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답하기 위해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는 건 우리 모임이 결성된 2023년부터 나의 자랑이다. 모임원은 주, 수, 희 세 사람. 우리 마음은 그 모양이 비슷해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책쓰기 연수팀으로 활동하는 주가 은유 작가님 강연이 끝나고 사인을 받으면서 글쓰기 모임 하고 있어요, 자랑했단다. 작가님은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하셨다고 한다. 브런치에 각자 글을 쓰거나, 모였을 때 함께 쓰고 있다는 대답에 작가님은 ‘글을 읽고 질문을 하나씩 해보세요’ 제안하셨다고 한다. 그 제안을 들은 게 여름방학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 모임에서 실행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각자의 최근 글 두 편을 인쇄해 돌아가며 읽었다. 태블릿이나 핸드폰 화면으로 전에 읽었던 글이지만 종이에 인쇄한 느낌은 색달랐다. 질문을 해야지 마음먹고 읽었는데 질문 대신 좋았던 부분과 공감한 부분에 대해 나누게 되었다. 밑줄 그은 곳, 별표 친 곳, 하트를 그린 곳, 느낌표 해둔 곳을 보며 나눈 이야기는 우리 모임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독임과 공감으로 채워졌다. 구체적인 칭찬이 덧붙여져 한 번씩 돌아가면서 얼굴이 상기되기도 했다. 우리는 어쩌면 이런지! 각자에게 꼭 필요한 말들을 들려준 기분이었다. 공감과 경험이 둥글게 돌아가고, 위안과 격려를 껴안았다.
모임을 앞두고 깜짝 선물을 준비해 준 주. 특별한 일이 없어도 우리 셋은 이렇게 작은 선물을 나누는 일이 잦다. 특별한 데 가서 좋은 걸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우리이기 때문이리라. 오늘 받은 좋은 선물은 포인트오브뷰와 문학동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예쁜 시집. 시 열 편을 이렇게 수첩처럼 만들다니. 감탄하며 받은 선물은 저절로 오늘의 글감이 되었다.
“시 속 좋은 구절을 찾아서 쓰자! ”
주의 멋진 제안에 시집을 읽어보다가 내가 고른 구절은 바로 여기.
우리는 서로에게 답하기 위해
저기 저 빗방울을 좀 더 바라보자고
굳게 약속한다
-남지은, <도마뱀>, <<그림 없는 그림책>>, 문학동네
이 시를 보면서 나는 또 주수희를 떠올렸다. 우리 앞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서로에게 답하기 위해 바라보자니! 우리 앞에는 각자 생의 고단함도 기쁨도 고스란히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내게 주어지고 경험하는 일 때문에 내 모습은 깎이기도 하고 때로는 붉어지기도 하고 신나게 날아오르기도 할 테다. 우리 주수희는 이런 순간들을 글로 펼쳐놓을 테고, 그 사유와 느낌은 동료의 눈을 통해 공감으로 살아날 것 같다. 내 삶과 당신의 삶이 모양 잡아가는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을 하고 싶다, 오래도록. 당신의 힘듦을 내가 알아봐 주고 그때 꼭 필요한 포옹을 내가 먼저 팔 벌려 보듬어주고 싶다. 서로의 질문에 정성껏 답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내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삶을 더 진실되게 살아야 하겠지?
오늘은 ‘우리 셋이 책 낼까?’하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말한 날이다. 마음속 소망이었던 이 문장은 어떤 모양을 갖추어 나갈까. 바깥은 어둡고 글 쓰는 테이블을 비추는 빛은 따뜻하기만 하다. 주수희 모임을 하고 나면 웜톤이든 쿨톤이든 우리 얼굴에도 환한 조명이 켜진 듯.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우리를 충전하므로. 이 은은한 빛을 동력으로 나는 또 키보드 앞에 앉고, 어두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 제목은 우리가 이야기한 책 -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따라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