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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Jun 08. 2018

1. 일본을 선택한 이유

워킹홀리데이, 무조건 도전하라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게으름에 통신원 선발 소식을 발표가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글을 올립니다. 발표가 나기 전에, 조금 욕심을 내어 아르바이트를 더 구해버렸네요. 현재 밤낮으로 일을 3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간 새벽 2시. 현재도 일하는 중입니다만, 휴식 시간이 있어 재빨리 글을 남깁니다. 지난 1월 11일에 일본을 왔으니, 오늘이 정확히 6개월째 되는 의미있는 날이네요. 정확히 절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 거의 대부분이 감사한 일들입니다만. 너무 편안하게 지내느라 태만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기 위해서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만으로 계산하기에 일본에서는 아직 파릇파릇한 27세의 젊은이입니다만, 한국이라면 곧 서른을 목전에 둔, 29.5세라 하겠네요(제가 이번 통신원에서 최연장자가 아니기만을 바랍니다). 스스로 아직도 젊기 이전에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사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돈 받고 일하니 ‘사는 게 아니라 고생을 판다’가 맞을까요? 물론 피곤하지만 잠은 충분히자고, 잘 먹고, 일 자체가 너무나 큰 공부가 되는데다가 돈까지 주니 일석이조도 모조라 일거양득이라 즐기고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동네소개 월미션을 받았습니다만, 당연히 첫번째 글은 간단한 제 소개와 동기를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하면 좋을까 고민입니다만, 딱히 저를 궁금해하실 분은 없을 것 같아서, 일본과 관련이 있는 것만 소개하겠습니다.


1. 워킹홀리데이를 온 이유


저는 작년, 2014년 2월에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군복무를 포함해서 무려 8년 동안 대학생의 신분을 이용해 먹은 죄인입니다. 그러면서도 공부는 제대로 안하고,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더 몰두하는 안일한 시간을 보냈네요. 영어는 알파벳 정도 밖에 모르고, 자격증 하나 없는 상태로 덜컥 졸업을 해버렸습니다. 어차피 먹고 살려면 창업을 하거나취업을 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만, 졸업 유예도 의미가 없고, 다수의 졸업생들이 된다는 취업준비생도 아닌 그냥 백수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를 쉰 적은 없으니 백수라고 하기에는 또 뭐하네요. 일본에 ‘프리터’라는 용어로 대체하겠습니다.


더 즐기지 못하고, 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것. 늘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만.한창 대학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즈음, 학교 게시판에 붙은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공고를 보았습니다. 그 때까지 어학연수는 경제적 형편으로 생각도 하지 않고, 워홀 역시 막연하게 1년 비자 받아서 외국에서 일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만 30세 제한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목표로 했던 꿈이 무너진 이후에, 확고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여전히방황중이었습니다만, 앞으로 하고 싶어도 다시는 못한다는 기간 제한(일본에서 이 마케팅을참 잘 이용합니다) 때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밖으로 나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만으로 올해 27살이니까 1년씩 앞으로 4곳의 다른 국가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첫번째는일본, 다음은 동경하던 북유럽의 스웨덴과 덴마크, 마지막은 시간이 허락하는 조건에서 중동이나 남미를 가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없이 오직 국가만을 목표로 설정하고무턱대고 하겠다고 했으니 제가 봐도 제정신은 아닙니다.


외국으로 가는 방법은 유학, 취업, 이민, 결혼 등이 있겠습니다만. 외국 학교를 갈 형편도실력도 안되고, 어찌보면 학교가 보호막이 되면서도 틀이 될 수도 있어 시야가 더 좁아지는 것은 아닌가 했습니다. 취업 역시,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돈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선호하기에 좀더 뒤로 미루고. 최근의 한국은 이민 가고 싶을 정도로 우울함의 연속입니다만 이민 오고 싶어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제외. 외국인과의 결혼도 현재 이 한심한 놈을 4년째사랑해주는 여자친구가 저를 버리지 않는 이상은 생각해선 안되는 금기이므로.


결국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일도 해보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원래는 졸업과 동시에 떠나고 싶었습니다만, 집안의 여러 문제가 겹쳐 또 미뤄지고. 이러다 발목이 잡혀 못 갈 것 같아서 2015년이 바뀌는 동시에 저 아닌 모든 것의 관심을 끊고 1월 11일자로 바로 일본으로 건너왔습니다. 경비는 언제 가질 수 있는 내 집을 버리고, 당장의 가까운 미래를 위해 주택청약을 깨버리고 왔답니다.


