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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제주

제주해녀문화 지킴이, '묻' 팀을 소개합니다.

by 최길효

한 달은 길고도 짧다. 어느덧 '제주다움'의 마지막 주가 된 걸보니 말이다. '제주다움'은 체류지원사업으로 기업과 리모트워킹을 하는 분들도 참여할 수 있지만, 문화콘텐츠 창작 팀도 참여할 수 있다. 제주도는 오랜기간 형성된 소중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창작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9월 제주다움에도 제주의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팀이 함께했다. 문화재청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묻' 팀이 바로 그 주인공, '묻'은 '많았던 해녀들의 묻혀있던 이야기를 물어 뭍 밖으로 꺼내기 위해' 활동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문화를 지금 시대에 이야기하려는 '묻' 팀의 활동과 그들에게 제주가 갖는 의미를 들어보기위해 지금, 여기, 제주에서 '묻' 팀을 만났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권화담(이하 H) : 안녕하세요, 묻의 팀장을 맡고 있는 권화담입니다. 문화 인류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손상민(이하 S) : 안녕하세요, 묻에서 사진 촬영을 맡고 있는 3년차 전문 사진작가, 손상민입니다.

방경라(이하 K) : 안녕하세요, 묻 팀에서 회계 및 잡일을 맡고 있는 23살, 방경라입니다.


H & S : 잡일이라니!(분노) 경라는 귀염둥이 포지션을 맡고 있어요

K : ㅇㅂㅇ (...)


Q. 그럼요, 팀에 귀염둥이는 꼭 필요하죠. 음, 팀장이신 화담 님께서 대표로 묻 팀 소개를 좀 해주실까요?

H : 네, 저희 묻 팀은 2018년, <제주해녀문화>를 주제로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입니다. 이번 '제주다움' 활동을 하면서 한달 간 제주도의 해녀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어요. 제주도의 해녀 분들을 만나뵙고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 저희의 주요 활동이구요.


KakaoTalk_20180827_215517164.jpg 해녀체험 중인 묻 팀

Q. 제주에서의 활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K. 첫 활동으로는 해녀문화체험 활동을 참여했어요. 해녀 분들을 만나뵙고 얘기하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 생각했어요. 물질할 때 사용하시는 테왁에 대해 배우고 물질 체험을 했어요. 저는 맥주병이라 수업을 따라가긴 쉽지 않았지만요.(흑흑) 그리고 도두에 방문해 컨택한 해녀 분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현장을 보고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물질 촬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그리고 해녀 박물관을 방문해 학예사님을 만나뵙고 향후 어떻게 취재를 하면 좋을지 귀중한 조언을 많이 듣고 왔습니다. 계속 인터뷰 일정이 잡혀있어 육지로 떠나기 전까지 계속 일만 할 것 같아요(...)


Q. 그렇군요. 지금하는 활동은 취재가 주네요?

H. 어떻게 하는 것이 해녀 분들의 삶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을지 다양한 방향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가장 우선순위가 높았던 결과물은 풍성한 인터뷰를 담은 사례집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사례집을 만들 정도로 많은 해녀분들과는 만나지 못했어요.

KakaoTalk_20180827_215514983.jpg 묻 인 해녀박물관

Q. 묻 팀은 인터뷰 때문에 주말도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는데 그래도 충분하지 않았었군요

H. 사실 육지에서 건너와 많은 해녀분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생업을 하시기도 하고 인터뷰와 촬영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거부감도 있으시기도 하죠. 저희 묻 팀도 섭외에 많이 애를 먹었어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해녀 분들과의 컨택을 요청드리기도 했고, 저희가 페이스북 DM을 통해 해녀 교육을 하시는 분께 연락드리기도 했어요. 저희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적극적으로 연락드렸더니 그래도 최초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과 인터뷰를 잡기는 했어요.


Q. 결과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겠네요.

H. 그렇죠. 우선은 해녀 분들의 이야기와 저희 팀의 해녀 문화에 대한 시각을 담은 콘텐츠를 모아 책자를 만드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상민이의 사진을 전시하거나 해녀 문화를 캐릭터로 표현해 굿즈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 중이에요.


