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발끝만 쫓다가 잠시 고개 들어 지난 3년 돌아보기
곧 아이들이 태어난 지 만 삼 년이 됩니다. 돌잔치와 달리 세 돌은 딱히 할 게 없네요. 양육자들끼리 그간 고생했다고 회식(?)이나 하려는데, 뭔가 조금 아쉬워요. 그래서 지난 3년을 차분히 한번 돌아보려고 합니다. 마침 휴대전화 클라우드 용량이 아이들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 차서 한번 정리해야겠더라고요.
여전히 매일 허덕이지만 잠시 멈춰 숲을 조망하듯 축하할 것들, 감사할 것들, 배운 것들을 추려봅니다.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도 생기면 참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요.
첫 번째 주제는 '자기'입니다.
우선 침실 환경부터 정리해볼게요. 아이들이 자라는 단계마다 침실을 어떻게 꾸며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둥이다 보니 남들보다 한 번 더 고민해야 했고요.
태어나서 9개월까지 : 아기침대에 같이 & 낮엔 수유쿠션
저희 아이들은 2kg 초중반대로 태어났어요. 다행히 자가호흡을 해서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신생아실로 향했답니다. 그래도 단태아에 비해서 작고 약할 수밖에 없었죠. 조리원 2주 보내고 집에 왔을 때, 이웃이 나눔 해주신 쁘띠라뺑 아기침대에 나란히 눕혔더니 다행히 충분했습니다.
아담한 안방에 양육자가 잘 더블 침대, 아기침대 그리고 이케아 기저귀 갈이대를 놓으니 가득 찼어요. 아래쪽에 수납공간이 충분해서 기저귀랑 물티슈, 장난감까지 다 차곡차곡 넣었어요. 그렇게 자는 공간만은 입식으로 꾸미기 성공!
낮에는 수유쿠션에서 주로 생활했어요. 하이체어가 있었지만 혹시 한눈파는 사이 위험할까 봐 바닥 생활을 감수했습니다. 덕분에 허리 손목 무릎이 피곤했지만 안심하고 돌보는 게 더 중요했어요. 아이가 하나고, 돌보는 사람이 둘 이상이라면 좌식생활을 피할 수 있으려나요!
9개월에서 18개월 : 싱글 침대 + 더블침대에 가드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기침대가 좁아지기 시작했어요. 세로로 머리와 발에 여유 공간이 없길래 가로로도 뉘어봤지만 서로 엉키니 위험하겠더라고요. 잡고 일어서니 불안하기 시작하고, 뒤집기 시작하니 말할 필요도 없이 부대껴합니다.
결국 저희가 쓰던 어른 침대에 슈퍼싱글을 기역자로 벽에 붙이고 둘레에 안전가드 3종류를 덧댔어요. (더블세로 + 더블가로 + 싱글가로, 본베베 유아 침대 안전가드) 가로로 이어지는 부분은 나무를 덧대어 튼튼하게 세우 고나니 한결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자며 아이들이 자랐어요.
이참에 지난 3년의 양육비를 계산해봤습니다. 후덜덜한 금액이네요. 그중 가구나 안전관련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매트, 안전문, 침대가드가 은근 목돈이잖아요. 아끼거나 중고로 구하기엔 '안전'이 얽혀있으니 조심스럽고요. 사용 후엔 어지간히 거칠게 써서 결국 폐기 처분하니 100% 소모비용이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면 제일 좋은 새 제품을 살 것 같아요.
18개월 이후 : 싱글침대 + 더블침대 매트리스 -> 토퍼
두 돌이 지나자 가드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월담을 시도합니다. 드디어 가드의 시대가 끝납니다. 어떻게든 입식 생활을 이어가 보려고 했는데 말이죠. 침대 프레임이 꽤 오래되어서 미련 없이 매트리스만 남겼습니다. 그조차도 굴러다니며 떨어지곤 해서 30개월 정도엔 10cm 토퍼(퀵 슬립 V3 메모리폼)로 바꾸었어요. 이대로 쭉 생활하다 방 분리하면 다시 마음에 드는 침대를 사려고 해요.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너무 늦지 않게, 하지만 또 서두르지 않고 환경을 바꿔주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매일 육아를 계속하면서 해야 하니까요. 아이들이 자는 틈에 하거나, 한 사람이 몰아서 독박육아하며 공간을 비워서 했던 기억이 나네요. 변화의 시기마다 도움이 절실했어요. 혹시 주변에 둥이 양육자가 있으시다면 이런 이벤트 시기에 손을 보태주세요. '가구 옮기거나 짐 정리할 일 있으면 이야기해! 도와줄게!'라고요.
