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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화 Apr 10. 2021

0. 지역의 역사를 돌아보다

연재를 시작하며

 광주와 전남은 태어나고 지금까지 필자가 살아온 고향이자, 삶을 감싸고 있는 요람이며 쉼터이다. 수도권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기에 개발의 파도를 비껴나가 곳곳에 빌딩 숲보다는 자연의 푸른 풀색을 엿볼 수 있는 곳. 바람도 잠시 느려지는 이 곳이 바로 호남이다.  


 호남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다. 삼한 시대의 마한의 문화적 중심지였으며, 찬란한 백제 문명이 자리 잡고 있었던 빛나는 역사는 곳곳에서 빛을 낸다. 백제의 불교가 최초로 상륙한 신성한 도래지이자, 태조 왕건의 고려 창건의 든든한 뒷 배가 되어 주기도 했다. 조선의 의기 넘치는 선비들의 뿌리 깊은 학문적 전통이 살아 숨 쉬고, 그들의 삶과 한, 철학과 가치를 노래한 시가 문학의 전통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임진년의 왜란에 왕과 신하들이 모두 도피했던 절체절명의 시기에 의로운 마음으로 들고일어나 나라를 지켰던 구국의 충정은 아직도 눈을 감지 못했다. 일제의 강점과 침탈에 분노하여 의기로 일어나 나라와 민족의 이름으로 장렬히 산화한 의병 정신이 밝게 빛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80년 5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며 일어난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정신이자 세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러나 광주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내내 부끄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호남이 걸어온 역사의 발자국을 널리 알리지는 못할 망정, 타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호남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다며 한탄하곤 했던 것이다. 호남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고민한 훌륭한 책들은 많았지만, 그것을 필자의 언어로 정리하여 녹여내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나'의 이야기가 되어야 할 호남의 역사를 줄곧 '남'의 이야기하듯이 펼쳐나갔던 것이다. 호남에 살아가고 있으며, 호남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레 여겨오던 삶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단상이었다. 


  지난주 문득 드라이브를 위해 차와 함께 떠난 무등산 길에서 필자는 호남의 역사를, 그 깊은 선조들의 울림을 엿보았다. 그리고 이제 그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호남이 왜 호남이었는지, 호남은 왜 호남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는 과정 속에서 호남의 역사를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았다. 그렇기에 필자는 빚을 갚는 마음에서, 현시대의 호남을 살아가는 20대의 마음으로 호남의 역사를 조심스럽게 써 내려가고자 마음먹었다.


  앞으로 써 내려갈 모든 것은 호남의 역사이면서, 호남만의 역사는 아니다. 우리의 역사이며, 우리가 이제껏 걸어온 길이자 앞으로 걸어갈 길의 과거 방향의 연장선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조각이자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으로 묶어주는 소중한 가치이다. 필자는 바로 지금 지역의 역사를 걷기 시작하려 한다. 역사의 길 속의 애환과 슬픔, 울림과 통증, 흉터와 회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가, 우리의 모든 정서의 근원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모두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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