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D+30 즈음에
친구 부부 가정에 부친상이 있었다. 거의 한 달 여만에 양복을 찾아 입는다. 집과 동네에서는 반팔 스포츠웨어와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 날이 추워지면 긴팔 운동복을 입겠지. 이제 양복을 입을 일은 경조사 외에는 없을 것 같다. 원래도 옷차림에 큰 관심이 있거나 많은 돈을 쓴 적이 없다. 머리도 '나이스가이'에서 4,50일 만에 한 번씩 깎는다.
명퇴할 때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참 쓸데없다고 느낀 게 있다. '명함'이다. 비즈니스를 위해서 만난 낯선 이들이 뻘쭘함을 희석하기 위해 필요한 종이 쪼가리. 2번 본 적도 없이 쌓아두었던 명함들을 싹 갈아버렸다.
'월화수목금금금'이 '일일일일일일일'로, 다시 '월화수목금토일'로 변해갔듯, 이제는 일상의 작은 일들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의 가장자리에 놓여서 하루의 짬을 내어 '처리'하던 상갓집에 가는 일, 병원에 가는 일 등이 하루 생활의 '중심'이 된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라고, 브런치에 글 하나 올리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캄보디아에서 온 편지'를 수정해서 올리는 게 가장 만만한데, 낡은 앨범의 사진을 빛이 안들어가게 나름 정성껏 스캔 앱으로 찍고 수정해서 올리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워서 자꾸만 늦어진다. '2022년 산티아고 까미노길 여행기'가 있는데, 올려볼까 싶다. 처음엔 페이스북에, 두 번째는 경희민주총동문회 회지에, 세 번째는 유튜브에 올렸던 것인데, 브런치까지 올리면 4번째 재탕인 셈이다. 유튜브에는 호기롭게 도전해 봤는데, 절반도 채 못 올리고 포기했다. 글을 쓰고 사진을 배치하는 것과,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란 걸 깨달았다. (1999년 캄보디아에 다녀온 후, 2000년에 C3TV PD가 안된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70년 개띠 아재 은퇴기'는 2025년 8월 말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은퇴 후 달라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남기다 보니,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기록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