2. 일본을 선택한 이유


사주를 볼 때마다 몇 번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역마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사도 많이 다니고, 한 곳에 정착 못하고 전국을 돌다가 국내도 모자라서 외국까지 왔네요. 여행을 평소에 좋아해서 여유가 있으면 다니려고 노력했습니다. 전국 일주도 두 번 하고동으로는 독도, 남으로는 제주도, 북으로는 금강산까지도 갔었습니다.


외국을 가본 것은 일본이 유일합니다만, 꽤 자주 갈 수 있었습니다.

제 어머니의 고모님께서 처음에 일본에 정착을 하셔서, 그것이 인연이 되어, 큰이모를 비롯 여러 친척이 일본인과 결혼을 하셔서 연고가 생겼습니다. 그 덕분에 친척 방문의 목적으로몇 년의 한 번씩은 일본을 갈 수 있었네요. 집이 부유하지 않았지만, 이모님 덕분에 일본에서유행하는 물건을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이용하는 호사를 누렸고, 자연스럽게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역사와는 별개로,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여러전자 기기와 게임,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만화 등을 접하며 자랐습니다.


워홀 오기 전까지 6번 정도 일본을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행 비자가 15일로 제한되있었던 것으로 알아 늘 짧은 일정에 안타까워 하며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를 나이에 막연하게 재미있는 만화와 게임, 신기한 기기들이 있는 나라로만 인식을 했습니다. 여전히 철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대학 교양에서 일본 관련된 수업도 들었고, 스스로도 더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일본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2010년, 그 즈음 관광 비자가 3개월까지로 늘어나게 되어 좀 무리해서 두 번을 갔습니다. 공교롭게 3월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이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일본에서 관광 이외에 다른 관심은 없었는데, 수많은 사람들과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고 알면 알 수록 재미있는 곳이어서, 한 번 길게 살면서 이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왔기에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기회였습니다만, 대다수가 가는 영미권 국가는 영어를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영국을 제외하고는 역사가 짧은 곳이라 가고 싶지 않습니다. 스웨덴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인데 바로 가는 것보다 일본에서 한 번 연습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이유는 매우 많습니다. 그것은 앞으로하나씩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습니다.




3. 지난 6개월


현재 저는 오사카에 있습니다.

호텔에 살면서, 호텔에서 일하고, 식당 2군데에서 일을 하며 지냅니다. 아주 행복합니다.


제 이모 댁은 일본의 인천이라 할 수 있는 요코하마 남쪽, 요코스카 입니다. 미국 페리 제독이 처음 와서 강제개항 시킨 곳으로, 현재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한국으로 비유하면 평택 정도 되겠네요.

이모네로 가면 거주 및 비용 면에서 매우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만, 그렇다면 굳이 일본으로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미 그동안 신세진 것도 많고, 최대한 연고가 없는 곳으로 멀리가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간사이 도시 중에서도 오사카를 택한 이유는, 우리에겐 철천지 원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오사카성’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너무 가고 싶었어서, 단지 오사카성과 가까우니까 자주 볼 수 있겠다 싶어서가 8할 정도 되겠습니다.(절대 다른 분은 이렇게살지 않기를). 지금은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반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어 쓸 일이 더 많아 후회 하고 있습니다만, 언어적인 면만을 제외한다면 도쿄 보다는 오사카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만, 여기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일본에 가면 곧 죽는 것처럼 말이 많습니다만, 오사카 관광지에서 한국어만 들리는 경험을 하시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1월 한달은 여유롭게 즐기면서 정착 준비를 하고, 2월부터는 일을 하기 위해 여러 곳을찾아보다가 정신무장도 할 겸 숙소에서 살면서 막노동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일에 비해 형편없는 급여로 방황하다가 처음 묵었던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되어 지금까지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호텔 특성상 수많은 국적의 외국인들이 와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고, 무역 일도 배웠습니다. 5월에는 여자친구가와서 함께 오사카 주변 여행을 실컷 다녔습니다.


개인적로는 환상적인, 즐거운, 행복한 시간입니다만 일본에서 배워가고 싶었던 것들이많아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내년 스웨덴 갈 준비도 해야하고요. 쉬는 날짜를 조정해서 지금은 스스로도 만족할 정도로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책으로 치면 차례와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약간 비몽사몽에 시간이 촉박하여 미흡한 글이 되었습니다. 몇 번이나 고쳤습니다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네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쉬는 시간 틈틈히 이런 아무 도움안되는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소식 전하겠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는 만큼 관광 정보는 물론, 문화콘텐츠 학위 취득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본의 문화와 역사 등도 전하겠습니다.


일본에 오시려고 계획 중이시거나, 이미 오셨는데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은 제가 가능한한 선에서 최대한 돕고 싶습니다. 이번에 선발된 안준오 통신원 역시 오사카에 있으니 두 배로 도와드릴 수 있겠네요.


2015년 7월 11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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