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육아를 준비하는 당신께 (2)
지난 글(https://brunch.co.kr/@ioi/99)에 이어, 출산 전 고민을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당시 제 메모장엔 출산준비물이 한 페이지 가득 적혀있었어요.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 중에 어떤 걸 사고, 어떤 건 사지 않고, 또 어떤 걸 누구에게 선물해 달라고 할지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도 출산 준비하며 그 고민에 치였어요. 실제 사용해본 아이템도 있고, 자신만만하게 버티다가 피를 본 아이템도 있어요.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요.
6. 육아 아이템의 활용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자 의견임)
- 로토토 역류방지 쿠션 : 필수
뒤집기 전까지 잘 썼어요. 여기서 낮잠까진 안 재웠지만 수유하고 소화시키는 동안엔 필수였어요. 하나 살까 두 개 살까 고민하는 분들 계시던데 저는 어지간한 아이템은 다 두 개 쓰시라고 권해요. 누구 앉히고 누구는 옮기고 하는 사이 우리 관절이 곯으니까요.
- 바운서 : 쏘쏘
저는 피셔 프라이스랑 뉴나 바운서를 사용해 봤어요. 어떤 아가들은 여기서 잠도 자고, 앉혀놓으면 잘 놀아서 양육자가 밥도 먹고 집안일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잠깐 소화시키는 시간 정도만 있으려고 하더라고요. 반면 자리는 많이 차지해요. 아이들이 뒤집기 시작해서 안 앉으려고 하자마자 바로 처분했어요. 대여해서 써보시거나 나눔 받아 몇 개월 짧게 쓰시는 걸 권해요.
- 매직캔 휴지통 : 없어도 크게 지장은 없으나 있으면 좋음
두 녀석이 하루에 쏟아내는 기저귀가 최소 열댓 개고 그중에 ㅇㄱ가 대여섯 개, 신진대사가 왕성한 친구들이라면 예닐곱 개가 ㅇㄱ에요. 아무리 야무지게 말고 꽉꽉 눌러 담아도 부피가 꽤 된답니다. 그래서 하루치 모았다가 바로바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분이 많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고민하다 결국 샀어요. 요즘처럼 더운 계절엔 필수 같다가도 겨울철처럼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을 때는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매직캔이 아니더라도 기저귀 전용 휴지통이 필요해요. 너무 클 필요는 없어요. 바로바로 버려야 하니까 용량은 10L가 적당하겠네요. 그리고 페달이 필수예요. 손이 자유로워야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돌볼 수 있고, 허리를 한 번이라도 덜 숙일 수 있어요.
봉투에 클립도 끼워야겠네요. ㅅ든 ㅇㄱ든 기저귀에서 냄새가 나서 휴지통을 그냥 열어둘 순 없어요. 하루에 최소 10번 정도 클립을 뺐다 끼워야 할 텐데요. 무척 번거롭습니다. 쌍둥이 키우다 보면 몸이 많이 지쳐서 사소한 불편에 짜증이 확 나기도 해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이런 것 때문에 '아이씨!' 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기도 한답니다. 애초에 그럴 일을 만들지 않기로 합시다.
눈치채셨겠지만 이런 식으로 디테일을 더하다 보면 '아~ 그냥 매직캔을 사자'는 결론에 이릅니다.
- 기저귀 갈이대 : 필수
매직캔과 마찬가지로 없이 키워보려다가 며칠 허리를 굽혀보니 눈물이 쏙 빠져서 얼른 마련한 아이템이에요. 이케아를 많이 쓰시던데 제가 사는 곳 가까운 매장은 계속 재고가 없다고 뜨고, 구하려면 문 열자마자 뛰어가서 사거나 리셀러들에게 웃돈 주고 사야 해서 기분 상했어요.
대안으로 이동식 기저귀 갈이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샀는데, 말이 이동식이지 아주 튼튼해서 걱정 없이 상설로 사용했어요. 수납도 많이 되고 높이도 충분히 높아서 키 큰 남편도 편하게 썼고요. 애들 뒤집기 시작하면서 당근으로 팔기까지 아주 유용한 아이템이었어요.
- 바구니 카시트, 차량 카시트 : 필수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아이템은 신중하게 좋은 걸로 골랐어요. 바구니 카시트는 상태가 좋은 중고로 골라서 5개월 전후로 되팔았고요. 차량 카시트는 새 걸로 사서 지금도 잘 쓰고 있지요.
- 아기띠 : 필수
코니 아기띠로 시작해서 지금은 에르고 360을 쓰고 있어요. 슬링형인 코니가 처음엔 무척 편해요. 버클이나 벨크로가 없어서 재워서 눕힐 때도 편하고 여행이나 외출할 때 짐으로도 간편하고요. 그런데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면 '아, 이제 이걸로는 힘들구나' 싶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후엔 번거로워도 에르고처럼 다소 거~한 아기띠로 넘어가야 한답니다.
