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을 하다가 입을 헹굴 때, 물이 뾱! 하고 입 밖으로 샜다.
'뭐지? 내가 입에 힘을 풀었나?'
다시 물을 머금어봐도 푸슉, 마찬가지다. '이상하네...' 입을 열심히 움직여서 근육을 풀어준다. 뭔가 어색하다.
면도를 하는데, 중학교 때부터 연구해온 최적의 면도용 입모양을 만들 수 없었다. 인중 왼쪽을 최대한 드러내야 하는데, 인중이 가위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다. 어? 이건 이상한 게 분명하다.
어디가 이상한지 아직 모르겠다. 입을 '오' 하는 건 잘 된다, 그런데 입술을 보여주지 않은 채 '오' 하는 게 매우 불편했다. 아, 이제 보니 오른쪽 눈만 감는 윙크가 안된다. 왼쪽 눈이 안 떠지는 건지, 오른쪽 눈이 안 감기는 건지.
그제 아침부터 혀의 오른쪽이 마취한 듯 얼얼한 느낌이, 단순히 피로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 구강에 염증이 좀 많이 났길래, 그런 류의 뭔 증상이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여기서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챗지피티의 당장 병원에 가라는 조언을 듣고, 이비인후과 중 신경과와 관련 있어 보이는 곳 하나를 찝어 달려갔다. 회사엔 급히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뛰쳐나갔다. 뛰쳐나가는 와중에 '언제 돌아올 지 모르며', '어쩌면 긴 기간동안 병원신세가 아닐까'하는 N의 걱정을 잔뜩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월요일 아침의 시청 인근 이비인후과라, 입장하자마자 '무슨 행사하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9시 반도 안된 시간에 도착했지만, 12시 넘어서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얼굴의 뻑뻑함을 가속시키는 것 같아, 가만히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일부러 카카오맵 가장 평점이 낮은 이비인후과에 전화했고, 대기가 4명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곳으로 출발했다.
평점 낮은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안면마비(말초성, 벨 마비)에 대해 조근조근 천천히 말씀하시며, 나보다는 컴퓨터를 보며 말씀하셨다. 스테로이드 처방을 해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챗지피티와 함께 예습했던 결과와 같아 안심했다. 그러다 안면마비 원인을 여쭤봤고, 선생님은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책장에 꽃힌 가장 두꺼운 책을 펼쳐 index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하셨다. (안면마비 환자를 얼마나 오랜만에 진료하신 걸까...)
한참동안 책을 앞뒤로 뒤적이시더니, 원인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가장 흔하고 신경이 부풀어 뼈를 누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스테로이드 10일치 처방이며, 하루 이틀만에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이면 큰 병원(제주대학교 혹은 한국병원)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네, 하고 나는 빠져나왔다.
약국에서 무려 스테로이드 여섯 알과 혈액순환제, 위장제를 들이켜고 회사로 돌아왔다. 제대로 닫히지 않은 눈꺼풀에 건조해진 오른쪽 눈이, 모니터를 보자 싫은 티를 팍팍 낸다. 인공눈물 먹이며 달래도 쉬이 가라앉지 않아 그냥 손수건으로 눈을 막아서 스스로 궁예가 되었다.
회사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가렸으니 타인의 시선이 보이지 않아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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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외적 매력이 있는 사람은 얼굴이 좌우 대칭이다. 한 쪽 얼굴을 다른 쪽 얼굴에 거울상으로 비춰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DNA 속에는 대칭적 얼굴이 건강의 척도라고 박혀있다. 우리는 대칭 얼굴을 보이는 인간에게 끌린다.
나는 애초에 짝눈이다. 쌍꺼풀이 한 쪽에만 나있고, 반대쪽은 쌍꺼풀이 숨어 있는 바람에, 두 눈의 모양이 크게 다르다. 강동원도 짝눈인데, 하고 넘기기엔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을 쳐다볼 때 가장 많이 보는 곳이 눈인데, 시작부터 비대칭이다. 조금 안타깝다.
