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꼭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독서가 필요할 때가 있다.

by 하지아

벌써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24년, 서늘한 바람보다는 폭염이 반겨주는 추석이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업무를 맡았지만 신입 때 느꼈던 긴장감과는 사뭇 다르다. 편안한 익숙함에 감사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주말에도 마음이 불편하고, 부지런히 자기계발이든 뭐라도 해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조급한 마음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기분이다.


점심시간이 지난 나른한 일요일 오후, 마음만 조급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영상만 보고 있었던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집 근처 카페로 나왔다. 카페에서 열심히 각자의 일을 하고있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받으며,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며, 노트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카페에 온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하자 그제서야 가져온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계시던 팀장님께 입사 1년차 선물로 받은 책이었는데, 요즘 부쩍 영상만 보던터라 죄책감을 덜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라 챙겨온 것이다. 한 광고회사의 유명 카피라이터가 자신의 시각으로 본 코로나 이후의 우리의 일상을 다룬 책이었는데,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쉽게 읽혔다. 역시 카피라이터가 쓴 문장들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 중에서 '종이책'이라는 챕터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영상이 대세인 지금, <텍스트 힙>이 떠오르는 트렌드라고는 하는데, 또 한편에서는 3줄 요약 아니면 읽지 않는 시대라며 독서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종이책의 매력에 대한 의문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종이책을 '대화'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종이책을 읽을 때 나는 자주 다음 문장 읽기를 멈춘다. 한 문장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생각하고, 가끔 내 생각과 다른 걸 작가가 말하면 그건 아니지 않나?라는 반박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사람에게 잘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듣거나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생 때, 학교 도서관을 참 좋아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재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답이 되어줄 괜찮은 책을 찾곤 했었다. 조용한 도서관 책장에서 나는 나와 대화해줄 작가를 찾았으며, 위로와 해답을 얻곤 했다. 베스트 셀러 제목을 보면 요즘 사람들의 고민이 뭔지 알 수 있다던데 그게 정말 맞는 말 같다.


또 가끔은 책의 앞 내용이 기억이 안나, 뒷 부분과 왔다갔다 하면서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어려운 소설을 읽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복귀를 하며 읽기도 한다. 이런건 e-book으로는 힘들다. 책 전체를 왔다갔다 펼치며, 작가가 준 문장들과 질문들을 시간을 가지고 이해하는 건 종이책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종이책의 매력을 '대화'라고 말한 작가의 속뜻은 아마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배려깊은 대화'가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북토크의 매력을 알지 못했는데, 작가의 생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작가와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 니즈를 해소할 수 있는 자리여서 많이들 신청하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나에게 누군가 '종이책'을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이제는 적어도 그 이유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