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체질

출퇴근이 더 잘 맞는 직장인 유형 5가지

by 최길효

출근없는 삶도 어언 3개월, 체감상으로는 한 3년 정도 한 것 같은데 아직 3달 밖에 되지 않았다. 30살이 되니 시간이 더 빨리 간다. 부디 체감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그럼 서당개는 삼년이 아닌 석달 뒤에는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멍멍 짖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다가 3년, 1095일, 26,280시간이 딱 되는 시점에 시조 한수 외우며 풍월을 읊은 것은 아니지 않을까. 무슨 100일동안 쑥과 마늘만 먹은 곰, 사람되는 소리도 아니고... 한 석달이 지나고 나서는 한글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신상 업무문화를 아직 체감상 3년, 사바세계의 시간으로는 3달 밖에 경험하지 못했기에 노마드라이프의 정수를 촤라락 읊지는 못해도 '아, 저 사람은 노마드 체질이 아니다.'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외로움을 매우매우 잘타는 사람

외로움은 사람의 매우 일반적인 감정이다. 괜히 새벽 2시만 되면 '뭐해... 자니?'라는 카톡이 여기저기서 울리는게 아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 속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노마드는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혼자 일한다. 일하면서 수다를 떨 사람도 없고, 고민을 의논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뭐 그 정도는 괜찮을 수 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뭐 금요일 같은 때에는 친구들과 신나게 불금을 보내도 된다. 진짜 문제는 자유를 찾아 멀리 떠났을 때다. 인연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앞서 얘기한 일하면서 얘기할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퇴근하고 만날 가족도 친구도 없다. 하루에 몇마디 말을 못해 입에서 단내가 날 수도 있다. 괜히 스타벅스 바자리에 앉아 같이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정이 갈 수도 있지만 말을 걸었다 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확률이 높고 애초에 그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면 말을 걸 용기도 못낼 것이다. 천성이 혼자서도 시간을 잘보내고, 사람 싫어하고, 집돌이여야 혹은 그런 기질이 있어야 노마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감시 = 동기부여인 사람

사무실은 권력 구조의 집합체다. 상사는 일어나면 모든 직원의 모니터를 볼 수 있고, 말단 사원은 사무실 끄트머리 혹은 모서리에서 전전긍긍하면서 일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무실의 구조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지만 조직에는 분명 남이 감시해야만 일하는 사람이 있다. 프리라이더, 월급루팡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상사의 관심어린(?) 눈길이 없으면 업무 효율이 뚝 떨어진다. 이런 사람을 보면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율성이 낮은 사람이 카페에서 일한다면,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찾는데 30분, 메뉴를 고민하는데 20분, 보통 디저트까지 시켜서 먹는데 30분, 먹으면서 보던 유튜브가 재미있어 다음 편까지 보고 일해야지라고 생각하다가 1시간을 사용한다. 그나마 오후에 이 루프가 발생하면 다행이다. 오전에 이 루프가 일어나면 점심 먹으러 가야한다. 그러면 메뉴를 정하고 밥을 먹고 다시 카페로 복귀하는데 또 시간을 쓴다. '과장이 너무 심한거 아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학창시절에 공부하러 도서관 또는 독서실에 와서 비슷하게 시간을 버리는 친구들을 이미 많이 봤다. 그런 분들께는 조용히 사무실 근무를 추천해드리는 바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

먼저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회사에는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도 매우 귀하다는 것이다. A를 시키면 Z를 해서 오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해오는 것만으로도 마땅히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노마드로 살려면 시키는 일만해서는 안된다. 업무량을 스스로 조절해야 하고, 업무를 스스로 만들어서 해야한다.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 전체의 방향성에 맞춰 데드라인을 잡고 지켜야 하고, 회사의 성과에 기여해야 한다. 자율근무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통의 근무제도보다 할일이 더 많다. 자기 일도 잘해야 하고, 자기 삶도 지켜야 하고, 회사의 방향성과 전체 프로젝트의 데드라인도 조율해야 한다. 막상해보면 '시키는 것만 하는게 편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혼밥 못하는 사람

앞서 얘기한 외로움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다. 노마드가 되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다. 대학교 시절처럼 공강인 친구를 수소문해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혼밥할 일이 잦다. 대범하게 혼밥하지 못하면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베이글이나 샌드위치로 때워야 한다. 밀가루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좋다. 자고로 한국사람은 쌀을 먹어야 한다.


신입사원

신입사원이 무슨 죄길래 원격근무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냐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신입사원은 하면 안된다고 하기는 애매한 면이 있다. 누구나 신입인 시절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입사원은 회사의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생 초짜 뉴비 신입은 업무에 대한 지식도 없다.(머리가 비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거기에 원격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방식에도 적응하라고 하다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업무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스스로 일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해낼 수 없다는 말이다. 또한 회사의 방향성을 파악하고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적어도 일반적인 근무방식은 옆자리 사수가 하는 일을 보고 배울 수라도 있지 원격근무는 눈팅도 없다. 신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말이다. 경력직인데 신입사원으로 합류했다면 조금 낫다. 직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일을 만들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께는 새로운 근무 방식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더 일을 잘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원격근무의 의미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잘 말씀드려야 한다. 원격근무는 기록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의식의 흐름대로 일했다면 어려울 수도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뭐 나 역시 고작 3개월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많다. 농반진반으로 읽어봐주셨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와 이런 문제도 있구나' 싶은 것이 계속 보인다. 특히 이번에 제주에서 1개월 간 업무를 시작하면서, 첫 장기 원격근무를 외국에서 시작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했다. 팀원과의 소통이나 새로운 지역에서의 적응에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데 언어와 문화의 장벽까지 있었으면, 머무는 기간 내에 욕만 하다 돌아오지 않았을까. 스스로 새로운 근무 제도의 모르모트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글로 남기고 있다.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한다면, 더 쉽게 해결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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