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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태형 Apr 24. 2017

월간 우사를 시작하며

이태원 우사단길의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삼국사기를 보면 환웅이 풍백과 우사(雩祀) , 운사를 거느리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우사란, 비를 관장하는 신을 일컫는 말로 농업이 중요시 되었던 당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업을 기본으로 삼아왔는데 지금처럼 물을 끌어오기가 힘든 그때는 물은 곧 비를 의미하였고, 비란 곧 농민의 생사인 농사를 좌우함을 의미하였다.

삼국사기에서 부터 조선왕조실록까지. 비를 내리기 위한 제사는 끊임없이 등장하였으며 이를 기우제라 불렀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기우제를 지내는 7일간 단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을 시, 장터의 사람들이 더워서 모자를 쓰는 것, 부채질 하는 것도 금하였으며, 관마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았고, 도살 또한 금하였다.

국왕과 그 신하들 까지 근신하며 반찬의 가짓수를 줄였다 하니, 옛 우리의 조상들에게 비란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이러한 중한 문제에 제를 지낼 장소를 성의없이 고를리가 없다. 조선 태종 1414년(태종 14년) 좋은 장소에 제단을 지었는데, 그것이 우사(雩祀)를 지내기 위한 제단. 지금의 우사단이다.

<우사단의 야경>

세월이 오래되어 이전의 우사단은 어떤 지리적 형태를 띄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우사단에서는 앞으로 한강과 한남대교가 보이고, 뒤로는 남산과 남산타워가 보인다.

쉽게 말해 한강에서부터 고도가 높아져 결국 남산에까지 이르는데, 바람이 지형을 타고 흐르기 때문에 한강의 바람까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우사단길은 이슬람사원부터 도깨비 시장까지 도로명 주소로는 ‘우사단 10길’을 뜻한다.

우사단길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한남 오거리, 이태원 역 등 대중교통도 발달해있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한남 재정비 촉진지구’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평당 최고 4000만 원에 이를정도로 노른자 땅이지만,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낡은 건물들로 이루어져있다. 조합원과 서울시 간에 의견이 대립되어 오랫동안 재정비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물이 낙후되니 임대료가 싸질 수 밖에 없다. 서울의 중심지에 저렴한 임대료라니! 예술가, 감각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건물 외관을 정비, 개성넘치는 인테리어를 하여 자신만의 가게,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슬람 사원을 지나 우사단로에 들어서면 형형 색색의 감각있는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50년도 더 되어보이는 가게와 개성있는 가게들이 교차하여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신비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이 길을 자주 찾게 되기도 한다. 오묘한 느낌의 우사단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초입에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사례로는 홍대앞과 연남동을 들 수 있다. 처음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그 분위기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 결국엔 그 거리는 자본가들의 차지가 되었다. 예술가들은 새로운 살곳을 찾아 떠나게 되고, 정착한 곳을 발전시키고, 또 떠나는 것을 반복한다.


이 매거진에서는 우사단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기록하려고 한다. 거리가 밀리고 큰 건물들이 들어오면서 분명 더 깔끔하고 훌륭한 품질의 브랜드들로 채워지겠지만, 그 전에 이 마을에서 어떠한 사람들이 살았으며, 어떠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기록하려고 한다.

월간 우사 첫번 째 글을 발행하며, 우리의 삶이 기우제와 같이 희망을 부르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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