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이 다시 차오를 때

by 바카리

내가 고3인 시절, 수능이 딱 30일 남았을 때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학교를 나오며, 하늘을 바라봤다.

아주 밝디 밝은, 땡그랗고 매끈한 보름달이었다.


저 달이 다시 차오를 때, 나는 수능을 보겠구나


매일 밤 달이 작아지고 다시 커지는 걸 보며, 수능을 하루하루 꼽았다.


수능이 끝난 날 밤.

나는 다시 떠오른 훤한 달빛을 느끼며, 아직 실감나지 않는 청소년기의 마무리를 받아들였다.




이제 4년의 제주살이가 끝을 향하고 있다.

딱 30일 남은 날, 나는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날의 일몰은, 수평선 한참 위로 켜켜히 쌓인 구름에 노란 빛을 일찍이 잃었다.

날이 좋아서, 멋드러지는 자주빛 조명과 함께하는 황혼을 기대했지만,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

구름에 올라탄 해


대신 해가 진 반대편에서 방금 진 태양 같은 동그란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 보름이다!


갑자기 잊고 있던 기억이 온몸에 퍼져, 과거의 순간으로 잠깐 되돌아갔다.


저 달이 다시 차오를 때, 나는 육지에 있겠구나


바다와 오름이 꾸며주는 이 넓게 트인 시야를, 한 달 뒤면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다.


흘러가는 순간의 풍경을 애써 눈에 담아냈다.

하지만 망각을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제주의 감각과 감정을 하영 담지 못하고 넘쳐흐르는 게 아까웠다.

크게 변하지 않는 제주바다의 수평선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건, 방금 봤던 바다를 그새 잊었기 때문일까.


도두봉의 보름달


제주 한 달 살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말) 내가 고3 때 봤던 모든 시험(모의고사) 중에, 수능을 제일 못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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