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숫자다. 대한민국 외식산업의 규모는 연간매출 170조원, 종사자수 약 200만 명이라 한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2년 통계자료). 이 숫자가 잘 감이 오지 않아서 대한민국 1년 예산을 찾아봤다. 예산 규모 656조원. 단순 매출액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5% 수준인 셈이다.
잘 감은 안오지만 아무튼 외식업에서 먹고 마시는 일을 제공하면서 170조원이란 가치가 생산되고 있다. 기업으로 또 비교해보면 국내에서 가장 큰 유통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연간 매출액이 30조, 배달업계 점유율 60%인 우아한형제들이 3조원이 조금 넘는다(23년 기준). 이들 기업 규모도 어마어마 하지만, 외식업이란 분야는 더더욱 큰 곳인가 보다.
먹고 마시는데 엄청난 규모로 자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니 자영업에 뛰어들면 굉장히 전망이 밝을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당연히 그럴리 없이, 무서운 정보들도 많다. 뉴스에서 자주 보도되는 무지막지한 숫자들.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어 1,000조원을 넘는다. 2023년도, 폐업 신고한 사업체는 98만 명에 이른다. 한 해 창업 10곳하면 8곳 폐업한다고 한다.
결국 규모도 무지막지하고 매출액만큼 수요도 크지만 공급 과잉인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 다수가 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포기하고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나보다.
*보충) 위 자료를 찾아보고 자영업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 목록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원가가 높은 주유소나 편의점을 제외하면 정육점 매출이 가장 높은 점이 인상적이다. (국세통계포털, 100대 생활업종 분석 자료)
주유소 : 34.7억원, 편의점 : 5억원, 정육점 : 3.9억원, 중국음식점 : 2.8억원, 일본음식점 : 2.7억원
위에서 찾아본 것처럼 많은 자영업자들이 외식업을 선택하고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현재 많은 IT 기업들이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거래 규모는 물론이고 개업과 폐업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소요되는 자본의 크기가 매우 크고, 동시에 급격히 변화하는 경제 환경(인건비 절감의 중요성 등)으로 IT 기업들이 이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돌아보면 그간 커머스, 유통, 배달, 가상자산 등 돈이 몰리는 시장이 있었고 그 안에서 크게 플랫폼화된 기업들이 있다. 2024년인 지금은 내 눈에는 외식업 분야가 그 시장에 속한다(AI가 몇 년전 부터 화두이긴 하지만 사업성은 모르겠다).
네이버, 쿠팡, 토스, 우아한형제들, 야놀자(이틀 전 F&B 사업 범위를 매각한다는 기사는 났지만)는 이미 신사업으로 본인들의 제품에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SK,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사도 있다. 이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IT 기업들이 있고, 이외에도 많은 스타트업들 또한 이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 범위를 추려보자.
- 음식점 내 각종 상품과 정보처리를 관리하는 POS와 네트워크
- 직원 대신 메뉴판과 주문 접수를 수행하는 테이블오더와 QR
- 단건의 주문과 결제를 수행하는 키오스크
- 비대면/대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말기(리더기)
-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과 현장 줄서기를 제공하는 예약 서비스
(이외에도 이외에도 식자재 관리, 인력 관리도 존재함)
당장 위 제품 목록만 봐도 얼추 음식점 가게 하나를 운영하는데 하는 일들을 다 그려볼 수 있다. 현재 이 기업들은 자신들이 기존에 강점이 있는 본래 업에서 위 제품/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으로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종국에는 위 기업들은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지불해야 하는 모든 재화(임대, 인건비, 원재료, 마케팅)까지 사업 분야를 늘려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당연하게도 식음료를 벗어나 자영업 전체로 뻗어나갈 것이다. 아마도 자영업자가 느끼는 경제 악화와 물가 상승이 길어질 수록 그 시점이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