Q. 묻 팀에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H. 네, 더 많이 찾아뵙고 공부하기 위해 '제주다움' 활동 후에도 제주에 방문 할 것 같아요. 9월 개강만 아니었더라도 '제주다움'을 연장했을 거에요. 학교 수업을 빠지는 것이 불가피해 연장은 못했죠. 그래도 9월 20~22일에 열리는 제 11회 제주해녀축제에 참여 할 계획이에요. 부스 참여를 하는 방향으로요. 부스 참여가 어렵다며 축제를 보고 공부하기 위해 내려올 것 같아요.


Q. 이런, 일정이 안 맞다니 아쉬워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세 분에 대해 더 궁금해지네요. 어떻게 함께 팀을 이루게 되었나요.

S. 저와 화담이가 먼저 아는 사이로 지내고 있었어요. 21살 때, '미스핏츠'라는 독립언론을 함께 했었죠. 그때 저는 사진 팀에서 일하고, 화담이는 편집 팀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 때 서로 합이 잘 맞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화담이가 제안하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게 되었어요.


Q. 화담 님의 전속 사진사...?

S. 그 정도는 아니구요(웃음) 화담이가 하는 프로젝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내정자 정도...?


H.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상민이에게 연락해요. 워낙 사진을 잘 찍으니까 함께하고 싶거든요.


S. 사실 제가 거절을 잘 못해요. 그래서 2016년에는 '매 사낭'을 주제로 화담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으로 활동했었어요.


H. 그 때, 상민이와 함께 활동하면서 좋았지만 아쉬운 점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둘이서만 하다보니 물리적인 한계에 부딛치기도 했죠. '매 사냥' 활동의 아쉬움이 커서 이번에는 함께 할 사람이 더 있어야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경라에게 연락을 했죠.


K. 묻, 같이 하기 전엔 교류가 별로 없었긴 했어(웃음) 화담 언니와 저는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에요. 교내에서 같은 활동을 하며 화담 언니를 처음 알게 되었죠. 사실 팀이 달라서 서로 교류가 잦지는 않았어요. 토크 콘서트 행사를 진행 할 때, 오며가며 부딛히는 정도? 근데 언니가 끝날 무렵에 '제주도 갈래?'라고 물어보더라구요. 곰곰히 생각하다가 좋다고 얘기했죠. 제가 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Q. 그 때부터 셋의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전공자와 비전공자, 그리고 사진작가의 조합이 신기했어요. '제주다움'은 어떻게 알게되었나요?

H. 제가 우연히 알게 되어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해녀문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제주도에 꼭 머물러야해요. 제주다움을 알기 전에는 한달살이 계획을 세우고 있었죠. 요즘에 많은 분들이 제주 한달살이에 관심을 갖고 시도하시지만 비용이 만만치는 않아요. 숙소만 해도 80만원 정도에 저희는 취재를 해야하니 렌트카 비용을 비롯해 이것저것 돈 나갈 일이 많았거든요. 만약 '제주다움'이 안되었다면 1주일 정도 빡세게 취재를 할 계획이었어요.


S. 그래도 인터뷰가 없는 것 보다는 낫지


H. 맞아. 없었으면 놀더라도 부담감을 많이 느꼈을거야.


K. 사실 이렇게 일이 많을 줄 몰랐어요. 평소에 여행을 좋아해 '제주에서 충분히 놀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왠걸 정말 바빠서 놀 시간이 없었어요. 상민 오빠가 제주도로의 이사를 준비하느라 서울에 다녀왔을 때, 하루만 화담 언니와 마음 놓고 놀았네요.

KakaoTalk_20180827_215515534.jpg 바쁘게 설명을 듣는 '묻' 팀

Q. 생각보다 제주에서 지내며 생각보다는 놀 기회가 없어서 놀랬어요. 해야할 것들이 있으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상민 님은 이번 기회에 제주도로 입도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것도 매매로 지낼 곳을 구해서 말이죠. 어떤 계기로 입도 할 생각을 한거에요?

