이들 상담을 하게 된 거다. 큰 결심 끝에 시작한 건데 아이들의 변화, 아니 내 생각의 변화가 커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큰아이가 주도성을 조금씩 보이고 있고 둘째 아이는 표현을 좀 더 하게 되었다. 노래를 흥얼거린다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소리가 거슬리는 일도 잦지만 목소리를 키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그리고 나는 계속 그 소리 속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다시 다짐한다.)

감사한 일은 가족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점이다. 어느 독서 모임에서 느낀 건데 온 가족이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긍정해주는 게 귀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정성스레 보살펴주시는 엄마와 어떤 의견이든 받아들여주는 우리 남편, 사랑스러운 아들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어른이 되어서 친구를 사귀는 일은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는 2021년에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 이미 알던 인연이 깊어진 경우도 있고, 새로 사귄 친구도 있다. 20대, 아니 30대까지도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불편한 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부러움이라든가 자기 비하 같은 마음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친구와 만나고 돌아와 다시 혼자가 되어도 덜 외로운 마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지만 나의 혼자가 외롭지 않고, 그 고독이 썩 마음에 든다. 우리 사이에 정이 쌓였음을, 지금도 정이 흐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열심히 살고 있고, 그러다 문득 생각난 서로 덕분에 우리 삶이 더 아름다우므로. 이런 생각이 나의 해맞이를 더욱 기운차게 한다.


2022년에도 나는 일기를 쓸 거고, 책을 읽고 나누겠지. 아이들 상담을 하면서 같이 성장하고 싶고. 무엇보다도 정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남에게 전시하는 행복 말고, 내 안을 채우고 남몰래 행복할 테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 가사처럼 신나게. 이 글을 읽고 있는 내 소중한 친구, 당신과!


새 다이어리(플래너와 일기장)를 꾸미고, 만년필 잉크도 채운 새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