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阪市西成区太子(오사카시 니시나리구 타이시)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おらが村を紹介します
글은 매일 쓰고 싶은데 일 끝나고 한 번 뻗어버리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합니다. 눈 뜨면 또 일.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간 너무 여유롭게 보냈어서 게으름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고 틈틈이 써봅니다. 발표 공지 후 바로 올리려고 했는데, 그보다 열흘 넘게 늦어졌네요. 노력하겠습니다. 누군가 정보를 간절히 필요로 하신 분들이 계실텐데, 죄송합니다. 지금 태풍이 옆을 관통하는 가운데 잠 안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정확한 주소로,
일본 오사카시 니시나리구 타이시大阪市西成区太子 에 있습니다.
당연히 지리적인 설명이 첫번째가 되어야겠지요. 일기예보만 봐도 늘 항상 옆에 붙어 나오는 나라이니, 살짝 지도 검색만 해봐도 아시겠지만 일본은 상당히 길고 넓습니다.
찾아보니 한반도의 약 1.8배, 남한 대한민국보다는 3.7배 정도 크다고 하네요.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는 ‘내일로’ 같은 여행티켓 서비스는 일본이 더 잘되어 있으니 나중에 일본 전국을 기차여행 하시면 넓이를 실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귀국 전에 한 번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가보는 게 목표입니다.
일본은 크게 4개의 섬으로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오키나와沖縄 포함)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본섬인 혼슈는 다시 토호쿠東北, 츄부中部, 간토関東, 주코쿠中国, 그리고 오사카가 있는 간사이関西 또는 긴키近畿. 이렇게 5개 지역으로 구분합니다.
그 중에서도 도쿄가 있는 간토(관동)와 오사카가 있는 간사이(관서)가 아무래도 가장 유명하겠지요. 원래 발음상으로 ‘かんとう/かんさい’니까 ‘칸토우, 칸사이’가 맞는데 익숙한대로 ‘기역’ 발음으로 썼습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도쿄는 서울, 오사카는 부산이라 하겠습니다. 실제로 수도와 지방의 제2도시이기도 하고, 문화도 매우 비슷합니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지역이라, 체감 하기에는 차이보다 서울-부산의 차이라기 보다 왠지 대구-광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야구로 치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간 경기는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라고 할까요?
역사적으로 간사이 인근이 원래 오랫동산 수도였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후 도쿄가 새 수도가 되면서부터 라이벌 의식이 싹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신라시대 경주일대가 천 년 동안 수도였다가, 고려-조선을 거쳐 서울이 수도가 되었듯이. 경상도가 역사, 문화적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다가 잃었으니 아쉬운 마음이 있겠지요. 딱 그 논리 같습니다.
관동,관서(간토, 간사이)라 하면 어딘가의 동쪽, 서쪽이라는 것인데 역시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확한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관을 한자로 関(せき)라고 쓰는데, 검문소 또는 관문을 뜻합니다. 얼마 전 분화 조짐을 보인 온천으로 유명한 하코네에 관문이 있었다 합니다. 이럴 경계로 한다는 말도 있고, 후지산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일본인에 직접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별 관심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늘 영남, 호남으로 지역구분을 할 때 어디 남쪽인지는 딱히 알려고 하지 않고, 잘 모르는 것처럼요(참고로 영남은 조령 남쪽, 호남은 금강 남쪽입니다).
오사카 주변 일대는 간사이 말고도 긴키(역시 발음상으로는 ‘킨키きんき’가 맞습니다) 지방이라고도 불리는데, 경험상으로는 현지에서는 간사이라는 말보다 긴키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경기京畿도’와 같은 글자(近畿)를 씁니다.
나라, 아스카, 헤이안, 교토까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장 전까지 오랜 시간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수도권을 뜻하는 말로 ‘긴키’라고 합니다.
효고, 교토, 시가, 나라, 와카야마 그리고 오사카가 있습니다.
동네 소개 하는데, 뭔 이리 쓸데없는 말을 붙이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오사카를 오기 위해 처음 내리는 곳이 ‘간사이 공항’인데 기본적으로 알고 계셔야 하지 않나 싶어서 써봤습니다. 워킹홀리데이이든, 단기 여행이든 내가 어디를 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제가 말이 많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제가 사는 동네를 오기 위해서는 버스나 전철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물론 부르주아라면 택시, 무전여행자라면 도보도 가능) 가격, 시간 면에서 전철을 추천합니다. 국제공항인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전철로 약 40분 거리에 있습니다.
