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파와 전체주의자와의 전쟁
주황은 즐거운 사람이고, 파란색은 창의성을 불러온다. 뇌쇄적인 색, 파랑.
'파랑'의 뜻은 파란 빛깔이나 물감을 말한다. 파랑 자체로 '파란 빛깔(색)'을 나타낸다. 그런 이유로 파랑을 쓸 때는 따로 '색'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색'과 함께 쓸 때 '파란색'이 된다. 파랑(blue), 청색(靑色)은 460 ~ 470 nm가량의 파장을 갖는 색으로, 빛의 굴절률이 가장 작은 색깔인 노랑과 달리, 빛의 굴절률이 큰 색깔이다.
색을 섞을수록 밝아지는 가산 혼합에서는 빨강, 녹색과 함께 빛의 삼원색 중 하나이다. 가산 혼합으로 색상을 표기하는 웹 색상에서 파란색은 #0000FF으로 표시되며, 파랑의 보색은 노랑이다. 색을 섞을수록 어두워지는 감산 혼합에서는 마젠타(Magenta)와 시안(Cyan)을 같은 비율로 혼합했을 때 나타나는 색이다. 이 색상계에서 파랑의 보색은 주황색이다.
"파란 장미는 원래 '불가능'을 뜻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파란 장미를 만들기 위해 매달려왔고, 지난 2004년 일본 산토리사의 자회사인 플로리진이 유전자 변형을 통해 파란 장미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적처럼 탄생한 파란 장미의 꽃말은 현재 '불가능의 극복',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바뀌었습니다."
파란색이 선호되기 시작하기 시작한 것은(색은 현실이기 때문에 색에 대한 선호도는 역사에서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약 200년 전으로 염료의 생산이나 대중화는 더욱 최근의 일이다. 12세기에 청색은 신학적으로 중요시되었고 예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상승했으며, 13세기에는 염색업자들이 아름다운 청색 염료를 만들어 냄으로써 청색의 인기 상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14세기 중반부터는 문장학(紋章學)적으로 중요한 색깔이 되었으며, 그로부터 2세기 후인 16세기에는 종교 개혁에 발맞춰 도덕적 차원에서 경건한 색이 되었다.
파란색은 창백한 푸른 별 지구의 색이면서, 지구 탄생부터 자연에 널리 펴져 있는 색이면서도 인류는 파란색을 아주 어렵게 발견하고, 뒤늦게야 재현하고 생산하여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청색은 단어마저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다.
서구 회화에서 하늘을 청색으로 표현된 시기는 리얼리즘의 시작을 예고한 14세기의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에 이르러서였다. 녹색으로 보이는 물은 녹색으로 표현했고, 17세기에서야 파란색 이미지를 사용했다. 특히 로마인들은 청색을 증오했다. 켈트족과 게르만족, 즉 야만족이 파란색 눈을 가졌고, 전쟁에 나갈 때 몸을 유령처럼 보이게 하려고 청색을 칠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죽음은 군청색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해서 장례식 때를 제외하곤 청색 옷을 입지 않았다.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Major)는 <박물지>(博物誌, Natural History)에서 “정말 뛰어난 화가들은 주로 흰색,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 이 네 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린다.”라고 적었다. 무지개 색에서도 파란색을 찾아볼 수 없었고, 기독교도인들도 파란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르트르 대 성당의 청색 마리아 붉은색은 12세기 초까지 지속적으로 높은 대접을 받았다. 성모 마리아의 숭배와 직결된 중세 성화의 역할이 전환점이 되었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리아는 그동안 어두운 색 옷을 입었는데, 그리스 로마 시대의 상복 색깔인 청색으로 대치하였다.
이런 반전은 청색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예술 분야와 사회 모든 계층으로 확산되었다. 청색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종교적 신앙심과 왕과 귀족들의 사회적 권력을 동시에 상징하게 되었다. 청색의 원료인 인디고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식물로 신석기시대부터 알려진 염료이다. 인디고는 인도와 중동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수입품이라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비싸서 별 인기가 없는 것도 청색을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일 것이다.
18세기 파랑의 염료인 인디고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들어올 때는 잎을 갈아 반죽하여 말린 후에 돌 모양으로 굳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라피스라줄리(lapis lazuli)라는 청색을 띤 준보석으로까지 취급했다. 인디고는 사용하기 쉽고, 더 농축되어 대청보다 더 깊고 안정적인 파란색을 제공했다. 유럽에서는 청색의 유행으로 인디고 대신 염료를 만들기 힘들고 비싼 대청을 재배하여 상인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청색은 프랑스 왕에서 아서왕의 복장은 물론이고 문장에도 사용하였다. 파란색이 인기를 얻으면서 인공적인 파란색도 발명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가장 유명한 것이 1709년 베를린에서 발명된 프러시안 블루다.
특히 공화국의 역사를 갖고 있던 프랑스에서 청색의 인기는 대단했다. 프랑스 왕조의 문장은 물론이고 왕실의 정예부대의 옷과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 색으로 1790년에는 국가를 상징하는 색으로 '청색'이 선포된다. 회화와 문학작품에서도 청색은 인기를 얻어 사회 질서, 사고방식, 감수성의 표현 등으로 중요한 변화를 나타냈다.
