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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Feb 27. 2024

매일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나를 돌보는 방법

 3개월령 고양이는 매일이 다르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만큼 점프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다음 높이까지 오른다. 며칠 만에 거실장 위에 올라 그 위에 있던 화병이며 액자를 치웠다. 거실에 떡하니 자리차지한 캣타워의 위층은 언제 올라가나 했더니, 오늘 아침 높이 있는 투명 플라스틱 볼 안에서 여유롭게 주무시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 부쩍 크느라고 자다가도 기지개를 쭉 켜고 또 꿀잠을 자는 아기고양이.

고양이가 오고 나서 고양이 옆에서 요가를 한 게 세 번. 거의 같이 하는 기분이다. 요가 매트 위로 올라와 내 옆에 바짝 붙어 식빵을 굽는가 하면, 아기 자세를 하고 있을 땐 내 몸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웃게 한 고양이 덕분에 미소 지으며 요가를 했는데, 지난주보다 좀 더 수월하게 자세를 취하는 나에게 놀랐다. 그래, 고양이만 자라는 게 아니고 내 요가도 조금은 늘었구나! 아주 미세한 차이이지만 스스로 뿌듯했다.

아기가 자랄 때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게 바로 사랑. 애정이 있으니 작은 변화도 보이는 걸 테다. 이만큼 컸구나 칭찬하면서 보호자도 같이 흐뭇하다. 마흔 중반의 나는 외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지만(성장이 아니라 노화이지요) 작은 성취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싶다. 셀프 칭찬이라도. 매일의 작은 변화를 들여다보고 나를 돌보고 싶다. 그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 아니겠어?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목에 생긴 편평 사마귀가 가렵던 게 6개월이 넘었을 거다. 지난주에야 피부과에 갔다가 놀라고 말았다. 어느새 내 몸을 잠식한 바이러스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용을 톡톡히 치렀다. 목과 몸통, 얼굴에 이르도록 시술받는 고통, 결제한 금액(아직도 믿을 수 없다, 성형한 것도 아닌데!), 여전히 볼썽사나운 몰골.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바로 대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크게 고생한다는 걸 몸소 알았다. 다른 질병에 비하면 별 건 아니지만 몸의 신호에 민감할 필요는 있다.

복용하는 걸 잊곤 하던 유산균 한 포를 오늘은 챙겨 먹었다. 건강미를 자랑하시는 선배님은 유산균만 3종을 드신단다. 만 보 걷기와 계단 오르기도 더불어 하신다고.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열심히 PT 받고 근육 키우는 분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귀여운 변화이지만, 아기고양이가 성장하는 속도만큼 나를 돌보며 살아야겠다. 폭풍 성장하면 어쩌지?

액자를 치우게 한 발걸음, 앉아있는 의자 위로 오르려고 점프

우리 고양이 겨울이의 눈부신 성장담을 곁들였지만, 결국은 노화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다시 읽고 알았다. 털썩. 남편이 피부과 대기실에서 그랬다. 그렇게 사마귀가 많으니 사마귀처럼 걸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남편은 노화를 연구한다.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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