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15] 70년 개띠 아재 은퇴기

아, 나는 진화한다. 고로 존재하나?

by 딸삼빠

인류 진화의 방향이 '게으름'이라면, 그렇다, 난 진화하고 있다. 매일 감던 머리도 2,3일에 한 번씩으로 줄었다. 누가 날 본다고.


40일 치 2022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기처럼 몇 가지 써 놓은 글들이 있는데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컴퓨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PC로 업무를 하다 보니, 늘 컴퓨터가 켜 있었다. 담배도 피우지 않으니, 근무시간에는 화장실을 갈 때 정도를 제외하고는 꼼짝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업무를 하든, 잠시 노동조합 성명서를 쓰든, 인터넷 쇼핑을 하든 PC에 대한 '접근성'이 있었다.


그런데, 은퇴한 지금은 접근성의 우선순위가 명확하다. 휴대전화는 몸이나 옷처럼 거의 24시간 내게 붙어있다. 그다음은 스마트 TV다. 유튜브나 OTT로 동영상들을 본다. 그다음은 아마 태블릿, 노트북, 마지막이 PC다. 기존의 자료를 찾아 글을 쓰고 수정하고 사진을 배치하는 등의 작업은 PC가 제일 편리한데, 접근성이 제일 떨어지니 하루에 한 번도 PC를 켤 일이 없다.


그래서 태블릿을 대신 사용해 보려고 1,2년 만에 오래된 태블릿을 찾았다. 배터리가 방전상태여서 열심히 충전을 시켜 켜 봤다. 단종된 태블릿이어서 운영체제(OS)가 너무 옛날 버전이어서, 요즘 '플레이 스토어'의 앱을 설치할 수가 없다. 웹서핑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당근'에 나눔을 하던지, 버려야 할 판이다. 저번 13회 은퇴기는 휴대전화에 무선 키보드를 연결하여 작성해 봤지만, 영 불편하다.


게다가 PC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윈도 10이 지원종료일이 이제 달랑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품'도 아니지만, '정품'이라고 해도 PC사양이 낮아서 윈도 11로 업그레이드가 안된다고 한다. 한 2년 전쯤, 나름 게이밍용 컴퓨터라고 해서 한동안 쓰겠다 싶어서 '당근'에서 샀었는데, 우씨. 아, 이것도 골치 아프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현금흐름을 위한 투자계획도 세웠는데, 조금씩 달라진다. 명예퇴직금을 IRP계좌로 받아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가, 퇴직 한 달 전쯤에 알았다. 명퇴금을 모두 IRP계좌로 받았다. 원래 계획은 연 3.5% 정도의 분배금이 나오는 SCHD에 대부분을 넣고, 나머지는 필요한 현금흐름만큼 JEPI, JEPQ, 월 분배금을 주는 한국판 월 ETF에 넣어두려고 했었다. 그런데, 미국 자본시장은 이상한 고점이고, 달러환율은 요동치고, 금/비트코인은 사상최대이며, 달러의 패권은 약화될 거다, 경기침체가 올 거다. 환율이 떨어질 거다, 아니다 오를 거다, 트럼프가 점점 윤석열을 닮아간다. 계엄을 할 것 같다. 와, 이거 어떻게 하지?


의외로 약간의 개꿀도 있었다. 퇴직 후에 건강보험료가 큰 부담이라고 해서, '3년간 계속임의가입'을 해야 하나, 금융소득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나 엄청 알아보고 고민을 했었는데, 의외로 '피부양자' 조건에 해당해서 아직 직장생활 중인 아내의 '피부양자'가 되었다. 피부양자 조건과 건강보험료 기준은 매년 11월에 전년도 기준으로 새로 산정된다고 한다. 아직은 10월이니 2023년도 금융소득 등으로 산정된 것이다. 11월에도 2024년 기준으로 산정될 테니 아마도 피부양자 조건을 유지할 듯싶다. IRP계좌와 ISA계좌에서 분배금이 많이 나오도록 투자해서 생활비로 쓰면,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 당장 분배금이 거의 나오지 않는 지수투자 ETF, SCHD 등은 CMA에서 관리하면 과세기준으로 잡히는 금융소득은 조절할 수 있을 듯 보인다.


그리고, 당연히 자격조건이 안될 줄 알았던, '2차 민생지원금'을 받았다. 난 생각보다 부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지 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