청색은 색의 대립으로도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된다. 그동안 흰색-검정, 흰색-빨강의 대립 축이었던 것이 빨강-파랑의 대립 축이 생겨났다. 14세기 중반에 이탈리아에서는 최고 권력층을 제외하고 사치 단속법과 복식 규정을 행했다. 따라서 질 좋은 청색이나 붉은색 옷 대신 검은색 옷을 착용했다. 종교 개혁가들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색을 거부하면서 ‘색 파괴주의’ 논쟁을 일으켰다. 그들의 시각에서 옷이란 부끄러움과 죄악의 표시였다. 옷은 타락과 직결되어, 인간의 미천함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소박하고 간결해야 했다. 청색은 농도가 진하지 않고 흐릿하며 회색이 도는 것만 허용했다.
1666년 뉴턴은 프리즘 실험을 통해 색 광선에서 백색을 분해했고, 스펙트럼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색 배열에는 흰색과 검정이 존재하지 않음을 밝혀냈다. 뉴턴은 색은 원래 빛의 분산이자 변형이므로 색 역시 빛과 마찬가지로 측정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때부터 색이 지닌 신비성은 많이 상실되고 빨강, 파랑, 노랑 3색이 다른 색깔들을 앞서 갔다.
1905년경 18~19 세기 유럽 전역에 낭만주의가 유행하면서 다시 청색이 자리매김하였다. 이것은 독일문학의 영향이 컸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청색 연미복을 입고 다녔다. 1802년에 발간된 노발리스의 소설 <푸른 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푸른색은 사랑의 색, 우수의 색, 꿈을 찾아가는 파랑새의 색으로 다시 다가왔다.
근대에는 청색이 정치에도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진보적 공화파의 색에서 중도파나 온건파의 색으로, 그리고 보수파의 색이 되었다. 청색은 다시 사회주의 좌파의 분홍색과 공산주의의 빨간색과 대립되는 색이 되었다. 유럽인에게 ‘좋아하는 색’을 여론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파란색이라고 하였다. 1914년 쿠베르탱이 고안 한 올림픽의 오륜기는 왼쪽부터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 순서로 원형들이 W자를 이루며 연결되었다. 이것은 다섯 대륙에 거주하는 민족의 피부색을 상징했는데 유럽을 파란색으로 상징했을 것이다.
현대, 이 시대를 장악하는 색은 무엇일까? 단연 파랑 색일 것이다. 오늘날처럼 파란색이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쓴 시대가 또 있었을까? 그것은 진(jean)의 출현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청바지 한 두 벌은 갖고 있을 것이다. 유대인 청년 리바이 슈트라우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을 캐는 개척자들에게는 견고하고 실용적인 바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천막용 천으로 바지를 만들었다. 이후 유럽에서 수입해 온 서지(serge) 천을 인디고로 염색한 데님(denim)을 사용하여 블루진(Blue Jean)이 탄생하게 되었다.
1926년 리(Lee)는 앞 트임 단추를 지퍼로 대체했다. 청바지는 작업복이나 여가 활동복이 아니라 동부의 상류층 사람들이 청바지를 받아들였다. 청바지는 미국뿐 아니라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전 유럽을 휩쓸었다.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청바지는 젊은이들의 반항을 나타내는 심벌이었다. 청바지는 공산 국가와 개발도상국 그리고 이슬람 국가들에서 반체제적인 옷, 자유를 향한 개방을 상징하고 규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대표하는 옷으로 등장했다.
우리는 청바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항적인 이유로 입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소박하며 편안하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회 모든 계급과 계층 사람들이 입는다. 20세기에 들어 청색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는 옷 색깔이자 선호하는 색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파란색을 선호하는 것은 이 색이 특별한 충동을 일으키거나 상징적으로 강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파랑 색은 빨강, 초록, 노랑, 하양, 검정보다도 상징성이 덜하기 때문에 사랑받은 지도 모른다.
파랑 색은 충격이나 상처를 주는 색이 아니다. 조용하고 평화스럽고 아늑하여 중립적인 느낌을 준다. 약간은 멜랑콜리하여 신경 안정제의 약들은 파란색으로 포장되고, 병원의 벽도 파란색으로 칠하여 안정감을 준다. 이런 까닭에 평화와 우호를 증진하는 국제 연맹이나 국제기관의 색으로 사용하여, 파란 모자를 쓴 유엔군은 지구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물을 파란색으로 마음껏 칠할 수 있다. 하늘이 파랗다고 노래할 수 있다. 하늘과 물을 파랑이라고 표현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을 줄이야.
파란색이 의미하는 심리와 정신에 관한 특징을 살펴보면
첫 번째, 파란색의 의미로 신뢰를 상징한다. 사람을 따뜻하고 차분한 기분을 들게 하여 마음을 냉정하게 만들어 주는 색이다. 상대에게 신뢰를 주어야 할 때 파란색을 선택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논리적 판단이 필요할 때도 파란색은 많은 도움을 준다. 흥분하게 될 때 블루 계열 색을 보는 것도 심신이 빠르게 안정되게 한다.
두 번째, 파란색의 의미로 젊음, 희망을 상징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색이고 상쾌함, 신선함, 차가움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색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파란색의 의미와 상징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색이다.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으므로 아이들 방이나 일하는 공간 등을 파란색으로 꾸며주면 좋다.
네 번째, 파란색은 식욕저하, 다이어트 색으로 불린다. 그래서 다이어트 중에 파란색을 많이 보라고 하고, 파란 그릇에 담긴 음식은 식욕을 급속히 떨어지게 한다.
다섯 번째,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은 대부분 정직하고 성실하며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지성적이고 쿨한 성격을 갖고 있다. 어떠한 일에 있어서 자신의 입장만이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냉정한 판단할 수 있는 자제심과 감성을 갖고 있다. 파란색이 눈에 띠는 날은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픈 마음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