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봉봉클럽과 함께하는 베이징 미식여행기, 시작!
누구나 마음 속에 생각만 하면서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지난 봄에 선물받은 워커를 발에 맞게 길들이기 위해 신고다녀야 한다는 것을 벌써부터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워커를 길들이기까지 들여야 할 내 발의 건강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나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내 책상 서랍 한 구석에는 벌써부터 정리를 마음먹고 있던, 사진으로 가득찬 외장하드가 1TB 기준으로 3개나 자리잡고 있지만, 해당 외장하드 역시 심심할 때마다 혹은 혼자 맥주한잔을 기울일 때마다 옛 추억을 안주삼아 종종 꺼내보기만 할 뿐, 하나하나 폴더와 파일을 열어 정리하기는 어째서인지 손이 가지 않는다. 나에겐 그런 것이, 아니 곳이 또 하나 있었다. 그 옛날부터 궁금하긴 했으면서도 가볼 엄두를 낼 수 없으나 또 가라고 하면 갈 수 있겠지만 굳이 또 선택할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 무척이나 가까우면서도 의외로 주변에 가본 사람은 많지 않아 베일에 싸인 그곳. 바로 베이징이었다.
베이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 웹툰 하나를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무려 지금은 연재한 지가 10년도 더 지난 웹툰으로, 다음 포털에서 서비스했던 ‘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 | 카카오웹툰)’ 이 바로 그 작품이었다(해당 작품은 현재도 무료로 감상이 가능하다!). 해당 작품이 연재를 시작한 것이 약 2010년 10월 즈음으로, 그때 당시 나는 20대 극초반의 어린 나이로 때이른(?) 수험기를 보내고 있었다. 한 칸짜리 고시원에서 학원 – 학교를 오가면서 본인을 갈아넣던 그 시절. 스스로를 학업으로 몰아 발버둥치면서 때로는 김밥으로, 때로는 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워가며 지내고 있었을 무렵, ‘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은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일종의 미식 여행이였다.
짤막한 만화, 그 뒤로 이어지는 온갖 산해진미의 사진들. 베이징에 가면 맛볼 수 있다는 그 요리들을 눈으로 음미하며 나는 나대로의 맛을 그려 당장의 눈앞에 있는 간편식에 풍미를 덧입혔다. ‘내 눈앞에 있는 이 편의점 김밥은 저 먼 나라에서 누군가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극찬할지도 모르는 그런 대단한 음식이다!’ 스스로를 최면에 걸어가며 음식의 맛을 머릿속으로나마 실컷 느껴보려고 했으나, 예민한 후각과 미각으로 미식의 즐거움을 일찍 깨달았던 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접해본 적이 없는 저 먼 나라 음식의 맛은 너무나도 요원했다. 해당 페이지 하나하나, 사진 하나하나를 수도 없이 탐독해가며 수십 차례는 넘게 맛을 상상했을 무렵 즈음, 수험기를 마치게 되며 한동안 나와 가장 가까웠던 밥 친구와 그렇게 이별하게 되었으나, 힘들었던 시절 함께한 그 우정이 쉽사리 끊어질 리 없었다. 이후에도 ‘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은 내 머릿속에 자리잡아, 때때로 옛날이 생각날 때마다 작품을 꺼내보며 ‘과연 이건 무슨 맛일까?’를 상상함과 동시에 힘들었던 그 예전의 수험기를 추억하는 한편의 매개체가 되어 버렸다.
“중국, 8일부터 한국인 관광객에 최대 15일 무비자 입국 허용”
해당 기사를 보게 된 것은 올해 봄 즈음 나트랑 여행을 준비하면서였다. 기사는 작년 11월에 발행된 기사로, 최대 15일동안 무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있다는 내용. 그간 중국, 베이징이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대상으로 선택되지 않았던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었다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자 발급’이었다. 아주 예전에 다녀온 사람에게 전해 듣기로는 중국은 여행 차원에서 방문하려고 해도(특히 자유여행) 별도의 비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해외로 나가는 일은 어느정도 나 또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데, 비자를 발급해야 함과 동시에 영어로 소통도 되지 않으며 또한 위생도 그렇게 좋지 않다는 중국을 내가 고를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그렇게 늘 베이징은 선택지에서 뒤로 밀려났다. 아니, 사실 선택지에 오르지도 못했던 것만 같다. ‘굳이 중국을?’하는 생각에.
