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일일일일에서 월화수목금토일로.
희한한 일이 생겼다. 명퇴휴가를 포함해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일일일일일일일'에서 '월화수목금토일'이 된 것이다.
마치, 우측통행 사회에서 좌측통행 사회로 여행을 갔을 때나, 시차 적응할 때처럼 '요일과 주'의 개념이 다시 세팅되는 느낌이다.
다수의 '주 5일제 생활자들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나 같은 은퇴자도 요일 개념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놀고 있지만, 은행과 카드사 등 각종 콜센터는 주말에 쉰다. 주중과 주말, 카페와 도서관의 운영시간이 달라진다. 대학에 다니는 딸들의 일과도 요일과 주 단위로 돌아간다. 교회도 가야 한다.
딸 셋을 키우면서, 우리 사회가 은근히 '4인 가정' 중심으로 되어있구나, 문득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택시를 타도 4인 가족은 한 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5인 가족부터는 2대에 나눠 타야 한다. 대부분의 숙소도 기준 인원은 2인이나 4인이어서, 5인이면 한 호수를 더 잡아야 한다. 카드사 할인혜택이나 쿠폰이 발급되는 경우도, 본인 포함 4인 쿠폰이 나온다.
다시 리셋된 요일개념은 기존의 '월화수목금금금'과 차이가 있다. 주중과 주말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오전에 기분이 좋지도, 일요일과 월요일에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냥 각 요일은 그냥 요일일 뿐이다.
9월 15일 월요일이 되어서야, 명예퇴직금이 IRP계좌에 입금되었다. 그전 금요일에 마지막 연차수당이 들어왔다. 사학연금관리공단에 5년 조기수령을 신청하고, 1,2주 후에 소정의 '퇴직수당'을 받는다. 투자계획은 짰지만, 정작 계획대로 하려니 불안하다. 주 계좌를 증권 CMA계좌로 변경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도서관에는 은퇴교직원으로 신분을 변경하여 재등록을 했다. 아내와 날이 선선할 때, 뒷산인 매미산에 오른다. 밥 짓기에서는 해방되지 못했다. 두 딸이 통학하고, 막내는 반수를 하며 집콕하며 집밥을 먹는다. 노동조합 지부장 시절, 이동 중 카톡으로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해서 구입했던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를 브런치에 글 쓰는데 쓰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