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쌍둥이 잘 기르기

by 이진희

책 한 권을 추려봤습니다. <쌍둥이 잘 기르기>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쌍둥이를 포함한 네 아이의 엄마인 '패트리셔 맬른스트롬'과 신문기자 출신의 자녀교육 전문작가 '제닛 폴런드'가 함께 썼어요. '올림'이란 출판사가 펴 냈고요. 한국 초판이 2001년에 나왔으니 꽤 오래된 책이지요. (원서인 미국판은 아마도 1990년대)


표지도 밋밋한 이 책을 골라 읽게 된 이유는, '쌍둥이'에 관한 제 궁금증을 상당량 풀어줬기 때문이에요. 저는 단태아 육아와 다른 부분이나 주의해야 할 점, 둘 사이의 관계 형성과 정서 발달 측면에서 부모로서 신경 써줘야 할 것들이 알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당연히(?) 내 실정과 가까운, 한국 책을 찾아봤는데요. 아쉽게도 이거다! 싶은 책이 없었어요. 책의 상당 분량은 일반 육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대략 20% 정도 쌍둥이를 직접 키우며 느낀 점을 추가한 정도? 물론 경험담도 소중하지만 상황은 부모마다 아이마다 다 다를 수 있잖아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전문적인 내용이 목말랐어요.

이 책의 저자는 일란성쌍둥이의 엄마이자 비영리 민간단체 '트윈 서비스'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쌍둥이 전문가예요. 읽다 보니 저자도 쌍둥이에 대한 전문적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이 단체를 설립해 활동했더라고요. 보통 '쌍둥이 연구'라고 하면 '쌍둥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쌍둥이를 대상으로 본인들이 궁금한 여러 가설들을 실험해보는... 다시 말하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를 '활용' 내지는 '이용'한 연구이지 쌍둥이 자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고 하네요. (이 부분에서 맴찢) 그래서 정작 쌍둥이 부모들은 쌍둥이에 대해 이해하고 더 잘 키우고 싶어도 정보를 얻거나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래요. 이 대목이 공감됐어요. 다들 신기해하면서 낭설만 늘어놓지 정작 쌍둥이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자, 그럼 각설하고... 제가 읽으며 도움이 되었던 구절들을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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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더 점잖지?', '어느 쪽이 더 똑똑하지?' 하며 끊임없이 쌍둥이를 서로 비교한다. (다른 챕터에서 알려주길 "A는 어떻고, B는 어때요."라고 각자의 특성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음. 동일한 가치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쌍둥이를 둔 부모라면 원치 않는 조언과 질문을 물리치는 전략을 짜내야 한다. (중략) "도대체 어떻게 애들을 키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면 그녀는 "즐거운 마음으로 키워요"라고 대답한다.(p.35)


통념 : 쌍둥이들은 늘 서로 잘 논다.
진실 : 쌍둥이는 형제간이다. 서로 잘 노느냐 다투느냐는 형제들마다 다르다.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타고난 기질과 양립성이다. 사이가 좋다면 그들은 서로 도우며 재미있게 놀고, 기질상 서로 맞지 않을 때는 놀이를 할 때도 적을 대하듯 한다.
통념의 영향 : 쌍둥이는 자동으로 절친한 단짝이 된다는 통념은 부모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든다. 사이가 나쁜 쌍둥이를 둔 부모들은 멀쩡한 아이들을 두고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반면, 사이가 좋은 쌍둥이를 둔 부모는 아이들이 다른 집 아이들과 교류할 필요가 없다고 잘못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 하나 : 공격적인 행동에 따라 나이에 따라 철저한 한계를 정해놓는다. 부모는 훌륭한 코치 겸 심판관이 돼야 한다. 쌍둥이를 떨어져 놀게 하거나 다른 집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도록 하라. (p.69-70)