그래도 짝눈은 희귀하기 때문에 개성이 될 수 있고, 다른 매력 포인트로 눈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내 눈이 큰 편이라, 각각 따로 보면 예쁘긴 하니 정상 참작 가능하다. 응, 가능하다. 그냥 그렇다고 하자.
하지만 코와 입까지 무너지면,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든든히 받쳐주던 뿌리가 흔들린다. 안면마비로 오른쪽 얼굴의 근육이 다 풀어져, 코와 입이 모두 왼쪽으로 쏠렸다. 마치 왼쪽에 대롱대롱 매달린 듯하다. 셀카모드로 본 내 모습이 고구마에 눈코입을 조잡하게 붙여놓은 듯해서 웃었는데, 웃을 때도 얼굴의 반쪽만 웃는다. 왼쪽 눈에만 주름이 잡히고 왼쪽 입만 잔뜩 신나 벌어진다. 그 모습이 웃겨서 더 웃지만, 오른쪽 콧구멍은 움직이지 않고 크기가 그대로다. 여섯 알이나 들이킨 스테로이드가 아직 잘 안 듣나보다.
어찌보면 세상은 대칭을 갈망한다. 외모 뿐만 아니라, 네모나거나 동그란 돈, 좌우 대칭의 건축물, 정확히 대칭인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 USB-C 타입, 수미상관 구조 등. 대칭일 때 더 고급스러워 보이고 아릅답게 보인다. 누가 싫어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내 인생에서 거의 가장 못생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래에 안면마비가 후유증 없이 (제발) 잘 돌아온다면 말이다. 기념으로 가장 못생긴 사진을 몇 장 보관했다. 극도의 비대칭, 뿌리부터 흔들린, 고구마에 눈코입 붙여놓은 나, 언제 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랴.
알고 보면, 이 세상은 비대칭의 세상이다. 우주배경복사를 찍어보면, 이 우주는 불균등하며 절대 대칭적이지 않다. 어느 부분은 별이 몰려있고, 어느 부분은 먼지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불규칙적으로 온 세상에 퍼져있다. 이 우주 자체가 비대칭인데, 한낱 미물인 우리는 어떠하랴? 심장도 한 쪽에 쏠려있고, 한 쪽 팔만 주로 쓴다. 원자 단위로 들어가봐도, 전자가 확률적으로 균등하게 분포하는 것 같지만, 관찰하는 순간에 대칭인 원자는 없다.
비대칭에 세상에서 우린 대칭을 좇는다. 대칭의 아름다움에 빠져, 도달 불가능한 절대적 대칭의 이상을 만들고 그것을 향해 끝없이 걷는다. 비대칭의 존재이기에, 절대 닿을 수 없는 운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닿을 수 없어서 끝없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게 바로 비대칭의 숙명일까?
N은 갑자기 머릿속에 한 장면이 그려진다. 비대칭인 홀수가, 자신을 둘로 나눠서 대칭인 짝수 두 개가 되고 싶어한다. 홀수를 어떻게 두 묶음으로 나눈다 해도 홀수가 남는다. 절대 대칭이 될 수 없다. 하나를 반으로 자른다고? 자연수가 아니라면 홀수도 짝수도 아닌 걸. 홀수는 어떻게 해도 두 짝수가 될 수 없지만, 애타게 방법을 찾으며 평생 머리를 굴린다.
비대칭은 자신과 맞지 않는 대칭의 꿈을 갈망한다는 사실, 얼마나 안타까운가. 다다를 수 없는 곳을 가고 싶어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건, 비극이다. 언젠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신이 그토록 애썼던 과거를 애도하며 떠나보내야 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비대칭의 숙명을 타고난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대칭의 꿈을 향해 뛰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의 비대칭성을 인정하고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것이다. 비대칭이 대칭이 될 순 없지만, 놀랍게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긴 시소 위에 적절히 배치만 잘하면, 어떤 조합이든 두 묶음으로 완벽한 수평 시소를 만들 수 있다. 비대칭은 대칭이 아니라 자신만의 배치로 균형이 될 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나의 균형, 나만의 완벽한 수평. 그게 행복 아닐까?
- 얼굴 근육 처질까봐 열심히 마사지하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