그랬던 중국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다만 타 국가처럼 무비자 방문이 가능하도록 나에게 빗장을 하나 열어주었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솔직히 잘 알아보진 않았으나...) 큰 빗장이 없어지니 소통의 문제라거나 위생의 우려 등은 생각보다도 작은 문제처럼 보였다. 의사소통이야 요즘같은 경우 스마트폰이 있으니 다소 불편할 수는 있더라도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되었으며, 위생의 경우... 크게 기대할 수는 없겠다만 갓난아이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감당 가능한 정도에서만 용납하자는 식. 나트랑 여행을 준비하면서 본 기사로, 나트랑을 다녀오기도 전에 이어서 베이징 항공기를 예약했다. 평소 항공기 여객 수가 많은지 여객편의 선택지가 무척이나 다채로웠다. 점심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는 일정을 예약한 후, 한동안 잊고 지냈던 ‘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의 페이지를 다시금 열어 정독했다. 멀게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왔던 이 음식점들을 다 방문해 주겠다는 일념 하에.
베이징 여행 일정은 총 3박 4일. 여행 테마는 ‘미식(美食)’. 가는 비행기는 점심 비행기, 돌아오는 비행기는 늦은 오후 비행기이므로, 우리가 베이징에서 먹을 수 있는 끼니 횟수는 총 열(10)끼 정도였다. 그 중 중간에 투어로 인해서 제외되는 끼니를 빼면 아홉 끼. 수로 따지면 많아보이지만 또 아침을 제외하고 먹을 수 있는 수를 세면 저녁 3끼, 점심 2끼정도로 생각보다 기회의 폭이 적었다. 차이니즈 봉봉클럽에 나오는 식당을 다 방문해보고 싶었으나, 동선을 고려해야 했고 함께 여행에 동행하는 옆지기의 의견 등을 반영해야 했다. 추리고 추려 마침내 만화에 나온 여러 개의 식당을 골라냈다. 베이징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베이징 덕, 24시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딤섬, 북경사천사무소에서 직접 운영 중이라는 사천요리 식당, 그리고 400년 넘게 판매 중인 돼지고기배추뚝배기 식당. 마지막으로 LG사옥 근처에 있는 오래된 로컬 맛집(여긴 꽤 유명한 것 같던데?). 그리고 옆지기의 의견을 더해 인플루언서 추천 맛집인 훠궈까지. 갈 곳을 골랐으니 이제 관광과 섞어 여행 동선만 짜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번뜩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가지...?’
베이징 여행기를 여러 개 찾아보니, 이미 중국은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에 돌입,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결제가 가능하단다. 믿거나 말거나 길거리 구걸하는 낭인도 어플을 사용한다고 할 정도로 스마트폰 결제 보급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언어에 크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 지도 앱은 구글맵을 사용할 수 없으나(이 사실에 크게 놀랐지만, 이내 수긍했다.), 단 고덕지도(高德地图·Amap), 바이두 지도(百度地图) 앱을 설치하면 이용이 편리하니 그 또한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중국어를 한다면 정말 수월한 여행이 가능했겠지만 나와 내 옆지기는 중국어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으므로 다소 걱정이 되기에, 알리페이, 위챗페이, 바이두지도, 고덕지도 등의 필수 앱을 설치하고 위챗과 알리페이에는 국내 카드 몇 개를 더해 결제수단 등록까지 마쳤다. 페이퍼리스라고는 하나, 혹여 모를 스마트폰 분실 등의 사태에 대비해 500위안 정도는 별도 환전해서 챙겼으니, 모든 준비는 끝! 그렇게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중국어 빼고는 만반의 준비를 완료한 채, 우리는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