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못 하는 게 뭐니?
배운 것들을 늘 실천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배우라고 배웠다. Web 개발 분야 공부를 시작했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조금은 익숙하지만 실제 일을 하기 위해 아는 것과 눈으로 봐서 알고 있던 것 하고는 차이가 있다. 배우고 싶었지만 하지 않은 분야라서 신나기도 하고 너무 공부할 게 많아 압도당하는 느낌도 든다. 그런 감정이 든다면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지식, 실력, 명석한 두뇌는 중요하지 않다. 정작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끈기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의 이유는 모두 다르다. 자본이 없어서, 인맥이나 기술, 영업을 못해서, 멘토가 없어서, 욕심이 없거나 야망이 없다는 이유까지 모두 다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단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는 끈기다. 누구라도 오래 한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의 근처에 다가간다.
에리카 캠퍼스 신전 주위의 노란 은행잎들이 모두 떨어질 때면 어드벤처 디자인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제작 활동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정확하고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어 어려운 점은 없다. 아이들이 원하는 팀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종합해 작품 제작 계획서를 제출하고 부품 구매 일정을 잡고 하는 일들을 기대보다 훨씬 더 잘한다. 남자는 그런 아이들이 너무 신통해 기분이 좋고, "너희들은 못 하는 게 뭐니?" 묻고 싶고, 생각보다 참 잘하고 있다고 말을 하고 싶지만 애써 하지 않는다. 신이 망가뜨리고 싶은 인간이 있다면, 신은 먼저 그를 우쭐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자주 칭찬한다. 그건 아무리 칭찬해도 사실 아이들 인생에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강의 시간에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동기부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 마디씩 한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그 순간에만 의미가 있고, 그 감정이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주 화를 내고 분노하는 사람이 큰 성취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떤 사건에 대해 우리가 갖는 감정은 앞선 시간에 일어난 사건의 그늘 아래서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감정과 마음이 미래를 결정한다. 현재 수업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조급함,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부담감, 높은 벽 앞에서 선 것 같은 압박감들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쫓기는 감정,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아이들이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다.
아이들과 남자는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32km 지점에 도착했다. 달리는 러너에게는 영혼이 막 빠져나가려고 준비하는 곳이다. "아, 좀 걷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달리는 곳이 도심이라면 피니시 라인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 지하철역이 없나 하고 살피는 지점이다. 모든 러너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마라톤은 다른 성격을 갖는다. 얼마나 인내하고 참을 수 있는지, 그동안 쌓았던 멘털이나 육체적 강인함과 훈련은 의미가 없다. 이럴 때는 목표를 아주 낮게 가져간다. "단 1킬로미터만 더 달리자."라고 생각하거나, "35km까지만 달리고 거기서부터 걷자."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아니면 욕지거리를 들리지 않게 한다. 아이들은 아직 그럴 상태도 아니고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려 쉬지 않고 떠드는 일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이번 주에는 안산에 있는 대학교에서 AIoT 강의가 잡혀 있다. IoT(Internet of Things) 분야가 진화해 AI와 IoT가 합쳐진 AIoT로 바뀌는 모양이다. 한동안 관심을 갖지 않은 사이에 기술은 또 많이 변했다. 눈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어딜 바라보는 건지 모르겠다. 대부분 강의가 그렇듯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수강 학생이 없어 교육은 잘 진행되기 어렵다. 상황이 어떻든 준비는 꼼꼼하게 하고 사건이 일어날 때는 상황에 따라 대처한다. 고수들은 다 그렇게 한다. 이것은 변함없는 원칙이다. 인생은 마라톤처럼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