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싶은 동네> 유여원, 추혜인 책 감상평
나이들고 싶은 동네 는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살람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기록이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돌봄과 나이 드는 삶에 대해 공동체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처음에는 이상적인 성공담이나 자랑처럼 느껴졌다.
생소하고 내밀한 그들만의 언어로 쓰인 이야기들이라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다가 중간중간 멈추게 됐다.
'이걸 내 커뮤니티에서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이런 모임을 만들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조합을 만들고 살림을 운영하는 과정,
생애주기를 따라가는 돌봄의 확장과 성취들에
자극을 받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돌봄을 실제로 수행하기 전
충분히 이야기하는 돌봄장의 존재였다.
돌봄 받는 나를 상상하고, 돌보는 나를 상상하고,
돌보는 우리 사이의 관계를 그려보는 이야기의 장.
개인적으로 우리는(혹은 내가 속한 커뮤니티)
아직 돌봄단계까지 가기엔 단계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전에 우리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당장 돌봄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그곳으로 가기 위한 시작의 장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해결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닌, 개개인이 존엄한 죽음에 도달하기 위해선
커뮤티니, 지역네트위크,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들이 꽤 구체적으로 담겨있다는 점과
시도하고 실험하며 제도와 부딪혀온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방문진료나 중간집 같은 시도 들은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서로 돌봄의 하나의 모델이었고,
나에게는 꽤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 모든 것은 혼자 할 수 없고 지역 내 주민, 뜻을 모은 동지,
그 활동을 도울 자원활동가 등 결국은 함께 만들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씁쓸한 감정이 남는다.
이 모든 대안과 노력들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해결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걸까.
사람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래서 서로 돌보는 일은
어쩌면 함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