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청국장을 먹으러 갔다. 우리 콩으로 직접 만든 청국장과 순두부가 일품인 곳이다.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고소한 콩국수도 별미다. 나는 콩국수를, 그는 청국장을 시켰다. 여름이라 시원한 콩국수를 시켰지만, 나는 청국장을 좋아한다. 두부, 파, 김치등 그야말로 별것 아닌 재료를 넣고 끓여내면, 그들의 조화로 구수한 청국장이 완성된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라 먹고 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옆 테이블에 아빠, 엄마 그리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이 들어와 앉았다. 딸은 들어오자마자 재잘대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을 늘어놓는 듯하다. 다 듣고 난 아빠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딸이 거기까지는 모른다고 하자, 아빠가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질문 한번 하면 대답을 못할 거면서 아는 척을 하냐고 놀렸다. 딸과 아빠는 낄낄대며 웃었다. 이어서 아빠가 본인 코 고는 소리에 잠을 깬 경험을 얘기하자 엄마와 딸이 주의 깊게 듣다가 한 마디씩 덧붙이고 또 낄낄 거리며 웃는다. 밥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별 시답잖은 얘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하하 호호 웃었다. 세 사람의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였다.
밥 먹는 내내 나는 그 가족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보기 드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사이좋고 화목한 가족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저 가족은 어떻게 저리 사이가 좋을까. 내가 발견한 하나의 특징은, 가족이 서로 사소한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별 시답지 않은 얘기를 집중해서 재미있게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같이 웃어주고.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사춘기 자녀는 부모의 질문에 겨우 대꾸만 한다. 대꾸나 하면 다행이다.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시키고 부모의 얘기에 듣는 체 마는 체한다. 심지어 밥 먹으러 같이 나오기도 어렵다. 이런 가족의 부부는 보통 말이 없다. 누군가가 얘기를 하면 핀잔을 주거나 짜증을 내기 일쑤이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공감하지 않는다. 자식들도 그런 부모를 보고 배운다. 가족이 화목해질 수가 없다.
결국 화목한 가족의 시작은 사이좋은 부부다. 웬만한 부부는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이기려고 한다. 싸움을 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서로 상의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동의가능한 방법으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서로 존중해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문제해결 방법이 비슷한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툴 일이 적어진다. 서로 감정이 상할 일이 생겨도, 존중이 바탕이 된 관계에서는 싸움까지는 가지 않는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니, 서로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을 한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어도,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아도 웃음이 끊이지 않고 행복한 가족이 된다.
청국장이라는 별 대단하지 않은 음식을 함께 먹으며, 사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주고받는 저 가족이 오래도록 화목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