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안전 때문에, 관심 때문에 피해의식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은 자기 가치와 관련된 피해의식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자존감이 낮고 자신이 가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피해의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의식은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큰 실패를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중요한 사람에게 비난을 받는다면 심적으로 위축되고 피해의식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건강한 사람들은 피해의식을 자주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빠르게 심적 안정을 되찾고 사실을 바탕으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만들지 않습니다. 자기 회복이 빠르죠.
피해의식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자주 사용하는 거죠.
피해의식은 무의식적인 스트레스 완화 기제입니다. 비슷한 것으로 미루기, 늦잠, 불안 등이 있죠. 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면 그것을 빠르게 해소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심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큰 실패를 해서 위축되는 상황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됩니다. 이건 다시 말하면 피해의식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그만큼 심적으로 위축되어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타인의 비난을 자주 들었을 수도 있고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마음이 쪼그라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의식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습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인색합니다. 자신을 실제보다 가치 없게 보는 거죠. 이것이 피해의식을 과하게 사용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런 것을 인지하는 사람도 있는데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가혹하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무의식은 우리 자신에 대한 평가도 같은 기준으로 하는데 말이죠.
피해의식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항상 심적으로 위축되어있습니다. 방어적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쳐다만 봐도 손가락질하는 거 같고, 나의 못난 점을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우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하찮고 미워서라기 보다는 본인들도 힘들고 바쁘거든요. 피해의식 있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아도,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직접 말해줘도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느낌은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만들어집니다. 우리 뇌는 지금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있다고 빨리 대응하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그 무시하는 사람이 나 자신인 것도 모르고 말이죠. 항상 스스로를 가치 없게 느끼고 마음에 구멍이 나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원인을 외부에서 찾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다른 방식으로 피해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1.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은 본인을 인정해주는 겁니다.
다른 사람과 세상을 탓하지 말고 한번 생각해봅시다. 스스로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괜찮다고 해줘야 합니다. 스스로 알아줘야 하죠.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서러운지, 힘들었는지를 알아줘야 합니다.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서 수고했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치 없다고 느끼는 근본적 이유는 충분하다고 느껴질 만큼의 사랑과 인정을 경험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부족한 사랑과 인정을 채우는 것으로 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건 reparenting의 일종인데, 한글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스스로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못다 준 부족한 사랑과 인정을 스스로가 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의존하지 말고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합니다. '부모인 나'가 '사랑하는 아파하는 나'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2. 두 번째는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찾아야만 하죠. 모든 사람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을 장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단점으로 생각하거나 장점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점에 눈이 멀어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심함은 신중함이 되기도 합니다. 남의 눈치 보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타인을 잘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작은 키에 스트레스받고 신경 쓰느라고 자신의 재능을 가치 없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존감은 그냥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테크닉을 통해서 빠르게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자존감은 가짜입니다. 자존감은 자부심에서 나옵니다. 자부심은 내가 가진 장점으로부터 나옵니다. 장점을 알고 그것을 키워나갈 때, 그리고 그 장점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고 작은 즐거움과 감동이라도 줄 수 있을 때 자부심이 생기고 자존감도 점점 높아집니다.
가끔 다른 사람들보다 잘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거짓 자부심이고 남들한테 구걸하는 의존적인 자부심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만 센 경우가 많습니다. (의존적이면 강한척 해도 심리적 약자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매기보다는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장점을 찾아야 합니다.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채우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성장시키는 거죠. 피해의식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성장시키는 것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