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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Oct 03. 2016

<교토편> 8. 사가노의 천룡사

아라시야마에는 천룡사도 있다

2015년 11월 15일

 

 사가노(嵯峨野)는 교토시 우경구(右京区うきょうく) 지역을 뜻한다. 줄여서 사가라고도 한다. 앞서 소개한 아라시야마 지역이 사가노다. 물론 타당한 이유 시대적 순서로 묶기 위해 배치를 이렇게 하셨으지만, 답사기를 보고 같이 따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좀 더 친절한 설명이 아쉽다. 일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사가'를 규슈에 있는 최근 버스에서 항공사가 자주 광고하는 사가(佐賀)현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우인가? 전에 언급한 지역으므로 지도를 표시하지 않는다.

 천룡사(텐류-지, 天龍寺, てんりゅうじ)는 도월교 반대 방향에 있다. 볼거리가 많아서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자칫 지나칠수도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내가 그랬다.  

 이왕 다른 나라에 건너갔으면 그 나라 말을 최대한 써보도록 하자. 일본 사람 역시 영어에 약하다. 아니 발음상의 문제로 우리나라보다 더 못한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교사가 일본식 발음을 구사할 때가 있어 제대로 발음해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대답 하더라도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는 경험도 좋다. 

 "어디입니까?"는 "도코데스카?(どこですか?)". 

 '텐류-지'용을 '류-(りゅう)'라고도 읽고 '료-(りょう)'라고도 읽어서 같은 '용 용龍'자는 용안사와 읽는 바람이 다르다. 일본 한자는 일본 사람도 자주 틀리니 혹시 틀리게 발음하더라도 전혀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아라시야마 역 주변과 대나무 숲에는 한국 사람이 많은데 유독 천룡사에는 잘 안보였다. 인파가 적은 곳에는 서양인이 많고, 사람이 넘치는 곳에는 한국-중국인이 많다. 이 또한 그 나라의 성향이라고 해야할까. 거리가 잘 정비되어 쇼핑도 하고 거닐기 좋지만, 기왕 아라시야마까지 왔으면 천룡사는 시간을 할애해서 보기를 권한다. 세계문화유산을 쉽게 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천룡사 홈페이지는 한국어 페이지를 번역기로 돌린 것이 틀림없다. 매우 조잡하다. 이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드물게 가는 것인지, 한국 관광객이 드물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가.

 책에 천룡사에 창건에 대해서 매우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크게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독서를 즐기지 않아 전문가의 말을 유독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 좀 더 쉽게 쓰고자 노력한다.  

 천룡사의 역사적으로 헤이안 시대(9세기) 사가 천황의 왕비가 세웠다는 단림사(단린지, 檀林寺, だんりんじ)는 최초의 선종 사찰이었다. 그 후에 절이 폐사하고, 뒤에는 천황이 머무는 어소(궁궐)이 있었다. 본래 도월교와 서쪽의 카메야마(亀山)까지 천룡사의 경내였다. 걸어보면 족히 평방 1km는 되는 것 같으니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이 난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 대부분 절이 피해를 봤듯이 대부분 토지가 몰수되어 지금은 예전의 10분의 1만 남았다. 

 천룡사는 조금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대놓고 구분해서 표를 판다. 정원만 보려면 500엔, 방장부터 들어가서 전체를 다 보려면 300엔을 추가로 내야한다. 원래 얼마였는지 모르겠으나 교수님은 100엔 차이랬으니 불과 1,2년 사이 요금을 300엔으로 올린 것이다. 이 달마도를 보려면 총 800엔이 든다. 방장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보관함에 넣고, 한바퀴 돌고 다시 신고 나와서 다시 정원으로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티켓을 두 장주는데 잃어버리면 난처해진다. 

 천룡사의 마스코트는 방장(方丈, ほうじょう)으로 들어가면 바로 맞아주는 달마도다. 일본어로도 '다루마だるま'다. 붉은색 오뚜기 모양처럼 생겨서 패왕별희의 분장한 얼굴처럼 생긴 기념품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달마다. 최초의 선종 사찰이니 선종의 창시자 달마가 있는 것이 당연. 이곳 달마도는 얼마 전에 그린 것처럼 아주 현대적인 느낌이다. 이 달마도를 기념품으로 판매한다. 문이 닫혀있어도 틈으로 볼 수는 있지만 바로 앞에서 볼 때와 다르다. 왜 책에 이 사진이 없는가 했는데 유 교수는 방장을 안들어가고 바로 정원으로 나가셔서 그런 듯하다. 달마도 바로 뒤에도 커다란 서예작품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누가 쓴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뒤를 안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태반인 듯 일본 야후와 구글을 아무리 검색해도 설명해주는 것을 못찾았다. 유 교수님은 아시지 않을까.