JR선과 난카이南海선(일본은 1호선, 2호선이 아니라 각자 전철, 지하철 노선에 회사 또는 지역의 이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매우 복잡하고 일본인들도 어려워 합니니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만, JR은 비용이 싼 반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비용과 시간 중 우선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JR은 조금 찾기 힘듭니다. 난카이선은 철인28호를 닮은 파란색 rapid 알파/베타 두 개의 특급 좌석제 기차가 있고, 그냥 일반 전철이 있습니다. 가격차가 꽤 나는데, 짐이 적고 혼잡 시간이 아니면 그냥 저렴한 전철을 추천합니다. 편도 920엔입니다. 김포공항에서 안산 정도 거리가 될까요? 역시 교통비가 비쌉니다.
흔히 오사카를 하나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사카부大阪府안의 오사카시市가 포함되있는 형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체제여서 설명하기가 애매합니다만. (얼마 전 오사카 시장이 부와 시를 통합하려고 주민투표를 했다가 반대가 많아 부결된 적도 있습니다. 동네 소개만 하려고 했는데 설명하고 싶은 범위가 점점 넓어지네요) 이것도 다음에 하도록 하고, 아무튼 오사카시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사카입니다. 저도 오사카시에 살고 있고요.
오사카 시내는 북쪽의 우메다梅田 인근과 남쪽의 난바難波 주변으로 번화가를 기준으로 크게 양분합니다. 강북, 강남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만, 저는 그 중 난바의 남쪽에 있습니다. 후에 우메다와 난바 일대는 또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만.
난바역에서는 도보로 약 30분, 자전거로 10분 이내 정도로 가깝습니다. 동네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통 걸어서 다니는 범위까지를 동네라고 해야겠지요.
전철역은 일본 국철인 JR의 신이마미야新今宮역과 사철인 도우부츠엔마에動物園前역에서 5분도 안걸립니다. 역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너편에 올해 100년째 되는 동물원이 있습니다.
다시 저의 정확한 위치는,
일본 오사카시 니시나리쿠 타이시大阪市西成区太子 입니다.
한자 발음은 음으로 읽었을 때, 한국과 매우 유사합니다. 오사카시市의 ‘시’는 발음도 한자도 ‘시’입니다. 니시나리쿠区의 ‘쿠’는 우리나라의 ‘구區’와 발음이 유사하며, 일본은 약자를 쓰기 때문에 모양은 조금 달라도 사실 같은 한자입니다. 타이시太子가 우리로 치면 ‘동洞’ 개념인데, 여기서는 ‘쵸町ちょう’라고 합니다. ‘쵸’는 표기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어서 주소 쓸 때는 번거로워서 굳이 쓰지 않습니다.
이 곳 ‘니시나리’는 오사카, 아니 일본 전체에서도 이름, 아니 악명 높은 슬럼가입니다. 재개발 단지로 지정되어있으나, 공사 준비는 전혀 없습니다. 신이마미야 난카이선 출구 건너편엔 커다란 복지센터가 있어, 식사시간 때면 노숙자들이 배식을 받으려고 장사진을 이루며, 저녁이 되면 우리처럼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길 한복판에서 여름이고 겨울이고 그냥 잡니다. 야쿠자들 근거지도 있고, 그들이 운영하는 사창가와 전당포(質이라고 적힌 간판이 전당포입니다. 원빈 같은 ‘아저씨’는 절대 없습니다)가 즐비합니다. 들리는 소문엔 마약도 거래된다고 합니다.
다행히 도로가는 안전하며, 골목 깊숙히 들어가야 존재하기에 잘 보이지도 않고, 저 역시 아무 피해없이, 바로 근처의 일임에도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노숙자는 매일 봐야하지만. 여름은 그렇다쳐도, 처음 도착해서 추운 겨울에 길 바닥에서 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괜찮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주변 물가가 저렴합니다. 집값도, 음식값, 숙박비도 같은 오사카 임에도 다른 곳과 뚜렷하게 다릅니다. 이 때문에 금전적으로 어려운 학생 관광객이 상당수 머물고, 일본인은 연금을 받고 은퇴한 노년층이 많습니다. 생각해보니 반 년 동안 이 주변에서 사는 어린 아이를 못 봤네요.
