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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호 Jul 21. 2024

자유에 대한 고찰

헤겔의 보편과 특수

 헤겔 담론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개념쌍이 바로 '보편' '특수' '개별'이에요. 헤겔은 『법철학』을 통해 해당 개념쌍들을 개진해가는데, '나'라고 불릴만한 이성적 존재가 어떻게 규정을 통해 보편적 자아라는 비규정적 존재로 나아가고 그것을 다시 특수적 자아로 규정하며 관철되고 상호인정적 주체인 개별적 자아로 자리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자유의 확장이라는 법철학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호소력을 지니지만 윤리학적으로도 굉장히 큰 매력을 담지하고 있다 느껴져요.

 이것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추상법」장에서는 나와 내가 어떻게 관계맺고 내가 또다른 타자와 어떻게 관계맺는지를 살펴보는데, 헤겔이 '자유의지'를 지닌 개인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해요.


 먼저 자유란 무엇이냐면 사변이성을 사용하여 '무한하고 보편적인 나'를 개진해가는 과정이에요. 이를 '무한으로의 추상'이라고 부르는데, 한 개인이 자신을 억압하고 둘러싸고 있는 모든 유물론적이고 사회적인 소여태들을 뿌리치고 '나는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순수사유를 개진해가는 지평입니다. 이는 현재의 지평에 놓여있는 우리도 센치해지는 밤이나 새벽만 되면 자주 내던지는 질문 중에 하나잖아요. 예컨대 '나라는 사람은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학생, 남성, 한국인, 아시아인, 군인, 교수, 아저씨, 아들, 장손 등의 개념들을 기각시키고 '나'를 정립하는 과정이고 헤겔은 이를 자유라고 일컫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개념들로부터 탄생한 '규정적 자아'에서 순수 그 자체인 '비규정적 자아'로의 이행 과정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자유가 독단적으로 시행되면 이는 부자유의 증거로 지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사람은 관계 외부에서 살아갈 수 없어요. 즉, 언제나 '나는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사유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건데, 헤겔은 이렇게 자유가 독단적으로 시행되는 양상을 두고 그것은 현실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허구적 자유' '추상적 자유'라고 비판합니다. 이에 대해 대표적으로 '스토아적 자유'를 지목해요.


 그렇다면 무한으로의 추상의 독단론을 방지하기 위해 행해야 하고 행할 수 밖에 없는 작업으로 헤겔은 다시 '비규정적 자아'를 '규정적 자아'로 끌어내리는 작업을 수행해요. 이를 흔히 '특수로의 구체화'라고 일컫는데, 보편적이고 무한적인 자아, 순수 자아에 다시금 능동적으로 의지를 지니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개념을 붙이는거죠. 무한으로의 추상 과정을 거쳐 '나는 나야'라는 보편적 작업이 수행되었으면 이를 담지하여 다시 '나는 학생이야'라는 작업이 수행된다는거에요. 이때 '학생'이라는 개념은 나를 규정하고 표상하는 굉장히 수많은 단어 중에 하나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수없이 다양하고 많은 단어와 개념들 중 '특수적인 하나'를 선택하여 보편적 자아의 모습을 거기에 투영하기 때문에 '특수'라고 칭하는거죠.

 하지만 여기서도 헤겔은 이렇게 특수적 의지가 독단적으로 시행되면 이 또한 부자유의 증거물로 제출될 수 있다고 비판해요. 먼저 헤겔은 '의지'가 '의지' 그 자체로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꼬집어요. 예컨대 우리가 '의지'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를 의지한다'라고 사용하며 목적어를 필요로 하잖아요. 이와 동일하게 의지는 그 자체로 자동사가 될 수 없고 '목적'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그 목적의 자리에 다양한 특수적 개념 중 하나의 특수를 가져다가 배치시키는데, 여기서 두번째로 '나는 학생이야'라는 특수적 자아에 매몰되어 빠지게 된다면 나의 또 다른 수많은 가능성들(아들, 남성, 학생회장, 운동가, 알바생 등의 수많은 가능성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논외시하고 그 중 "단 하나의 표상"만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주체를 자유롭다고 표현하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거죠.


 이렇게 자유(무한으로의 추상화)와 의지(특수로의 구체화)가 원활히 소통되는 주체를 '자유의지'를 지닌 주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자유와 의지는 서로가 서로를 규제하는 동시에 상호보완적이며 독립된 상태가 아닌 관계를 맺고 있는 유기적 상태라는 점에서 우리는 헤겔의 변증법이 적용되고 있음을 또한 알아차릴 수 있고요.

 근대철학은 프랑스혁명 이후 '자유'가 주된 화두로 떠올라요. 칸트도 자유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고 자유를 해명하기 위해 애썼고,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셸링과 피히테로 대표되는 칸트의 후학들이 칸트가 뚫어놓은 이성과 자연의 간극을 봉합하기 위해 엄청난 이론적 작업을 수행했어요. 그리고 근현대의 끝자락에 위치한 헤겔은 그의 광범위한 인식장을 사용하여 관념론적 지평에서 자유를 둘러싼 철학적 난제를 해결했다 공표하죠.

 이렇게 잠깐 살펴봤듯이 헤겔에게 있어 자유는 그것이 추상적으로 그리고 이상적으로 머릿속에서만 떠돌아다니면 안돼요. 그것은 현실성과 실재성을 지니고 현실 속에 자리해야하죠. 그렇기에 헤겔의 『법철학』은 자유가 제도화되어 현실화되는 양태를 기술한 저서에요. 이러한 서술 속에서 헤겔은 자유는 상호인정적 관계 속에서 행해질 때 실존한다고 주창하는데, 이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수직적 관계 속에서도 보편과 특수가 서로 상호인정적 관계를 맺어야 하며 이것이 '개별'로 지양될 때 '나'에 대한 헤겔의 변증적 탐독은 마침표를 찍게 돼요.-물론 이 마침표는 당연히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는 않죠.-

 헤겔의 이런 탐독은 사회관계와 타자관계에서 왜 '나'라는 존재가 부조화를 겪고 고통하는지에 대한 탐독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때 겪는 정신분석학적 히스테리 담론과도 연관이 많아요. 자유 실현의 첫 단추는 '나'와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나'를 인지해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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