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경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담장을 치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졌습니다. 조경과 소음 차단을 위한 담장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이 단지 내에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을 해놓습니다. 주민에게 발급하는 키가 없으면 담장을 넘지 않는 이상 출입이 불가능하고, 담장을 넘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걸리는 경우도 본 것 같습니다. 일부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유명인이 많이 사는 곳은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러한 아파트는 점점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위법성 여부를 떠나서 이런 현상이 자꾸 퍼지는 이유는 아마도 급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단지에 외부인을 출입시키지 않음으로써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고, 자신의 성밖의 사람들과 차별화된 위치에 놓여있다는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기에 꽤 많은 주민들은 이를 반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유로운 길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억압 때문이 아닌, 각자 스스로 자유를 봉쇄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인간은 절대로 평등을 원하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본능을 들여다보면 자신보다 잘난 사람과는 평등을 원하고, 못난 사람과는 차별을 원합니다. 남녀갈등논쟁을 살펴보면 남자나 여자나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대부분 동의를 하지만, 은근히 자신의 진영이 더 유리하고자 하는 욕구를 끼워 넣다 보니 비논리가 발생합니다. 차별의 욕구를 드러내지 않고 토론을 진행해기 때문에 비논리와 감정적인 토론이 되기 일쑤입니다. 이민자, 조선족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적이 없음에도 온라인 공간에서는 마음속에 숨겨놓았던 차별적인 언행이 난무합니다. 실제로 통계 자료로 특별히 그들이 더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고 보여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가지 사례를 트리거로 자신의 차별 욕망을 분출하곤 합니다.
과거 신분 사회가 주기적으로 뒤집어진 것은 "자신보다 잘난 사람과는 평등을 원하고, 못난 사람과는 차별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이기적이게 느껴지지만, 생존 경쟁에서는 분명 유리한 지점이 있어 보입니다. 공산주의 이상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 역시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차별 욕망애 있을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이 "차별 욕망"을 돈이라는 수단에 흡수시켰습니다. 표면적으로 모든 계급을 없애버렸고, 대신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높은 계급에 앉혔습니다. 이는 욕망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전환시킨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낮은 계급의 사람들도 자신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낮은 계급이 되었음을 인정하게 만들고, 높은 계급의 사람들도 더 이상 낮은 계급 사람들의 반란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죠. 남보다 높은 계급이 되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생산활동을 하며 돈을 벌게 됩니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가 말한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은 자연법칙처럼 저절로 작용하여 사회를 효율적으로 굴러가게 만듭니다.
수요와 공급 곡선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고 큰 통제 없이도 경제는 잘 흘러갑니다. 물론 세상일이 간단하지만은 않아서 많은 부분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여 조율을 하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은 저절로 조율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본주의는 상당히 직관적이고 사람의 본능에 맞닿아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하게 체계를 공부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고 적응해서 열심히 돈을 벌며 살아가게 됩니다.
세 번째 그림 : Red panda AI, Prompt : Draw a picture of people enjoying freedom in a c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