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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Jan 06. 2022

행복을 가르쳐 준 너

갑작스레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친구는 취직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며칠 늪에서 허우적이던 나는 이내 뭍으로 올라왔다. 친구의 소식에 힘이 났 때문이다. 마냥 기뻤다.


사실 나는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만으로는 충분히 나 혼자 먹고살만큼의 행복이 충당되지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바이오리듬 격일로 양극을 번갈아 치닫는다.  마음은 고요하기가 참 어렵다.


고로 좋은 소식이라면 이유불문, 반가움이 먼저다.






스무 살 너머서의  일이다. 대학에 가서 남들이 말하는 소울메이트를 만났다.  친구는 은 것들은 나에게 먼저 권했고, 내 불행도 자기 일인 마냥 공감해 줬다. 그리고 항상 나에게서 그 무거운 짐을 덜어갔다.


내가 기말시험으로 도서관에서 미쳐갈 때 친구는 취직을 위해 며칠 동안 면접을 봤다. 역시나 내 생각처럼 친구는 너무나 수월하게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 친구는 고맙게도 나에게 제일 먼저 연락해 그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곧장 우리 집으로 왔다.


그때 난 살면서 처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을 겪었다. 친구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는데, 그 눈물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참 많이 눈물을 흘렸는데도, 너무 낯설었다.


쭉 이렇게 행복하자 하며 우리는 기뻐했다.

친구로 인해 그리고 다행히도 얄궂지 않고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내 못난 마음 덕에  느꼈다.





 






아직도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친구들과 술을 진탕 먹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 날이었다. 잠이 오지 않 티비를 켰다. 그리고 우연히 뉴스에 나오는 속보를 접했다. 끔찍한 사고 소식이었다.


친구에게 전활 걸었는데, 응답이 없었다. 하루에 수십, 수백 번 오만가지 불행을 습관처럼 상상하던 나였는데, 그날따라 이상한 생각을 하는 내가 징그럽고 싫었다. 매번 이상한 상상을 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가, 이내 예능을 보며 웃다가, 응답없는 친구에게 카톡을 남기다가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친구의 답장은 지금까지 오지 않았다. 





운명은 아니, 세상은 참 사악하고도 치사하다. 세상이 살라는건지 말라는 건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누군들 알겠냐만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조차도 그렇다.


'뭐 사갈까? 필요한 거 없어? 아무거나 사간다~'



나를 위해 뭘 사 오려고 을까?.....


넌 왜 항상 나에게 좋은 것들 주려했을까?


왜 난 친구에게 좋은 것들만 받았을까?

왜 넌 한번도 나에게 흔한 모진 감정들 조차 버리지 않았을까? 너도 분명 힘든일이 있었을텐데.

그리고

왜 난 쓰레기같은 불평들에게 줬을까?

왜 넌 바보처럼 보채지 않고 나에게 차근차근 행복을 가르쳐줬을까?


넌 어떻게 내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불행해하지 않게, 그저 살아가도록 마법을 부렸을까?

그런 널 언제 다시 만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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