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에서 만난 그림 몇 점

by 김경희

모스크바의 푸시킨 광장에서 엘리시에프 상점을 지나 두어블럭을 걷다 보면 모스크바 시청 근처에 이르게 된다. 시청사를 지나던 나는 우연히 건물 외벽에서 그림 한 점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서 봤던 <대귀족 부인 모로조바>(수리코프, 1887년)이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또 한 점의 그림을 만나게 되었다. 모세의 기적을 그린 <놋뱀> (브루니, 1841. 이 그림은 러시아 미술관에 있다.)이었다.

미술관_모스크바시내_그림전시.JPG 브루니 <놋뱀>, 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두 점의 그림은 순간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이 귀한 그림을 모스크바 시내 한 가운데서 보게 되다니, 이런 행운이 있을까? 러시아는 이렇게 그림을 거리에 걸어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있구나 등등의 착각을 잠시 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귀한 그림이 왜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이런 곳에 걸려있는 거냐?

그러고보니 아까 봤던 작품의 경우 옆구리가 살짝 찢겨있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도 이 그림들은 교육을 위해 도심에 걸어놓은 복사품일 것이다. 그림 아래에는 큐알코드가 있었는데, 필시 큐알코드를 찍으면 미술관이나 그림을 설명하는 사이트로 연결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그림을 원형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디지털프린트이거나 가공된 형태로 전시되고 있는데, 모스크바는 마치 원본인양 캔바스에 복사한 그림을 걸어놓았다. 매우 특이한 문화정책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림의 일부는 훼손이 심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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