지인분이 주셔서 그 외 아기띠를 써봤는데 아이들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검붉게 변한다던가, 구조가 허술해서 쓰기 불편한 경우도 있었어요.
아기띠 가격대가 높고, 더구나 우리는 2개가 필요해서 부담되시죠. 하지만 면세점에서 사거나 선물 받아 쓰다가 중고로 파는 것까지 긴 관점으로 생각해서 원하는 걸 쓰세요. 생각보다 정말 자주 오래 쓰는 아이템이라 불편하면 계속 힘들어요.
- 쏘서, 점퍼루, 보행기 : 없어도 그만, 가능한 늦게
쌍둥이 키우려면 한 녀석이라도 안전하게 어디 앉혀놓아야 양육자가 밥도 먹고 집안일도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쏘서나 점퍼루, 보행기 같은 아이템을 단태아보다 더 많이 자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은 첫 번째 영유아 검진 때 고관절 탈구가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와서 관절에 자극이 되는 아이템은 가급적 쓰지 않았어요. 검사 결과 다행히 별 문제없었지만 그 후로도 서둘러 앉히거나 서게 하거나 뛰게 하지 않았어요. 소아 정형외과 선생님도 '그저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놀게 하는 게 제일'이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 때가 되면 자기가 알아서 기고 서고 걷겠지... 하면서요. 한 두 개 주변에서 나눔해주시긴 했는데요. 잘 보관하고 있다가 아이들 몸에 충분히 힘이 생기고 골격이 튼튼해진 다음에 잠깐씩, 옆에 항상 붙어서, 특별한 놀이로 기억하게 했어요.
물론 양육자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있는 시간은 필요해요. 우리도 양치도 하고, 화장실도 가야할 것 아닙니까. 그때는 식탁의자에 벨트를 하고 앉혀서 식판 위에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될만한 장난감이나 그림책 등을 줬어요. 그 정도로도 이삼십 분은 버텨주더라고요.
7. 출산 선물 리스트
아가들이 쌍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힘들겠다'는 말과 더불어 '뭐 필요한 거 없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지요. 빈 말이어도 참 감사해요. 저는 평소 선물 받는 걸 조심스러워했는데 (받은 만큼 보답해야 하니까) 어마어마한 출산 준비물 리스트를 보고 경우가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다소 뻔뻔하게 구체적으로 받았어요. '다 애들을 위한 거다!' 생각하면서요. 선물은 상대방과의 관계나 상황에 따라 무척 개인적 거라 조심스럽지만 도움이 되실까 싶어 나눠요.
- 직장선배들, 6명이 같이 할 거니까 20만 원대로 골라라. 쇼핑몰 링크까지 구체적으로 쏴라 : 쿠첸 분유 포트
- 직장동료, 10만 원 내외 : 로토토 역류방지쿠션 2개
- 형제자매나 조부모, 굵직한 하드웨어 해 주겠다 : 현금으로 받음. 육아용품의 브랜드와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구매처마다 가격도 제각각이라서 직접 사서 선물해주시기 너무 어려움. 외국어로 된 어쩌고저쩌고 브랜드에 무슨무슨 모델 무슨 색... 어디서 사면 얼마고 베이비 페어에서 사면 얼만데... 알려드리기도 민망함. 현금으로 받은 후에 가능한 한 빨리 구매해서 사진으로 확인시켜드림. 해당 물건에 'OOO 선물'이라고 이름표 붙여둠. 나중에 애들 보러 오셨다가 이름표와 잘 쓰고 있는 걸 보면 뿌듯해 하심.
- 직장동료, 뭐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 80 사이즈 일상복, 모자와 양말, 외출복
이것저것 마련하다 보면 배냇 저고리 같은 필수템 빼고는 이런 의류가 밀리기 마련. 하지만 있으면 예쁘게 입힐 수 있으니 선물로 받기 좋음. 단태아나 대인관계 좋은 분들은 옷 선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나중에 바꿀 수 있게 택을 안 떼신다던데... 우린 쌍둥이에 대인관계도 소박해서 받는 족족 무척 잘 입혔음. 선물해주시는 분이 육아 경험 없으면 사이즈 고르기 어려워하니까 제일 입을 수 있는 기간이 긴 80 사이즈로 부탁하면 상대방도 편안해함. 이 역시 잊지 않고 아이들 착용샷을 보냄.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감사하고 기억해주는 마음이 전해짐.
아이들이 좀 일찍 자서 후다닥 적어봤는데 벌써 시간이 늦었네요. 이제 이런 질문들이 남아있어요.
- 수면교육 / 똑게 육아
- 육아에 도움되는 책이나 앱이나 콘텐츠
- 남편과 육아 역할분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영원한 고민,
- 자연분만 / 제왕절개
- 모유수유 / 분유수유
또 짬이 나길 기원하면서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