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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Sep 25. 2021

5_흰색 이야기 2_소복은 흰색옷이 아니다?

우리 전통 상례에서 상례에서 흰색옷을 입었다는 것은 이전 글인 <흰색 이야기 1_하얀 상복, 검은 상복>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여기에서 흰색옷은 소복을 말한다. 그러면, 소복은 흰색일까?


나는 최근까지도 소복은 '흰색' 옷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실은 소복은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흰색'옷이 아니다. '소'는 염색하지 않은 천의 색을 말한다. ‘소素’를 한자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본디 소/흴 소의 뜻과 운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본디, 바탕, 성질, 평소, 처음, 희다' 등의 뜻을 가진 단어다. 단어의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색이란 처음 무명이나 비단을 짰을 때 그대로의 자연색인 흰색을 말한다. 당연히 정련과 제련을 거친 백색과는 다른 느낌의 흰색이다. 실제로는 약간 누리끼리한 느낌의 흰색이라고 해야 할까? 광목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소색의 ‘소素’자는 순백을 의미하며, 회의문자로서 ‘본래의 그대로’라는 뜻을 지녔다. 소색은 모든 색상의 기본 바탕이 되는 색이자 자연이 만들어낸 색이다. ‘백의白衣’는 인공이 배제된 소색의 백색이며, 선조들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소색 옷을 입는 행위로 자연과 동화되고자 했다.
소색의 아름다움은 무명이나 모시, 창窓과 문門에 바른 한지韓紙, 벽에 바른 흰 석회, 백자, 호분, 소금, 눈 등 수없이 많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소색의 백색은 광선을 반사하여 번쩍거리는 백색이 아니고 빛을 흡수하는 은은한 빛깔이며, 화학약품으로 표백된 순백색이 아닌 옅은 미색을 띤 백색이다. 
(주 2) 월간 민화(2020년 12월 10일) /이승철-교수의-민화재료학-특강-⑤-자연이 만든 순수


지금은 희게 느껴지는 대부분의 색을 흰색이라고 부르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흰색을 나타내는 단어가 매우 다양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익의 성호사설 만물문 절지 편에서 '지와 백도 차이가 있어 절지새의 빛깔이 흰 눈이나 흰색과 같다면 곧바로 희다고 해야 옳음에도 굳이 지라고 한 것은 짐승의 기름이 엉킨 것이니 절지란 그 새의 털이 백색이면서도 윤기가 나며 부드러운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 했다. 이익은 같은 백색 계열이지만 흰 눈의 백색과 절지새의 백색의 차이를 인식하고 기술한 것이다. 이에 반해 황윤석은 흰색으로 소, 최, 교, 호, 고, 학, 분색으로 기록하고, 소색은 명주의 흰색이며 호와 고는 백모의 흰색이고, 교는 하얀 달빛 색이라 했으며 최, 학, 분은 백색이라 했다.' (주 1)


위 글에 의하면 이익은 흰 눈의 백색과 새의 흰 깃털의 흰색을 구분했다. 새의 흰 깃은 윤기가 흐르는 깃털이니 차갑고 소복한 느낌의 눈의 흰색과 분명 차이가 있다. 황윤석의 기록은 흰색 하나만 놓고 여러 가지 표현을 했음을 보여준다. 같은 흰색이라도 염색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 명주의 흰색은 '소색'으로, 털의 흰 빛은 '호'와 '고'로, 창백한 느낌의 달빛의 흰색은 '교'라고 하였다. 학생 시절 '교교한 달빛이' 어쩌고 하는 표현을 읽으면서 뭔가 고상하고 신비한 느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흰 달빛이란 뜻이었던 거다. 하지만 흰 달빛이란 표현과 교교한 달빛이란 표현을 듣고 우리가 상상하는 풍경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윗글만 보아도 조상들의 색 감각이 예민했고 색 이름 또한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색이 가진 느낌에 따라 하나의 색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매우 감각적인 민족이었다는 증가가 아닐는지.


사족!

이익이 이야기한 절지새는 어떤 새일까? 검색을 해도 전혀 나오지 않는데 한 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음.... 구워먹으면 맛있단다. ㅠㅜ 

이번에는 고지새를 검색해봤다. 우리는 고지새를 알지 못하니 고지새가 울어도 모르겠지만, 봄에 울면 풍년이 드는 길조라고 한다. 그런데, 절지가 고지새인 건 정확한 정보겠지? 

사진 출처:http://blog.naver.com/jjung3593/90160193750

http://blog.naver.com/jjung3593/90160193750

명사  [동물] 되샛과에 속한 새. 크기는 기러기만 하다. 등은 갈색이며, 머리에서 목까지는 검고, 허리와 날개 끝은 희다. 강가의 숲이나 산속 낮은 나뭇가지에 살며, 우리나라, 동부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학명은 Eophona migratoria이다. (예)    눈 내리는 하늘에 고지새가 한 마리 울고 간다.
  


주 1 전통색, 오행과 오방을 내려놓다 P113

 주2 자료출처 월간민화( http://artminhwa.com/) 이승철-교수의-민화재료학-특강-⑤-자연이-만든-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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