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가? 나는 가끔 빨간색이 뭔지 궁금하다.
빨간색이 뭘까? 노란색은 뭘까? 파란색은 또 뭘까?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색 채집을 해보기로 했다. 색상환에 있는 색을 정해주고, 인터넷 검색으로 색을 채집하게 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 색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 캡처해게 했다. 이때 구체적인 형상이 아니라 색만을 캡처한다. 1번부터 4번은 빨강을, 5번부터 8번은 주황을 채집하는 식이다.
다음은 빨간색을 채집한 학생들의 칼라 팔레트다.
학생들이 채집한 빨간색을 보면 똑같은 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붉은 색, 주황 기미의 색, 오렌지 느낌의 색, 핑크 기미가 보이는 색 등.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은 자신들이 채집한 이 색들을 모두 빨강이라고 생각하면서 채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가 빨강이라고 부르는 색은 사실 매우 애매한 색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빨강이라는 색 이름을 예사로 사용하지만 사실 우리가 빨강이라고 부르는 색은 색채학에서 딱 정해놓은 절댓값의 빨강이라기보다는 빨강 기미를 띄거나 빨강이 느껴지는 색을 통틀어 모두 다 빨강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파랑이나 노랑 역시 파랑의 느낌이 있는 색은 파랑, 노랑의 특성이 느껴지는 색은 모두 노랑이라고 부른다. 그 누구도 노랑 기미의 노랑을 파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시각적으로 노란색은 파란색과 다른 절대적인 개성, 특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눈으로 보아 바로 알아차린다. '이 색은 노랑이다, 이 색은 파랑이 아니다.'라고.
우리는 절댓값으로서의 특정한 빨강이 아니라 노랑이나 파랑과 다른 특징을 가진 색 빨강을 인식하고 빨강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는 것이다. 노랑과 빨강의 다른 특징, 노랑과 파랑의 다른 특징, 이것이 바로 색상이다. 한 색과 다른 색을 구분 짓는 그 색만의 특징. 색의 삼요소 중 첫 번째, 색상이다. 색상은 색의 이름이며, 일정한 특징을 가진 일군의 색을 통틀어 부르는 일종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색상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라기 보다 다는 색상과의 비교 속에서 존재하는 색의 특성이다.
학생들이 채집한 다양한 색 팔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