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네 코로나 재택 치료기

자가격리 들어가기 전에 'OOOOO'를 꼭 사세요!

by 이진희

저희는 맞벌이에 조부모나 시터 도움 없이 아들 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8시 50분에 두 아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뛰어올라가 9시 출근을 하는, 단 오분도 여유가 없는 일상이지요. 아이가 콧물이라도 나면 바로 휴가를 써야 하는 배수진 육아 중입니다.


코로나의 전운이 저희에게도 감돕니다. 한 아이네 반 원아가 확진이라 이용제한에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우연히 그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가 해맑게 말합니다.

"우와~ 나 어제 걔 옆에서 점심 먹었는데!"


이틀 뒤 새벽, 아이가 뜨끈합니다. 39도. 해열제를 먹여가며 버티다가 날이 밝자마자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목이 살살 아파오던 저는 물론이고 증상이 전혀 없는 다른 녀석과 남편까지 온 가족 확진. 그간 수없이 자가 키트를 했지만 매번 음성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행운을 기대했었나 봅니다. 머릿속이 하얗습니다. 우선 회사와 어린이집에 연락을 하고, 약을 한 보따리 받아 집으로 향합니다. 엉겁결에 일주일의 재택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아이들 그림 그리기용 전지 종이를 한 장 꺼내서 벽에 붙였습니다. 세로줄엔 일주일의 날짜, 가로줄엔 각자의 이름을 적어 넣습니다. 여기에 아침저녁으로 서로 컨디션을 물어 적고, 아이들은 약을 먹고 나면 스티커를 붙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증상이 없던 한 녀석은 어린이집에 안 가고 엄마 아빠와 스티커 놀이를 하느라 신나 보입니다.


아이들은 약을 먹고나면 '좋아요'스티커를 붙이러 달려간다. 사이사이 붙은 타요스티커들

두 아이 간병과 육아와 양육자 각자의 치료까지 해야 하니 약간 비장해지기까지 합니다. 주변을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합니다. 먹고, 자고, 씻고, 치우는 일이 무한 반복될 걸 아니까요. 냉장고를 살펴본 뒤 부족한 식자재를 주문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격리'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아이들이 즐길 거리도 챙깁니다. 나중에 꺼내 주려 했던 장난감과 스티커북 같은 집콕 아이템들을 죄다 꺼냅니다.


저는 나름 내로라하는 집순이라 집에만 있는 게 그리 괴롭진 않았습니다. 아프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앓느라 칭얼대면서도 답답해합니다.

저희 집은 크기는 작지만 다락과 테라스가 있습니다. 오전 오후로 옮겨주니 약간 덜 지루해하더군요. 공간을 오갈 땐 귀찮아도 옷을 갈아입혀가며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그나마 며칠이 지나니 펜스를 잡고 밖을 보거나 다른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지만요.

여보세요? 누구 없어요? 할머니, 할머니!

체력이 점점 고갈됩니다. 둥이 양육자라면 '두 아이 동시 낮잠'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실 겁니다. 재택치료 때는 더욱 간절해지지요. 둘 다 자야 같이 자거나 집안일이라도 하련만. 밤에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교대 없는 24시간 근무를 일주일 하는 셈입니다.


사흘이 지나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지간한 건 배달로 다 해결되는 세상이어도 직접 사야 하는 몇몇 물건들이 있으니까요. 제일 시급한 건 '종량제 봉투'였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아직 기저귀를 떼기 전이고, 항생제가 든 약을 먹으면 설사도 하는 편이라 쓰레기가 실시간으로 쌓이는 게 눈에 보였어요.


다행히 이웃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동체 주택이라 이웃들과 연락이 가능하거든요. 전화로 배달이 가능한 로컬마트가 있거나 이웃이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이 문제가 꽤 난감할 것 같습니다. 네 가족의 일주일 쓰레기를 모으니 발코니에 한가득. 거의 이삿짐 수준입니다. 이걸 소독하려면 약재도 꽤 많이 듭니다.


지난 자정, 자가격리가 해제되었습니다. 다행히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열이 내리고 기침과 가래가 잦아들었습니다. 어른들도 인후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약을 먹고 버틸만합니다. 집안을 돌아보니 엉망이네요. 이제부터 치우고 다시 일상을 준비해야겠지요.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들의 쉰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고래고래 떠들던 아이들을 재우고 맑은 목소리가 녹음된 예전 영상을 봅니다. 무척 그립습니다.

내일부터 집 밖에 나갈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은 마냥 신나 합니다. 한 아이는 '기차 건널목에 가서 실컷 기차를 보고 싶다'하고, 다른 아이는 '봄이 온 것 같으니 얼른 딸기(모종)를 심고 물 주고 싶다'고 합니다.


치료 기간에 약을 먹어야 할 때마다 우리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랑 싸우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더니 아이들은 '그럼 이제 우리는 무적이야? 마스크 안 써도 돼?'라고 묻습니다. '아니, 더욱 잘 써야지.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일러둡니다.

자가격리가 끝나도 끝이 아니겠지요. 오히려 다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왜 누가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인과관계를 점점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기관에 안 보내고 싶어도 일하려면 어쩔 수 없고, 어린이집도 최선을 다하지만 한계가 있는, 나 혼자뿐 아니라 사회가 두루 서로를 헤아려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이 상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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