통념 : 쌍둥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진실 : 쌍둥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그러나 쌍둥이들 가운데에는 한쪽이 시작한 문장을 다른 쪽이 마무리한다거나 서로의 의도를 예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부부나 가까운 형제들 사이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중략)
통념의 영향 : 이 통념은 신비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쌍둥이들의 심령적인 힘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도 한 가지씩은 알고 있었다. (중략)
어떻게 해야 하나 : 쌍둥이 자녀의 관계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라. 쌍둥이 자녀가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겨라. 자녀들이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쌍둥이라면 그 정도는 되는 게 정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p.76-77, 여기 옮긴 2개의 외에도 '3장 근거 없는 통념의 실체를 밝힌다'에서는 다양한 통념과 거기에 대한 대처 방법이 나와있음)


의복-같은 색의 옷을 입혀야 할까?
쌍둥이 아기들에게 서로 다른 색상의 옷을 입히는 것은 초기 몇 달뿐 아니라 초기 몇 년까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생일마다 새로운 색상을 선호하게 될 수도 있다. (중략) "옷을 똑같이 입힌다고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복잡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간단하다. 다쌍생아들이 똑같은 옷을 입는다면 아이들 각자는 단체 정체성 속에 흡수돼 버린다. 다시 말해 그들은 '쌍둥이' 그 자체가 돼 버린다는 뜻이다. 옷을 다르게 입히면 아이들은 어느 정도는 서로 다른 개인으로 드러나게 된다. (중략) 물론 신생아일 경우에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입혀도 무방하다. 출생 후 몇 주 동안은 아기들의 옷을 가까운 곳에 한꺼번에 보관하며 입히는 것이 편리하다. 그렇더라도 아기들이 적어도 몇 가지는 자기 것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나중에 사진을 볼 때 아기들을 구별하기도 쉽다.)
아기들이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민감해지면 사람들이 옷 색상을 보고 쌍둥이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라. 똑같은 옷이 선물로 들어왔다면 각각 다른 날 입히는 것이 좋다. (중략) 쌍둥이의 경우 스스로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것은 쌍둥이 서로 간의 관계에서 상대에게 위협을 주지 않고 독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중략)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 자신만이 소유하는 옷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게 된다. (p.173-175)



장난감-공유냐, 개인 소유냐
장난감은 소유와 선택의 문제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분야에 꼽힌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장난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략) 자기만의 장난감을 갖는 것은 매우 큰 이점이 있다. 한 아이가 하나의 장난감을 소유할 때는 그 장난감을 다른 아이에게 빌려 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자기 소유의 장난감이 없을 때는 빌려 줄 수도 없다. 따라서 쌍둥이들에게 비싼 장난감 하나를 사 주고 같이 놀라고 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작은 장난감을 각각 사 주는 것이 좋다. (중략) 각각의 아이에게 적합한 장난감을 고르는 일은 처음에는 무척 간단하다. 어릴 때에는 쌍둥이들의 기호나 관심 분야가 거의 똑같아 같은 장난감을 받을 때 가장 좋아한다. (중략) 그들에게 다르면서도 동등한 수준의 장난감을 사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한 아이에게 고양이 인형을 줄 때는 다른 아이에게는 고래 인형을 주었고, 한 아이에게 덤프트럭을 사 줄 때는 다른 아이에게는 소방차를 사 주었다.
그렇지만 그런 배려에는 늘 말썽이 뒤따랐다. 서로가 더 나은 장난감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개봉하는 선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서로 상대방 것에만 신경을 썼다. 내용물이 서로 다를 때 그들은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이들은 건설적인 해결책을 발견했다. 장난감을 서로 바꾸는 것이었다. (중략) 똑같은 장난감을 받으면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받은 것을 그냥 자기 것으로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p.176-177)