다음은 수면교육입니다. 퍼버법, 안눕법... 똑게육아와 베이비 위스퍼 같은 책들 모두 봤는데요. 시도는 해봤으나 마땅치 않았달까요? 일관성이 제일 중요한데 갈팡질팡하는 사이 아이들이 자라 버린 것 같아요. 특히나 둥이를 한 공간에 재우다 보니 한 아이는 먹히(?)는데 다른 아이는 힘들어한다던가 해서 단태아에 비해 수면교육을 하기가 더 어려웠어요. 만약 두 아이를 다른 양육자가 돌보고 양육 공간도 여유로워서 따로 재울 수 있다면 수면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끈기 있게 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저희는 그저 아이들의 요구를 잘 살펴서 반응하는 게 최선이었어요. 백일의 기적은 없었고, 5개월 즈음에야 통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진... 그냥 버텼습니다 ㅠ_ㅜ
뭔가 탁월한 팁을 드리고 싶지만 안타깝네요. 그저 깨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놀고먹고, 같이 기절하다 보니 3년이 흘렀어요.
다만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시간이 되면 소리와 조명 등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건 철저히 지켰어요. 요즘도 9시 장난감 정리, 9시 반 거실 소등, 10시 이후 잠자리 책 보기 루틴은 꼭 지켜요. 어른들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새벽에 하더라도 자는 시간엔 다 같이 잡니다. 실은 저희 체력이 먼저 바닥나네요.
두 번째 주제는 '먹기'입니다.
모유수유를 했지만 6개월 전후로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끊었어요. 분유는 태어나기 전에 지인으로부터 수입 분유를 추천받았어요. 당시 제가 알기로 국산 분유는 뜨거운 물에 타서 식혀 먹이면 되고, 수입 분유는 40도 정도에 타서 바로 먹이면 됐거든요. 영양성분 등을 떠나 무조건 자주 먹이는데 편해서 고민하지 않았어요.
독일/오스트리아 힙 분유를 직구로 먹였는데 결과적으로 분유 유목민 안 되고, 킨더밀쉬까지 쭉 정착했네요. 비용은 국산보단 비싸지만 산양유보단 싸고, 무엇보다 시간과 체력을 많이 아낄 수 있었으니 만족해요.
이가 나고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엔 양육자 둘 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상 육아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그냥 시켜먹길 원했는데요. 남편이 식습관에 예민해서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이유식을 해서 냉동시키는 쪽이었어요. 힘에 부치거나 식단을 다양하게 확장해야 할 시기엔 전체 식사의 1/3 정도 시판 이유식을 섞여 먹였어요. 짱죽, 엘빈즈, 베베쿡 등을 모두 먹여봤는데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아서 계속 찾아보고 주문하느라 적잖이 피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간식과 사 먹이는 여러 식품들은 지금까지도 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두 돌 전엔 떡뻥 이외에 과일 퓌레 등만 먹이고 세돌을 앞둔 지금도 시중에서 파는 과자, 주스는 안 먹여요. 음료는 사과즙, 배즙처럼 첨가물 (특히 설탕) 없는 제품만 먹고요.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모두 과일과 우유만 넣어 갈아줬더니 어쩌다 파는 바나나우유나 딸기우유를 먹으면 맛없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단골 카페에 가서 먹는 마들렌과 일 년에 몇 번 기념일에 먹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그들의 가장 특별한 간식입니다.
17개월부터 기관에 보냈는데 다행히 기관에서도 먹거리에 신경 쓰는 편이라 간식도 고구마, 옥수수, 배 등 과일이나 구황작물 그 자체로 제공해주고 계셔요. 양육자 중에 성인 아토피 환자가 있어서 가공식품이나 설탕이 든 음식은 최대한 늦게 가능하면 안 먹이려고 해요.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생애 초기 식성을 잘 잡아주는 게 양육자가 해줄 수 있는 큰 선물이라는 생각엔 변함없어요.
어릴 때는 (마트보다는) 시장에서 식자재를 직접 보고, 좀 자라서는 농장에 가보고, 가능하면 직접 길러서 손질해보는 게 먹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길 바랬어요.
내용뿐 아니라 먹이는 방법도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다행히 잘 먹는 편이지만, 혹 놀고 싶거나 메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잘 안 먹더라도 쫓아다니면서 먹거나 떠먹이진 않아요. 양육자나 주기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이냐에 대해 원칙을 정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어요. 엄마가 주도적으로 먹기에 대해 결정한다면 그 방향을 잘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야겠지요. 중구난방으로 하면 확실히 아이들이 갈팡질팡합니다. 좀 크면 결국 빈틈(?)을 찾아내고요.
'원칙을 정하고, 양육자들이 공유한 후에 피드백을 주고받아 계속 수정해나간다' 이건 먹기나 자기뿐 아니라 모든 육아에 필요한 일 같아요.
고작 몇 년 전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힘닿는 한 정성스레 검색해서 아이템 정보를 같이 적을게요. 딱 그 아이템이라기보다 비슷한 기능의 최신 아이템들을 찾는 기초자료로 활용해주세요. 하루가 다르게 더 좋은 육아템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오늘 나눈 1편에 이어 2~5편은 아래와 같은 주제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댓글로 의견 주시면 세돌을 잘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편 자기와 먹기 (침대 세팅, 수면교육, 이유식)
2편 입기와 씻기 (옷, 기저귀 떼기)
3편 놀기와 배우기 (걸음마, 책 육아, 몸놀이, 대화법 등)
4편 꿀템 (가성비, 활용기간 등)
에필로그 : 잘했군 잘했어 vs. 아쉽군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