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허리디스크가 아니라고요?

10분도 못 걷던 내가 2년만에 허리 통증 탈출한 이야기

by 림보



선생님이 말했다.


허리디스크가..


음.. 없어요.


네?


디스크가. 4번 5번 조금 튀어나왔나?


이 정도로 그렇게 아픈 게 말이 안 되고요.


아무튼 MRI 상으로는 문제없습니다.


결국 이 말을 듣는구나 싶었다. 70만 원을 써야지 내가 디스크가 없다고 확정이 나는구나.


그럼, 수술은…?


할 필요가 없죠, 할 수가 없죠.


약 드릴 테니까 한번 먹어보시고 그래도 안 나으면 신경외과 한번 가보세요.


MRI를 찍느니 마느니, 어디 병원에서 찍니,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는데 대기는 어떻게 하니.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갖 ‘생지랄’을 다해가며 받은 결과가 이거였다. 아무리 예감했다지만 허무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니까 허리가 아픈 건 정말 이상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병의 개념’ ‘병의 치료 과정’이 들어먹질 않았다.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약 먹고, 치료를 하면 되는 게 21세기의 병 아닌가?


동네 정형외과에서 허리디스크 처음 진단받고 찾아본 내용은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달랐다. 허리디스크는 통증과 디스크의 돌출이 일치하지 않는다. 유퀴즈에서 본 적 있을 수도 있는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의 책 <백년허리>에 적혀있었다. 정말 아픈 사람도 디스크가 없을 수 있고, 디스크가 철철 흘러나온 사람도 전혀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잘 이해가 가질 않는 말이었다.


결론은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병이 허리디스크라고 했다.


정말 말이 달랐다. 심지어 허리디스크란 병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책도 봤다. 그럼 난 도대체 뭐를 치료해야 하는 거란 말인지 혼란스러웠다. 내가 출석하는 날만 많아지자, 병원도 어떤 방법이 맞다고 확신을 주지 못했다.


완치했다는 고인물들도 실상은 우왕좌왕이었다. 도수치료 하지 마세요. 하세요. 하루 종일 걸으니까 나았다. 더 안 좋아졌다. 수술은 절대 안 돼요. 너무 힘들면 수술도 나쁘지 않아요. 필라테스하세요. 운동 조심하세요.


내비게이션으로 알려주는 깔끔한 길일 줄 알았건만. 병을 치료한다는 건 덕지덕지 더러운 길이었다. 허리통증을 겪기 전까진 몰랐다. 아마 단순히 허리뿐만 아니라 모든 병과 오랜 기간 싸우는 사람들이 그럴 거다. 아픈 사람이 민간요법을 비롯한 별별 방법을 찾는 이유가 당연했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픈 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나는 겨우 탈출구로 가는 괴상한 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엔 일차원 직선은 없을 거다. 사실 탈출구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게 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0분도 걷기 힘들어서 거의 누워만 지내던 내가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치고 있다. 한 때는 고개를 숙여 책상에서 글을 쓸 수 없어서 벽에 대고 일기를 썼다. 그런데 벌써 타이핑 하는 내가 익숙해져버려서 순간 깜짝깜짝 놀란다.

나의 탈출 지도가 모두에게 통하는 만능키는 아닐 거다. 하지만 각자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 힌트는 되어줄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니 내가 만들어온 지도는 나랑 무척 닮았다. 내가 살면서 지나쳐 온 수많은 문제가 허리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모두 우수수 튀어나와 있었다. 나도 지도를 완성하고 나서, 그제야 보였다.


내가 유독 ‘허리’가 그것도 2년 동안 걷지도, 앉지도 못하면서 아파했던 건 ‘나’라서 그랬단 사실 말이다. 병에는 나의 모든 습관과 역사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통해 당신도 허리를 넘어, 조금 더 멀리서 이 병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허리가 아플 때는 네이버 카페의 완치 후기를 보는 것도 싫었다. 그래봤자, 나는 여전히 아프고, 다 내가 아는 얘기고, 당신이 말하는 방법을 해봐도 안 된다는 볼멘소리만 나왔다. 그래서 나의 후기가 도움이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온 마음 다해 당신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나라도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