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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선

빗속의 이별 선언

추억은 편안한 휴식처럼, 조용히 웃게 해줄 것이다.

by 김진호


ChatGPT Image 2025년 9월 18일 오후 08_58_06.png


빗속의 이별 선언


비가 온다.

영원할 것만 같던 시간들이 창에 부딪혀 부서진다.

나는 빗속에 서서 막연한 하루를 흘려보냈다.

당신의 전화가 잔물결처럼 닿지만, 달려갈 발걸음은 없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예정된 길이었을지 모른다.


낡은 감정을 정성껏 포장해 당신께 보낸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비에 젖은 말들만이 나의 흔적이 되어 흘러내린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이 생에서는,

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 아주 오래된 사진첩을 펼칠 날이 오면,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상처가 아니라, 어색한 미소일 것이다.

추억은 편안한 휴식처럼, 조용히 웃게 해줄 것이다.


오늘, 나는 빗속을 걸었다.

그리고

비는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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