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태오는 당하고, 해주는 걸 둘 다 골랐다
<홍석천의 보석함>을 런칭한다고 신호탄을 올릴 때부터 알고 쭉 보기 시작했다. 보석함에는 홍석천이 '게이 레이더'로 꼽은 라이징 스타나 이미 이름이 알려진 남성 셀럽이 게스트로 나온다.
첫 화부터 매번 봤는데 보통 두 부류의 출연자들이 나왔다.
- 어떤 편의 출연자는 그렇게 홍석천을 기겁해할 거면 안 나오는 게 당사자와 시청자인 내게 나았겠다 싶은
- 또 한 편은 한국의 사회가 원만하게 합의한 선에서 정도를 거스르지 않고 친밀함을 보이는 이들
그런데 유태오는 달랐다. 저 두 부류 중 어디에도 끼지 않았다. 우선 유태오의 배우자인 니키리와 홍석천, 유태오 셋이서 서로 아는 사이기도 했고, 유태오에게 동성연애자는 별게 아닌 것이다. 일반과 이반을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나오니까 기류가 기존과 전혀 다르게 흘렀다.
보통은 홍석천이 남성 출연자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가 그들이 깜짝 놀라하면서 당황해하는 씬이 연출된다. (거의 항상) 오히려 유태오는 홍석천의 애교를 떨면 넙죽 받아주기도 하고, 홍석천의 질문에 당황은 커녕 진지하게 임했다.
유태오는 15년의 긴 무명생활을 거쳤다. 이제 글로벌 스타가 됐는데 이렇게 누추한(?) 유튜브 채널에 초대받은 것이 괜찮냐고 묻자, 나를 궁금해해 주고 초대해 자리면 어디든 너무나 고맙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지금의 인기가 식을 거라고 걱정하지 않고, 배우인 유태오 본인도, 홍석천에게도 40~70세가 전성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나이와 늦음을 한탄하지 않는 그는 나와 전혀 다른 사이즈의 사람처럼 보였다.
마지막 코너는 항상 출연자가 홍석천에게 무언가를 해주거나 당해주기를 고르는데, 유태오는 당하고, 해주는 걸 둘 다 골랐다. 홍석천에게 뽀뽀를 받는 차례에서 역으로 자기가 홍석천의 입술에 쪽 뽀뽀를 하고 나갔다.
아니, 유태오. 이런 어마어마한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구나. 이 뽀뽀 장면은 전혀 경악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멋졌다. 이 뽀뽀는 홍석천에게 '그동안 당신, 게이라고 남들과 다른 취급받으며 살았죠? 저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요'라고 말해주는 장면이어서다.
길이길이 남을 장면이다.
영국 미디어에선 종종 보지만, 한국의 미디어, 특히 공중파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장면,
흔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