S. 제가 좀 충동적인 성향이 있어서...(웃음) 작년 3월에 사진작가로 데뷔를 했어요. 보통 사진작가분들은 개인전을 하면 데뷔를 했다고 얘기하시는데 저는 인사동 갤러리에서 제주도 사진으로 개인전을 열어 데뷔를 했죠. 구체적으로는 제주도의 돌 사진이었어요. 그래서 제주도에 대한 생각이 좀 남다르긴 해요. 개인적으로는 바다가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서 제주도로의 이주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회도 맛있고... 그리고 제주도에는 도내의 아티스트를 지원해주는 예술지원사업이 많이 있어요. 그 점도 입도를 결정하는데 한 몫했던 것 같아요.


Q. 원래는 법대생이었다고 들었어요.

S. 맞아요. 20살에 몸이 안 좋았었어요. 크게 아팠었는데 다행히 회복되었어요. 그 때 다짐했죠. 내게 앞으로의 시간이 허락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구요. 그게 저에게는 사진이었어요. 사진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진만의 매력은 다른 예술들과는 다르게 사진에는 명확한 시간성이 있다는 것이에요. 현실 속의 몇백분의 1초를 잘라내 나만의 주머니에 넣는다는 것. 그게 제가 사진에 빠진 이유죠.


H & K. 크으... 프로의 전문성


S. 훗, 그래도 먹고 사는 고민을 많이 해요. 결국 정착해서 지내려면 일을 해야하니까요.


Q. 그렇죠. 장소가 어디든 우리는 일을 해야하고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니까요. 상민 님의 새로운 도전은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거에요. 경라 님, 화담 님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K. 저는 직업에 대해서는 조금 방황하는 시기에요.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여러 프로젝트를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한국의 유기견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일본을 탐방하기도 했고, 할랄시장 프로젝트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사회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쿨 루프(Cool-Roof : 도시 열섬현상으로 생기는 더위를 열을 반사 및 방사하는 흰색 페인트를 칠함으로서 막아주는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고민은 많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저에게 좋은 결론을 찾고 싶어요.


H. 문화인류학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직업이 될지는 두고봐야겠지만요. 인류학에는 문화를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연구하는 관점이 있어요. 저 역시 그런 관점으로 문화를 바라보기 위해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을 연구했고 더 해보고 싶어요. 어떤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이죠. 해녀문화도 그러한 차원에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제주도의 문화 중에서는 많은 지원을 받는 문화기는 하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묻 팀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해녀 분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Q. 세 분 모두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한달 간 경험한 '제주에서의 일', 어땠어요?

H. 너무 정신 없었지만 정말 좋았어요. 학업 때문에 연장은 못했지만 내년에 '제주다움'이 이어진다면 지원해볼 생각이에요. 저희가 다루고 싶은 문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주거나 비용 걱정을 덜어내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기도 했구요. 타이트하게 일하느라 제대로 제주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오며가며 보고 들린 모든 것들이 좋았어요. 해안도로도 이쁘고, 바다도 이쁘고, 머물고 싶은 공간들도 많았구요.


K. 저도 정말 좋았어요. 사실 저희 팀이 사진과 디자인 중심의 프로젝트 팀이라 초반에는 '나의 역할은 뭘까'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제주의 바다나 아름다운 풍경도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줘 좋았어요.


S. 제주, 사진, 해녀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그러니 어떻게 안 좋을 수 있었을까요? 이번 '제주다움' 활동이 끝나면 화담이와 경라는 육지로 떠나지만 저는 계속 제주에서 지내며 사진을 찍을 거에요. 저만의 '제주에서의 일'을 또 찾아야하니까요. 그래서 언제든 심심하면 카메라를 들고 제주를 돌아다니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곳에서의 시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에 귀중하다. 내가 바라본 적 없는 분야를 보고 있는 '묻' 팀의 이야기를 듣기에 인터뷰 시간이 충분했는지, 그들을 이해하기에 한 달이라는 시간이 충분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여기, 제주에서 함께 일했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이 늘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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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를 위한 온라인 비즈니스 스타터 킷, 페이지콜을 만드는 플링크의 마케터입니다.

팔자에도 없는 노마딩 중입니다. 8월 현재,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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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5년 차의 경력을 가진 iOS / Front Web App 개발자를 채용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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