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애쓴다. 나 또한 그렇다. 나도 배우기를 즐긴다. 꾸준히 능력과 기술을 향상하려고 한다. 최근 스피치를 배우고 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잘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생긴 것이다.
스피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나름의 훈련 방법을 준비했다. 강의, 책, 유튜브 검색을 통해 이런저런 지식과 기술을 조합해서 훈련법을 마련했다. 일련의 훈련법을 마련하고 보니, 이제 됐다 싶었다. 발음, 발성, 이야기 구성을 위한 연습법을 준비했고, 내가 말한 내용을 녹음하고 분석하기로 했다. 의욕이 넘쳤다. 내 스피치 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피치 연습은 3일을 지속하지 못했다(작심 3일의 저주에 걸렸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훈련법은 알았으니 언젠가는 하겠지 하고 미루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훈련을 지속하지 못한 건 마인드 셋(Mindset) 때문이라는 걸. 내가 스피치 연습을 하기로 한건 ‘연습을 통해 내 스피치 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연습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너도 네 능력을 알잖아.’라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마인드셋은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연구에서 등장한 심리학 용어다. 그녀는 여러 연구를 통해 사람들 안에는 두 가지 마음가짐이 있음을 발견했다. 하나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능력이나 재능, 심지어 지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다. 이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고 한다. 반대 편에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 존재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능력, 재능, 지능은 이미 선척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믿는 신념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개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히 존재한다.
마인드셋이 변화를 이끌어 낸다.
고정 마인드셋은 우리를 고착상태에 빠지게 한다. 내 노력의 가치를 훼손하고, 결국 우리로 하여금 단념하게 한다. 고정 마인드셋에서 벗어나서 성장 마인드셋을 소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직하게 자신의 마인드셋을 점검해 봐야 한다. 우리는 쉽게 착각한다. 자신이 성장 마인드셋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나 또한 그랬다. 나도 내가 성장 마인드셋을 갖고 있다고 확신했다. 평소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고, 내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분명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한 인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나는 지독한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신뢰하지 못했고, 내 능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조바심이 있었던 것이다. 변화하고 싶은 욕구는 강했지만, 노력하고 연습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긍정적 믿음은 부족했다.
그 증거가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다는 것이다. 고정 마인드셋을 갖고 있으면,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다. 나는 지금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나만의 프로세스를 성실하게 가동하면 된다. 하지만 내 능력, 재능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예민해진다. 좀 더 나은 피드백을 얻기 위해 애쓰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상황을 요리조리 피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자아에 갇힌다.
현재 나는 고정 마인드셋에 갇혀 있음을 인정할 때 기회가 생긴다. 내 능력은 고정된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옭아매는 일을 경계할 수 있다. 나를 설득할 수 있게 된다. 마인드셋을 변화시키려면, 내 마음을 정확하게 드려다 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소유하고, 이를 키워나가라면, 더 나은 방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 능력이 변하지 않은 이유는 더 적합한 훈련방법을 알지 못했고, 더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깊음 믿음을 가진 이들은 더 나은 훈련법을 찾는다. 더 효과적인 학습법을 찾고, 말하기와 글쓰기 훈련법을 찾고, 근육을 성장시킬 수 있는 운동 방법을 찾는다.
성장 마인드셋을 품은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훈련으로 바꾼다. 운동선수들은 기초 훈련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운동을 해왔지만, 매일 같이 반복하는 루틴과 같은 기초 훈련을 빼먹지 않는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기초 훈련이 자신의 근력과 유연성, 기술을 바꾸고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하리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능력, 재능이 변화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프로 운동선수들과 같이 훈련에 집중하다. 매일 반복할 훈련을 준비하고, 훈련에 전념한다. 반복을 즐기고, 개선점을 발견하고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돌파가 일어나고, 변화가 발생하고, 모멘텀(Momentum)이 발생하는 순간까지 꿋꿋하게 과정에 집중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려면, 결과에 집착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에 결과를 신경 쓰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결과에 집중하면, ‘연습했는데 왜 달라지지 않지?’, ‘왜 아무런 변화도 없는 거야!’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을 파고든다. 결국 ‘이건 아무 소용없어’ 하고 포기하고 단념한다. 시선이 변화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연습과 훈련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과정에 집중'한다. 조바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태도를 갖는다. 자신을 믿고, 연습의 힘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마인드 셋을 점검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나는 내 일상의 연습에 더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형태의 훈련'을 만들었고, 짧은 시간이라도 그 훈련을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연속적인 과정에 몰입하게 됐다.
누군가는 작심삼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작심삼일을 이어가면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삼 일간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노력의 가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작정 결심하고 또 결심하기보다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마인드 셋을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