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긋지긋한 연휴 같으니!
하루만 휴가를 내면 10일간이나 쉴 수 있는 직장인들의 꿈의 연휴가 돌아왔다. 문제는, 내가 명예퇴직 한 뒤에.
직장생활 중이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꿀맛이었을 이 연휴가, 은퇴를 하고 나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LG세탁기와 건조기에서 이상한 에러 메시지가 들린 지 며칠이 되었는데, 연휴라 접수를 할 수 없다. 1주일이나 분리배출할 쓰레기가 쌓인다. 그나마 학교라도 가던 대학생 딸내미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배고파."를 연호한다. 환율은 치솟은 상태고, 트럼프는 날로 이상한 짓을 하는데, 주식시장도 1주일간 셧다운이어서, 대책 없이 두들겨 맞아야 한다. 발바닥 사마귀 치료도, 오른쪽 어깨 정형외과 치료도, 주민센터에 신청한 탁구도 1주일간 멈춘다. 게다가 가을에 왜 이렇게 매일 비만 내리나. 잠시 비가 멈추는 날이면 세탁기를 2,3번씩 돌린다.
어디 여행을 갈 수도 없다. 원래도 연휴기간이면 모든 여행비용이 폭등하지만, 그래도 직장생활 중이었으면 여행을 가는 게 부모님들에게 말이 된다. 그런데, 어차피 노는 걸 다 아는데 굳이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 않고 여행을? '막 돼먹은 경규 씨'가 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
부모님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아파트에 사시고, 장모님은 수서동에 사신다. 명절음식하는 게 번거로워서 식당을 잡아서 '남촌홍어'와 '얜시부'에서 외식으로 모두 때우고, 집으로 옮겨 다과와 대화를 나눴다. 가능하면 명절 쇠기는 계속 이러려고 한다.
지긋지긋한 연휴가 끝났다. 그런데, 우씨, 다시 주말이다.
뭔가 하루의 삶에 선을 긋긴 해야겠다. 보통 7시에는 일어나긴 한다. 어제는, '이제부터는 매일 아침에 꼭 머리를 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오늘 아침에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 모든 매체를 끊는 시간을 하루에 정해두고 두어야겠다. 한동안 유행하던 유비쿼터스(ubiquitous : (동시에) 도처에 존재하는,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 통신 환경) 시대에 네트워크를 잠시 끊기라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너무 의미라는 강박에 사로잡히지도, 너무 늘어져 버리지도 말고,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