복지 차원에서인지 몰라도, 저녁 8시 이후에 도시락 종류를 무조건 50% 할인하는 슈퍼도 있어 15분 전부터 미리 장을 봐서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파를 매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돈 아끼려고 자주 이용하다가,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끊은 지 오래입니다. 다 사진을 찍어뒀는데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정리해서 다른 주제와 묶어서 올리겠습니다.
완전히 무너져가는 동네에 사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쪽으로 길 건너편에 오사카의 랜드마크 타워인 ‘츠텐카쿠通天閣’가 있습니다. 오사카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봤을 법한 사진. 그를 감싸는 오사카 유명 관광지인 ‘신세카이新世界’가 있어서, 수많은 관광객이 다닙니다. 꼬치에 끼워 만드는 튀김인 ‘쿠시카츠串カツ’가 유명한 먹거리죠.
또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높은 아파트 단지가 있고(조금 과장해서 바로 맞은 편에 아파트 단지 규모만큼 사창가가 있다는 것도 충격), 좀 더 가서 10분 정도만 걸으면 큰 도로를 경계로 사거리 잇는 육교와 함께 쇼핑단지가 펼쳐집니다. 백화점은 물론 역 내부에도 상점들이 가득하고, 전자제품상과 종합쇼핑몰, 호텔까지 낮에도 밤에도 화려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년에 새로 지은 일본에서 제일 높은 빌딩(가장 높은 건물은 도쿄의 ‘도쿄 트리’입니다) 지상 60층 300m 높이의 ‘아베노하루카스’입니다. 이제 츠텐카쿠 대신 새로운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만, 아직 1년차라 인지도가 약합니다. 아직 저도 올라가보진 못했네요. 그 앞에 시외로 나갈 수 있는 노선만 약 20개 가까이 되는 ‘텐노지天王寺역’이 있습니다.
최상과 최하가 공존하는,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볼 수 있다는 모순이 존재하는 지역입니다. 재미있는 곳이지요. 본인은 이곳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가도 저렴하고, 자전거를 타면 오사카성까지 동네 마실이 되지요.
축구를 좋아해서, 현재 국가대표 김진현 골키퍼가 뛰는 세레소 오사카 경기를 보러 경기장까지도 자전거로 갈 수 있습니다. 야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한 번은 보려고 아껴두고 있습니다만, 예전 이대호 선수 소속이었던 오릭스 버팔로스 홈인 교세라 돔 구장도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교통비가 비싸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도보 1시간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는데, 이 범위까지 동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요.
경찰서, 소방서가 가까워서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가장 고통입니다만. 이제 면역이 되서, 시끄러워도 잘 잡니다.
제가 하려고 했던 동네 소개는 이게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이상한 길로 갔네요.
워킹홀리데이 오기 전부터 이 곳을 오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계획이 정말 없는 상태로 무작정 왔습니다. 유일하게 미리 준비한 것이, 당연히 자고 지낼 집은 있어야 하니 이래저래 알아보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예약한 것이었습니다.
공항 도착 후, 난바 일대를 가방을 질질 끌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밤을 샜습니다. 첫날은 그렇게 보내고, 두 번째 날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를 주소를 보고 찾아갔는데 전혀 엉뚱한, 게스트 하우스 사장의 진짜 집으로 찾아가버려서. 그리고 막상 갔는데 예약도 안되고 아무것도 안되서 허탈해하다가, 일단 하루라도 호텔에서 쉬려고 전철을 탔습니다.
2호선같은 계속 도는 순환선이 있는데, 전날 밤새 걸은 탓에 피곤해서 잠들었습니다. 아마 한 바퀴 이상 돌았던 것 같습니다. 놀라서 확인도 안하고 허겁지겁 내렸는데, 내린 곳이 바로 이 곳.
운명이겠지요.
그 이후 모든 것이 잘 풀렸습니다. 아주, 매우, 정말, 엄청.
제가 받은 행운을 나눕니다.
이렇게 간단히(?) 월 미션, 동네 소개를 마칩니다.
아직 할 말이 많습니다.
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받은 배너를 그냥 붙였는데 다른 분들 글을 보니 다 고치셨더군요.
포토샵, 일러스트 이런 걸 하나도 할 줄 몰라서 키노트로 얼렁뚱땅 만들었습니다.
저는 맥북을 씁니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질문을 주십시오. 일본에 관한 것이든, 저에 관한 것이든, 맥북에 관한 것이든 무엇이든 아는 선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2015년 7월 17일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