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저에게 의미 깊은 해입니다., 저는 올해 교사로서의 긴 여정을 마치고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보통 '명예퇴직', '퇴직', '은퇴'라는 한 마디 단어로 표현되는 이 일은 저에게는 하나의 충격과도 같았습니다. 교사였던 지난 36년의 세월이 순식간에 몸과 기억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미술교사였던 저는 이제 학교에 출근하는 대신 작업실로 출근합니다. 매일 아침 10시 출근해서 저녁 10시 퇴근하는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교사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아침에 일어났고 밤에 잠들었습니다. 긴 꿈을 꾸다 문득 깨어나면 이런 느낌일까요? 기묘한 감각이었습니다.
문득 장자의 '호접몽'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36년이나 걸린 긴 꿈을 꾸었던 것일까요? 교사가 되어 팔랑팔랑 나비처럼 날아다닌 꿈이었을까요? 여러 개의 꿈으로 이어진 세계 중 하나에 제가 지금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여름 낮 선잠을 자면서 꾸는 꿈속일은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느낌은 제 첫 개인전의 주제인 호접몽, 나비로 이어졌습니다.
▲나비의 꿈2. 비단에 자수를 놓은 나비로 구성한 작품/목판, 비단에 자수, 가변크기 ⓒ 김경희
올해는 제가 미술대학을 졸업한 지 38년 되는 해입니다. 그러니까, 대학 졸업 후 38년만에 생애 첫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이지요.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작가의 삶을 꿈꾼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저의 삶의 중심은 언제나 학교에 있었습니다. 때로 지역 미술단체에 소속이 되어 작품 발표를 하는 일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기에는 학교 일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런데, 은퇴를 앞둔 작년 말,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기획전에 초대되어 전시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자세한 일정은 글 마지막에 정리해두었습니다.) 학교 정리를 하느라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였습니다. 봄이 오는지, 꽃이 지는지도 모르는 채 작업실에서 한 계절을 맞이하고 보냈네요. 그리고 2025년 5월 9일, 전시장 디스플레이를 마치고, 5월 13일부터 30일까지 약 3주간 전시 중입니다.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작품을 표현하는 것에서 작품의 액자를 만드는 것, 팜플렛 디자인, 전시장 디스플레이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 손으로 해결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젊은 시절 이미 배웠을 것을 저는 나이 60이 되어서야 배우고 있습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전경가온 갤러리 입구 ⓒ 김경희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 ⓒ 김경희
전시 제목은 '찬란한 인생'입니다. 왜 찬란한 인생일까요? '응, 그래, 네 인생이 찬란, 호화, 비까 번쩍했다고 자랑하는 거야?' 이렇게 오해하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자개, 비단과 같은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합니다. 이런 오래된 물건에서 지나간 세월의 흔적, 특히 한 때 화려했던 시간을 발견하는 경험은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혼례복을 예로 들어볼까요? 혼례는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혼례복이 그렇듯이 결혼식에서 한 번 입은 후에는 장롱 속 깊숙한 곳에서 혼자 나이 들어 갑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더 이상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오게 되면 쓸쓸히 버려지게 되지요. 그런데, 우리의 삶이 호접몽과 같이 한 순간의 꿈이었다 할지라도 열심히 살았던 그 순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반짝였던 기억은 오래오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글머리에서 이야기했듯이 제 전시의 주제는 '호접몽'입니다. 그리고, 표현 재료는 자개와 비단, 자수입니다. 제 작품을 위해서 저의 오랜 친구들이 자신의 혼례복과 시부모님, 아이들이 수 십년 전 입고 보관해두었던 한복을 기증해주었습니다. 작품에 사용하기 위해 한복을 하나하나 손질하면서 그 안에 깃든 세월의 흔적을 지금 손질하고 있다는 생각에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습니다. 저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오래된 것들에 관한 소중한 경험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사색하게 되었고, 연재를 통해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개, 한복, 곱게 자수 놓은 공단 이불 등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것들과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그것을 사용한 사람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전시 제목 : 가온갤러리 기획 김경희 개인전 '찬란한 인생
▲전시 기간:-2025년 5월 13일부터 5월 30일(일, 월, 공휴일 휴관 09:~18:00)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기온갤러리 기획전/무료)
*가온갤러리 전시가 끝나고 나면 인천의 세계로 국제중고등학교 갤러리 씨앗 Se:Art'으로 옮겨 전시를 이어갑니다.
-2025년 6월 2일부터 6월 30일(토, 일 휴관 09:00-17:00)세계로 국제중고등학교 갤러리 씨앗 Se:Art'(씨앗 초대전/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