 방장 내부를 유홍준 교수가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일부러 순서대로 많은 사진을 열거한다.

방장에는 몽창 국사의 발자취라는 지도가 있다. 동서로 가마쿠라까지 대단한 행보다.

고다이고 천황 아니면 아시카가 쇼군일 것이다.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내부의 정보가 없다. 

 방장 안의 다다미 위에서 앉아서 쉬고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택일이지만 제대로 보러 갔다면 몇 백엔을 아까워 하지말고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보는 것이 좋다. 언제나 후회가 남기 때문에. 철저하게 300엔을 더 준 관광객과 정원으로 바로 들어간 관광객이 구분된 동선으로 되어있어 볼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다른 느낌의 달마도가 또 있다

 천룡사에는 두 가지 그림이 유명한데, 하나는 입구의 달마도와 법당의 운룡도(雲龍図)다. 나는 법당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방장에서 용 그림을 보고는 이것이 운룡도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마치 실제 살아있는 용을 보고 그린 것처럼 비늘 하나하나의 농담이 일품이다. 

 이 날 두 개의 천룡사 명물을 모두 다 봐서 만족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운룡도는 방장이 아니라 법당의 천정에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 그럼 방장의 내가 본 용 그림은 누가 그렸고 언제의 것인가. 본래의 운룡도는 훼손이 심해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는데, 방장에서 2월에 전시한다고 했다. 난 11월에 갔는데 이것이 본래의 운룡도가 맞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모르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찾는 우리와는 다른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찾아보니 현재 실제 법당의 운룡도는 문화재라고 하기는 아직 빠른, 1994년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일단 글은 올리지만 찝찝함이 가시질 않는다.

방장 현판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맨발로 들어가기 때문에 있는 슬리퍼. 아주 특이해서 사진을 찍고 말았다.

방장을 돌고 다시 신발을 신고 나오면, 우측에 정원으로 다시 티켓을 내고 들어가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유홍준 교수의 동선과 같다.

 

교토의 절 경내에 들어가면 정원은 쇄석을 마치 밭고랑처럼 가지런히 정렬해 놓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흐트러질테니 분명 거의 매일 새로 길을 내고 정비한다는 것인데 그 정성이 갸륵하다. 입장료 수익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지가 분명하게 보인다.

 

조원지 호수에는 잉어가 노닐고, 겨울이 늦게 찾아와 단풍이 수려하다. 

 개인적으로는 조원지가 그리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 3권보다 4권에서는 유적 자체에 대한 부연설명이 많아서 나 역시 이야기보다 사진을 많이 싣는다. 

 법당은 또 500원의 입장료를 내야한다. 올해는 12월 4일까지 개방한다니 운룡도를 보고 싶은 사람은 참고하기를. 대부분 소원을 빌기 위해 가는 일본인이 태반이고, 운룡도가 채 20년도 안된 그림이기 때문에 일본인들만 좋아할 것이라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천룡사 북문은 들어오는 사람이 드물어 사실상 출구라고 봐도 무방한데, 바로 대나무숲과 연결된다. 치쿠린(竹林, ちくりん)이라고 한다. '사가'라는 지명은 현지에서는 못 보고 유 교수 책을 계기로 알았다. 

 인력거 끄는 마차꾼과 기모노를 입은 연인들이 눈에 띈다. 천룡사 안은 조용하다가 죽림에 들어오는 순간 한국-중국어가 자주 들린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춤을 추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야간 개장 기간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아름다움을 더한다. 길을 따라 나오는 길에 아담한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가 있는데 커다란 밧줄에 묶인 방울종을 울리며 소원을 빌게끔 되어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대나무 했을 때 중국의 팬더와 이곳의 죽림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도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이 있는데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해서 반성하고 있다. 나의 문제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대나무 밖에 없는 단순한 길인데 일본은 이곳에서 인력거를 운용하고 기모노를 입고 다니며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우리는 한복을 입고 여기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일본의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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