영아 시절의 쌍둥이 상호 관계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갖는 관계의 복잡성과 출생 시부터 서로 간에 갖는 유대감 때문에 쌍둥이의 사회성 발달은 단생아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중략) 출산 후 첫 몇 주 동안은 쌍둥이를 돌보는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부모들은 잠이 모자라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아기들을 함께 다룰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중략) 그동안 아기들은 같이 있기 때문에 단생아의 경우보다 위안을 주고받을 기회가 훨씬 많다. 그들은 작용과 반작용, 시도와 반응의 상호 작용을 연습하며 태아 시절처럼 서로 거꾸로 얼싸안기도 하고 머리카락, 귀, 발을 잡아당기기도 하며 서로의 엄지 손가락을 빨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손을 내뻗치며 그 손길에서 위안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중략) 생후 약 6개월이 지나면 쌍둥이들은 예를 들어 천둥소리 같은 것에 같은 반응을 보이며 서로 잘 적응하도록 돕는다. 그들은 요람에서 기어 나와 서로를 위안해 주기 시작한다. (중략) 따라서 걸음마를 할 때쯤이면 쌍둥이들이 단생아들보다 공감 능력에서 훨씬 앞서는 것이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쌍둥이들이 그처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보이면 부모는 아기들이 과연 자신들과도 유대감을 갖게 될지 걱정할 수도 있다. (중략)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략) 초기에는 부모가 너무 힘들고 졸려 어느 아기가 어떤 시기에 자신과 반응하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기 한 명씩과 단독으로 갖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p.189-190)



지능 및 언어 능력 발달
생후 6개월 이상이 되면 아기들의 옹알이가 단어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런 발전이 있으려면 아기들에게 말을 주고받을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단생아의 경우는 흔히 부모를 말 배우는 파트너로 활용한다. 물론 쌍둥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부모가 늘 파트너가 돼 주기 어려운 경우 쌍둥이들은 서로가 말을 배우는 데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중략) 그래도 표준 언어를 익히려면 성인들의 말을 많이 듣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략) 날마다 쌍둥이들과 별도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중략) 쌍둥이 아기들이 서로의 불완전한 발음과 어설픈 문장을 더욱 굳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 배우기 전 쌍둥이 아기들의 그런 상호작용은 서로 이끌고 따르는 역할을 번갈아 연습할 수 있다는 것과 차례를 지키는 미덕을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 것은 실제 대화 기술의 발달에도 필수적이다. (중략) 부모들은 아기들이 그렇게 어린 나이에 사회적인 기술-예를 들면 차례를 지키는 것-을 그토록 잘 터득하는 능력에 경탄의 눈길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단생아들과 비교할 때 말 배우는 속도가 약간 느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아기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격려와 인내심이다 (p.195-198)



매일 그녀는 아기와 함께 잠들 수 있는 오후의 낮잠 시간을 고대하며 살았다. 나한테 전화를 한 날 그녀는 잠이 들었는데 세 쌍둥이는 자지 않았다. 애들은 가만히 자기들 방 벽지를 뜯고 베개 안의 닭털을 끄집어내는가 하면 땀띠약을 흔들어서 온 천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녀가 아이들 방문을 열자 닭털과 땀띠약 가루가 눈보라처럼 날렸다. 그 난장판을 보자 그녀는 미쳐 버릴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문을 닫고 트윈 서비스에 전화를 건 것이었다. 얘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차츰 진정을 하고, 머지않아 아마도 몇 년 후의 일이 되겠지만, 언젠가 이 장면을 회상하면서 웃을 날이 있기를 기대하게까지 되었다.
쌍둥이들의 부모가 겪는 위기라는 것이 대부분 이 어머니의 것과 같은 것들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큰 부상을 잊는 것도 아니다. 그저 끝없이 사람을 좌절하고 지치게 만드는 것들일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다 견뎌 낸다. (p.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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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는 이 출판사나 저자와 아무 관계가 없고 ^^; 출처를 세세하게 밝혔지만 혹시 저작권이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임신, 출산에서 18세 이후의 성인 쌍둥이로 키우기까지의 이야기라 2/3 가량만 읽었어요. (나머지는 1살 이후의 이야기) 오늘로서 32주 차, 말 그대로 '책으로 배운 육아'인데요. 실제 낳아서 기른 분들에겐 이 책이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어요. 여기 공유한 대목 외에도 쌍둥이를 갖게 되었을 때의 여러 감정 변화, 단태아와 다른 출산준비와 조산 대비, 모유 수유할 때의 팁, 외출할 때의 노하우, 일란성과 이란성쌍둥이들의 유대감,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어울리게 해 주어야 하는지 등등 '한 권 가득 쌍둥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읽으며 또 다른 도움과 위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쌍둥이가 우리 인생에 함께 해준 데 감사하고, 유머와 기쁨을 잃지 않으며 키울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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