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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새롭게 Jul 06. 2022

음식과 기억의 관계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 당신일지라도...

나는 항상 먹는 것을 좀 등한시해온 삶을 살았던가 보다. 왜들 그렇게 먹는 것에 집착을 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요리 관련 사진이나 인스타나 유튜브가 활개를 치는지 사실 나는 잘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먹는 것은 그저 사람에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 여기며 살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먹는 것이 내 인생에서 중요해지고 많은 시간을 그것을 위해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건 더 이상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면 그땐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 중요해질 거 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 어떤 추억은 먹었던 음식으로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경우가 있다.  그때 먹었던 음식이 맛있었는지 맛이 없었는지가 아니라 너 랑 먹었다는 사실이, 함께 그 음식을 즐겼다는 기억이 추억이 되고 나를 그 추억에 오랫동안 잡아 놓는 덫처럼 자리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남매가 함께 유럽여행을 두어 달 다녀온 적이 있다. 큰애가 대학생이었고 작은 아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였는데 처음으로 남매가 함께 가는 여행이었고 그 여행은 두 아이들에게 많은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내 평생 아이들이 그렇게 피 터지게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둘이 정말 안 맞았다. 여행 내내 다투고 사과하고 다시 다투고… 끝날 때까지 그렇게 둘은 세상없는 남매가 되었다가 원수가 되었다 가를 반복했다. 여행 중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 전화를 해서 미주알고주알 서로에 대한 불만을 엄마인 나에게 하소연하듯 뱉어냈다. 그런데 참 재미있었던 건 아이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생겼다. 아이들이 유럽여행으로 함께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할 때마다 얼마나 신이 난 얼굴인지 모른다. 함께 싸워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지만 서로에게 기억으로 남는 장소를 이야기할 때는 늘 음식 이야기로 기억을 재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노트북을 도둑맞은 날 먹었던 달팽이 요리가 어땠다느니 그날  굴라쉬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느니 … 스위스에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너무너무 비싸서(햄버거가 5만 원이었다며) 손이 떨렸다느니…  이태리에선 피자를 먹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데 레스토랑 매니저가  기다리는 모든 손님에게 와인을 한잔씩 돌렸다느니 등등… 각 나라의 특징이나 기억에 남은 건축양식 혹은 유적지나 박물관등… 할 이야기가 태산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든 이야기의 끝은 늘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서서 추억과 기억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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